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체험 살아보기, 하동 의신마을 9일째
아침 의신마을에서 대성골까지 가벼운 산책길을 나섰다. 산책길에서 돌아보니 의신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과연 새의 둥지를 닮았고, 배의 형상을 한 모습이다. 의연한 산들이 마을을 포근하게 감싸 안은 형국이다. 아침햇살이 산능선을 따라 마을을 깨우기 위해 서서히 내려오고 있다.
마을 담장너머에 활짝 핀 복숭아꽃이 봄을 한껏 뽐낸다. 복숭아꽃은 4월에 피는데 지구온난화의 영향일까 일찍 제 몸을 열어젖혔다. 봄 꽃답게 잎보다는 꽃을 먼저 피운다. 4월 12일의 탄생화인 복숭아꽃의 꽃말은 '사랑의 노예'다. 겨울에 얼어붙었던 마음이 매화를 시작으로, 개나리, 영춘화, 진달래, 벚꽃을 이어받아 복숭아꽃이 봄의 사랑을 활짝 노래한다. 바야흐로 봄 꽃의 축제가 칙칙한 회색빛 산을 화려하게 물들이고 있다.
오전에는 2012년 고향으로 귀촌해 정착한 분과 간담회를 가졌다. 농촌 현지인들은 이웃과 가까이 지낼려 하고, 도시에서 시골로 이주한 사람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조용히 살고 싶어 하는 차이가 존재한다. 현지인은 공동체 의식이 강한 반면, 이주한 도시민은 그렇지 않을 때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어디에나 어려움은 있기에 현지를 바꾸지 못하는 한 천천히 적응하는 방범은 외지인의 몫이 아닐까 한다.
저녁에는 의신마을 내에 있는 지리산 반달 작은 도서관에서 관장, 사서와 간단한 환담후 필라테스와 요가를 했다. 물론 너튜브 영상을 따라 모두를 40분 정도 땀이 날 정도로 따라 했다. 율동인지 흐느적거림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로 몸이 뻣뻣한 사람, 화면의 동작을 잘 따라 하는 사람도 있다. 40분간의 운동 후 이어지는 요가 1시간은 그동안 쓰지 않던 근육의 뒤통수를 때리는 충격이다. 화면의 동작에는 미치지 못하는 통나무 같은 저주스러운 몸을 한탄한다. 반면 유연한 동작으로 훌륭하게 소화하는 참가자도 있다.
생각과 몸이 철저하게 따로 놀고 있는 자신을 보며, 유쾌하게 웃기도 하고, 몸 속 철저히 굳어있던 근육들이 '아닌 밤에 홍두깨'처럼 충격의 시간이었다. 도시처럼 실물의 강사는 없지만, 너튜브를 통해서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알찬 시간이었다는 건 틀림없다. 오늘 잠은 숙면이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