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 탄소없는 의신마을 산골일기 : 1일 1행복'감'

요즘 의신마을 산골은 곶감 만들기로 온마을이 주황색이다. 능선에선 노랗고, 붉은 단풍이 아래로 내려온다. 화개장터에서 의신마을로 진입하기 위해선 약 14km를 더 산속으로 진입해야 한다. 화개장터는 주말이면 관광객들로 분주하다. 화개장터에서 약 5.5km 지점에 위치한 쌍계사도 일부는 들르지만 쌍계사 위쪽으로 접근하는 외부인은 드물다.
화개장터에서 신흥마을까지 약 9km, 신흥마을에서 의신마을로 접근하려면 다시 5km를 호리병 같은 좁은 숲의 터널을 통과해서 올라야 한다. 의신마을 뒤편으로 오르면 벽소령이다. 벽소령에서 시작된 단풍은 능선부터 아래로 찬란한 단풍이 내려온다. 신흥마을에서 의신마을까지 5km는 단풍 숲의 터널로 아침저녁 오가는 눈을 즐겁게 한다.
10월 의신마을 5km 길가에선 밤 줍기로 바빴다. 밤도 작은 크기의 밤나무부터 크고 짙은 밤색까지 크기와 색깔이 제각각이다. 크로 짙은 밤색은 크기도 크기만 그 통통함과 맛이 으뜸이다. 지금은 밤이 자취를 감추고, 주황색 감들이 주렁주렁 나무마다 달렸다.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해 떨어지기도 한다. 적당하게 익은 홍시는 새들이 먼저 파먹었다.
1월 고로쇠 채취부터 봄나물과 약초채취, 화개 10리 벚꽃이 지면 피서객들이 화개골을 메운다. 피서객이 물러나고, 밤나무에서 밤이 툭툭 떨어지면 각종 버섯을 채취하느라 마을은 바쁘다. 버섯이 끝날즈음 곶감 널기와 감 말랭이 작업으로 집집마다 서두른다.

어제 저녁은 이웃집에서 곶감 만드는 작업을 했다. 저녁 늦게 도움 요청이 왔다. 바쁜철은 고양이 손도 빌리고, 죽은 송장의 손까지 빌릴 만큼 바쁜 기간이다. 제때에 처리해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고양이 손같이 게으른 내 손도 필요했나 보다.
약 800개의 감을 깎고, 감에 고리를 꽂고, 그 고리를 건조대에 고정시키는 작업을 했다. 2인 1조, 3조가 작업을 분담했다. 1조는 감을 깎는다. 2조는 감꼭지에 고리를 꽂는다. 3조는 건조대에 수직으로 고정시킨다. 감꼭지에 고리를 꽂는 작업을 했다. 고리를 만들 때는 감에 핀을 박은 후 힘주어 단단히 고정해야 한다. 작업을 마칠 때쯤에는 검지 손가락에 근육이 붙었다. 검지로 수박이라도 뚫을 기세(?)다. 특정한 부위를 힘주어 반복한 결과다.

하늘에 걸린 달은 플래시를 비추지 않아도 걸을 수 있는 길이다. 10시 20분이 다되어 마무리했다. 계곡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차다. 마을에서 관리하는 반달곰에게 먹이를 주러 가는 길에 올려다본 하늘엔 오리온자리와 카시오페아 별자리, 목성이 선명하게 보인다.
산골은 철 따라 간식도 달라진다. 10월에는 거리에서 주운 밤으로 매일 삶아 먹었다. 겨울에는 고로쇠, 봄에는 야생 벌꿀과 앵두, 오디로 행복했다. 지금은 1일 1감 홍시를 즐기고 있다. 악양 대봉감 홍시는 크기도 크거니와 맛도 일품이다. 하나를 먹어도 포만감이 있을 정도다.
반복해서 돌아가는 도시의 쳇바퀴 생활에선 누릴 수 없는 행복감이다. 하루하루 행복‘감’을 누리기 위해 산다면, 홍시를 매일 1개 먹는 것만으로 1일 1감은 달성한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