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손석희, <장면들> : 바람에 따라 돛을 바꿔 다는 사람이 아니라서...

풀꽃처럼 2022. 1. 8. 21:12
이 장면의 시작에서 던진 '보수언론이 왜 박근혜정부를 공격했을까'란 질문을 다시 가져와보자. 내가 보기엔, 아니 정확하게는 티치너 교수의 가설에 의한다면, 언론의 경비견 모델이야말로 그 답을 얻는 데 가장 적절한 분석틀이 될 것이다. 가드독, 즉 경비견으로서의 언론은 이미 그 자신이 기득권 세력으로서, 체제 내의 정치권력에 끊임없이 외부로부터의 위협을 알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이익이 걸려 있는) 체제의 유지를 위해 그 정치권력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 즉, '지배세력 내의 부조화에 의해 그 갈등이 정치화'된 경우인 것이다. 이제 박근혜정부로는, 이미 기득권의 체제 내에 들어와 있는 보수언론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안이상, 그 위험요인에 대한 공격은 계속된 것이다.


이 장면의 시작은 2016년 7월 TV조선은 청와대가 미르재단의 모금을 지원했다는 보도를 시작으로 박근혜 정부를 공격한 기사를 말한다. 보수언론이 보수정권을 물어뜯는 희귀한 일(?)이 벌어진 사건이다. 일반적으로 언론은 와치독(감시견, Watchdog)이나 랩독(애완견, Labdog)으로 일컬어진다. 와치독은 권력을 감시하는 반면 랩독은 주인의 무릎위에 앉아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개처럼 권력에 복무하는 언론을 말한다. 경비견(Guarddog)은 권력체제에 진입한 언론이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선 권력마저도 공격하는 언론을 말한다.

jTBC는 개국 초기 손석희라는 신뢰도 1위인 언론인을 영입하는 조건으로 보도에 간섭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가 이직할때 많은 사람들은 과연 그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점을 많이 가졌다. 그러나, 그는 jTBC로 옮기면서 와치독의 역할을 충실히 유지했다. 앞 모습과 뒷 모습이 일치할려는 그의 소심함을 끝까지 유지했다는 평가다.

이 책은 손석희 앵커가 jTBC에서 다루었던 굵직한 장면들과 뒷얘기를 흥미롭게 얘기한다. 세월호,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트리거가 되었던 최순실 태플릿PC, 미투운동, 남북미 대화 등 굵직한 장면들을 끄집어 낸다. 독자들의 흩어진 생각들을 정리하고 묶어준다. 박근혜 정부시절 세월호 취재시 기존 공영방송인 KBS는 기레기(기자+쓰레기)라고 취재를 거부했다. jTBC는 세월호 현장에서 뉴스룸을 진행하고 끝까지 현장을 벗어나지 않아 세월호 유가족으로 부터 신뢰를 얻었다. 그 꾸준함이 축적되어 jTBC는 신뢰받는 뉴스가 되어 공영방송을 뛰어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100분 토론>은 진실에 목말랐던 사람들에겐 시원한 냉수처럼 갈증을 해소시켰다. 그가 jTBC에 옮겨서도 동일한 시선을 유지해, 뉴스하면 jTBC로 각인되었던 시절이었다. 공영방송 KBS와 MBC는 정권이 바뀔때만다 논조가 움직였다. jTBC의 '앵커 브리핑', '엔딩곡'은 퍽퍽한 뉴스에 영혼을 부여하는 것처럼 뉴스에 깊이를 더했다.

지금도 뉴스는 홍수처럼 포털 메인을 장식한다. 사람들은 메인에 걸린 뉴스에 쏠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뉴스는 의도적으로 메인에 뿌려지기도 한다. 유튜브는 1인 미디어 뉴스를 열었지만, 검증되지 않은 자료들이다. 결국 검증하는 몫은 과거에는 레거시 미디어(KBS, MBC, SBS, jTBC등)가 담당했지만, 정권에 따라 논조가 바뀌기에 오롯이 개인의 몫으로 넘어 왔다. 개인은 자신이 믿는 자료에 천착해 유리한 뉴스를 자신의 논리에 더한다. 디지털 혁명은 뉴스의 병목현상을 해소했지만, 홍수처럼 무엇이 진실인지 모를 정도로 넘쳐난다. 뉴스에 대한 판단이 개인에게 넘어 온 만큼 의견도 천차만별로 나올 수 밖에 없다.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없다면, 서로 얼굴 붉힐 수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장면들>이란 책은 과거의 주요 장면들을 다뤄, 새삼 새로운 내용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그 장면들이 일어날 때 손석희란 언론인이 어떤 '태도'를 취했느냐는 장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일반인들도 매일 일어나는 장면들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신뢰감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손석희의 <장면들>, 읽기를 권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