일기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

풀꽃처럼 2021. 12. 11. 20:40

인생에서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건 지극히 없다.
세상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으로 나뉜다. 아내, 자식, 이웃, 조직, 사회, 국가, 세계 등 어느 것 하나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없다. 운전할 때도 내 차선에 차가 끼어들어 오는 것도, 입에 들어오는 음식도, 손에 들어오는 책도, 행운도 불행도 내가 결정할 수 없는 것들이다.

오직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지극히 작은 부분은 ‘태도’이다. 나를 둘러싼 환경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어떤 ‘태도’를 결정하는 건 내 몫이다. 그 외 다른 건 없다. 조직에서 지위로 잠깐 다른 사람을 통제할 수 있다고 하지만, 언제 바뀔지 모른다. 어떤 환경도 통제할 수 없다.

다른 사람과의 대화에서 내 의견과 충돌이 일어날 때도 통제할 수 없다. 통제할 수 없는 걸 통제하려다간 내 몸 어딘가에선 고장이 난다. 인간은 자신의 ‘태도’외에는 결정 할 수 있는게 없다. 상대방에게 버림을 받더라도, 상대방이 나의 의도대로 행동하지 않을 때도, 너를 믿었는데 어떻게 나에게 그럴 수 있느냐고 할 때도, 왜 시련은 내게만 레이저처럼 따라 다니는지, 왜 일들이 해결되지 않고 꼬이고 수렁으로 들어가는지 세상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의 연속이다.

역설적이게도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지극히 작다는 것은 행복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 바뀌는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진다면 감당할 수 있을까. 오로지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태도’로 나를 둘러싼 세상을 보는 프레임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게 얼마나 복인지.

석양은 하루라도 똑같은 날이 없다. 하루하루가 경이롭다

그래서 인간은 감사할 수 밖에 없다. 내 입에 들어오는 음식, 필요한 생필품들,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 나에게 시련을 주는 환경,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나를 훈련시키는 과정이다. 인간이 얼마나 나약하고 하찮은 존재인지 뼛 속 깊이 깨닫는 과정이다. 근육이 찢어지는 고통을 통해 몸이 새롭게 태어나듯, 꾸준히 러닝 머신에서 달릴 때 군살들이 떨어져 나가듯,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지극히 사소한 ‘태도’만 결정하면 된다.

나에게 다가오는 것들이 감사하다. 어떤 것들이 다가오더라도 인간을 무너지지 않게 만들고 낮추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어리석고 티끌 같은 내가 지극히 간단한 ‘태도’만 결정할 수 있다는 왜소함이 너무나도 행복하다. 앞으로도 다가올 일들과 사람들이 마냥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