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4일째 21코스, 빛은 바다 위에 부서져 흩어지고

2021. 5.2 (일)
넷째 날, 21코스 11.4km. 제주 해녀박물관~종달 바당


일주일 중 하루는 쉬어가는 코스로 가볍게 걷는다. 예상 시간은 3시간 정도. 검은 돌담과 검은 흙은 제주도의 상징이다. 이 곳 21코스의 숨비소리길은 제주 해녀의 척박했던 삶의 길이었고, 항일 투쟁의 길이었다.

1932년 세화, 하도, 종달, 성산, 우도 등 척박했던 환경에서 제주 동부해녀들은 항일 투쟁을 했다. '제주도 동촌 여자들이 앉았던 자리에는 풀도 안 난다', '동촌 여자들은 서촌 여자보다 한 시간 일찍 일어나 밭으로 나간다'는 말들은 모래땅이었던 동부지역의 척박한 환경에서 견뎌야 했던 여성의 강인한 생활력을 지녔던 해녀들이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광을 가진 곳이 한일 투쟁과 비극적인 4.3항쟁이 일어난 곳이라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 제주의 너무나도 매력적인 풍광 뒤에는 살짝 역사의 페이지를 들춰보면, 그 아름다운 만큼 더욱 가슴 시린 역사의 아픔이 절절이 배어있다.



설문대 할망의 오줌발 때문에 떨어져 나간 우도, 일출봉을 빨래 바구니로, 우도를 빨래판으로 삼았다는 전설도 있다. 제주에는 유독 여성관련 이야기가 많은 것은 단순히 여성이 수적으로 많은 것이 아닌, 제주 여성의 강인한 생활력을 의미한다. 척박했던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여성도 노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밖에 없었다.

모네는 실내에서는 결코 담을 수 없는 소재를 화폭에 담기 위해 야외로 나갔다. 그것은 바로 '빛'이다. 모네는 시간에 따라 변하는 태양의 빛과 그에 따라 변하는 만물의 색을 그리기 위해 화구를 들고 센강 변으로 갔다.
모네가 처음 빛을 담은 그림을 발표했을 때 그것은 아름답지 않은 그림, 심지어는 그림이 아닌 것으로 비판을 받았다. 그의 작품이 당시 만연해 있던 회화에 대한 통념과 선입견을 깨버렸기 때문이다. 모네의 작품에는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만들어가고자 한 투쟁의식이 녹아 있다. 모네는 자신의 예술이 기존의 주류 예술에 대한 투쟁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모네는 '빛'으로 혁명을 이루어냈다.
허나영, <모네> 中
동일한 지미봉에서 년도를 달리해 조망한 풍광이다. 모네를 우리는 '빛의 화가'라 부른다. 당시의 통념과 선입견에 젖은 화풍을, 그는 빛을 그리기 위해 야외로 나왔다. 사실을 그대로 그리던 화풍은 사진기의 등장으로 경쟁력을 잃었고, 모네는 그림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빛'을 화폭에 담았다. 화가만이 표현할 수 있는 빛을 표현함으로써 인상주의를 열었고, 오늘날 현대 미술의 개척자로 자리매김했다.
위기는 또다른 열린 문을 향한 문고리다. 페스트 열병으로 유럽인구의 1/3이 죽어 나가던 시대, 카톨릭이 해결하지 못할 때 시골 신학자였던 루터는 신 앞의 개별자로 마주서며 종교개혁을 열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모두가 고통 받고 있지만, 또 다른 희망의 문고리를 찾기 위해 우리는 개별자로 거울 앞에 서야 할 때는 아닐까.
* 참고문헌 : 이영권(2008), 제주역사 기행, 한겨레출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