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낭 제거 하루전 (D-1)
세상은 눈이 부시도록 햇살이 바다에 부딪혀 아름다운 모습을 그려낸다. 바다에 떠 있는 배 위 사람이 어떠하든, 겨울 바다에 산책나온 청춘들이 어떠하든, 아파트 한 칸 마다 TV를 보든, 세탁을 하든, 세상은 숨쉬는 생물 갯수 만큼 무궁무진 제각각 살고 있다. 2시까지 고신대 복음병원에 입원 수속을 위해 준비중이다. 누구는 편안하게 누구는 분주하게 누구는 차분하게 누구는 누구는 누구는.....

2시 입원 수속을 거치고, 코로나 검사를 받고, 병실을 배정받았다. 환우복으로 갈아입었다. 5명의 병실에 나를 포함해 3명 있다. TV소리가 쩌렁쩌렁하다. 조용한 휴게실이 없다. 쩌렁한 소리를 배경삼아 책을 읽고 글을 쓴다. 마음의 상태를 문자로 찍어내는 행위를 통해 마음을 객관화 시킨다. 생각이 흘러가 어디에 머무를지 모를 불안을 글자로 끄집어 낸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하지만, 눈에 보이면 덜 불안하다. 글쓰기의 힘이다.
마취 동의서, 장기 조직 이용 확인서 등 기업처럼 다양한 담당자들이 확인서에 사인을 요청한다. 공장 속에 투입된 원재료 같은 느낌이다.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진 참치가 단계를 거쳐 해체되는 것처럼 기계적인 과정에 올려진 기분이다. 관계는 없고, 과정만 있다. 병원에선 환자는 상품이다.
병실 스피커를 통해 안내 방송이 나온다." 4층 중환자실 코드블루 코드블루". 코드블루를 검색하니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다는 응급 상황이다. 병원에선 삶과 죽음의 줄타기를 하는 사람들이 중환자실에 있다. 병실에 있으면 건강의 중요성을 안다. 소를 잃어야 외양간을 고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