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

제주올레 10일째, 7코스는 올레길의 여왕?

풀꽃처럼 2021. 5. 8. 17:54

2021. 5. 8(토)
7코스 17.6km 서귀포 올레 여행자센터 ~ 천지연폭포 ~ 선녀탕 ~ 외돌개 ~ 강정 해군기지 ~ 월평마을

제주올레는 ‘제주올레’를 만들고 운영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정부의 지원없이 후원금과 기념품 판매수익으로 유지된다. 지금의 올레길은 마을주민, 자원봉사자, 후원회원, 군인 등 다양한 사람들의 참여로 만들었다. 염소가 다니던 길을 혼자서 삽과 곡괭이로 길을 만들고, 해안에 걷기 불가능한 곳들도 자갈 하나하나를 채워, 지금은 누구나 편히 걸을 수 있는 올레길이 만들어 진 것에 감사한다. 댓가를 바라지 않는 이러한 헌신과 열정은 모든 조직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원동력이다.

<서귀포 칠십리시 공원에서 보이는 천지연 폭포>
<삼매봉에서 조망한 한라산. 공기는 맑지 않다>

천지연 폭포 입장료가 2,000원인데 공원에선 그냥 볼 수 있다. 천지연 입구에서 걸어가기 번거로우면, 공원에서 봐도 된다. 봄철 황사와 꽃가루로 연일 공기가 탁해 시계는 좋지 못하다.

<주말, 기차바위에서 낚시하는 강태공들>
<선녀탕에 선녀는 없다. 아침이니깐 보는 눈이 많아서?>
<누가봐도 외로이 떨어져 있는 우뚝한 외돌개>

기다리는 고기는 하염없이 낚시 바늘에 물리지 않고, 선녀는 지난 밤에 다녀갔을까, 푸른바다 색이 녹색으로 변해 있고, 외돌개는 저항을 하듯 고독하게 주체적으로 서있다.

<켄싱턴 리조트 산책길의 꽃군락>
<이 세상 최고의 명품옷은 자신감을 입는 것이다>
<올레길에 선 남자, 올레 표식인 간새가 베낭에서 달랑거린다>

그림자는 태어나면서 내 발에 붙어있다. 이 녀석은 내가 몸을 벗어 영혼이 되는 순간까지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평소엔 의식하지 못해 보이지도 않지만, 길 위에만 서면 어김없이 나타난다. 혼자가 아니라고, 자기가 발 밑에서 찰떡같이 함께 한다고. 내가 무슨 옷을 입든, 무얼 먹든, 무슨 생각을 하든, 항상 이 녀석은 심드렁한 회색으로 호응한다.

<제주에서 가장 맑고 물도 풍부한 강정천>
<강정마을에서 항상 미사를 드리던 장소가 오늘은 휴업?>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구호들이 길가를 가득 메우고 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입구까지 가두행진 하는 주민들>
<강정 해군기지에 정박중인 구축함>

강정마을의 생태지킴이 투쟁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국가는 때로 국민을 잡아먹는 괴수 리바이어던이 된다. 저개발국가에선 노골적인 폭력도 불사하고, 선진국에선 자본의 뒤에 숨어 보이지 않는 괴물이 된다. 깨어있는 시민이 연대해야 할 이유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피해자는 내가 되기 때문이다.

<7코스 종점 인근의 리틀 포레스트 같은 식당, 커뮤니테이블>
<제철 생선인 전갱이가 얹어진 메뉴 이름은 '바다의 계절'>

혼자 여행할 땐 채소와 물같은(?) 간단한 행동식으로 공비(?)같은 식사를 하는데, 7코스 종점만 가까와지면 이 식당에 들른다. 갈 때마다 메뉴는 새단장을 하는데, 올해는 가격도 새단장했다ㅠㅠ. 기본은 파스타지만 리조또로 변경가능하다. 메뉴 이름이 '바다의 계절'이라니, 참 깨물어주고 싶은 영악한 이름이다. 영월댁 임쉐프 보다는 약간 모자라지만, 오늘의 7코스는 행복한 미식으로 마무리했다.

뱀꼬리. 7코스가 올레길의 여왕이라는데 개인적으로 6코스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7코스는 장장 17km로 체력과 시간을 요구하지만, 6코스는 11km로 짧으면서도 숨은 비경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어, 지루하지 않게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독하다는 건 주체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개인성의 확보와 다르지 않다. 혼자서 사고하고, 혼자서 행동하고,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갖는게 고독이다.
고독을 기본적으로 저항이라 생각한다.  저항을 위해서 고독하는 것이지, 저항의 의미없이 그냥 고립된 삶을 산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박홍규外, <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 中

외돌개처럼 고독하게 저항하며 살아온 아나키스트 박홍규, 그의 글들을 읽으며 반성하기도, 분발하기도 했다. 사회와 고립된 것처럼 살아도 외돌개처럼 우뚝했던 그의 궤적을 선망했다. 책이란 것이 자기를 포장하는 면이 있기에 그러한 점들을 감안해서 읽는다면, 어떤 책이든 약이 될 수 있다.

여전히 나는 고독을 두려워하는 사회적 동물처럼 변방에서 변죽만 울리는 속이 빈 깡통이다. 그래서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책만 파먹다가, 늙어가는 조랑말이 되고 있다. 책에 대한 열정과 사회적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을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