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1. 탄소없는 의신마을 산골일기 : 변곡점
우리는 길을 잃고 세상을 잃은 뒤에야 비로소 자신을 찾기 시작한다. 레베카 솔닛(미국 작가, 1961~)
2024년 11월 미국 프로야구에서 최고투수에게 수여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는 크리스 세일(35)로 결정되었다. 당해연도 성적은 18승 3패, 평균자책점 2.38, 225 탈삼진으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연초 2년 3,800만 달러로 계약을 맺을 때에도 애틀랜타 구단은 물음표를 가졌었다.
24세이던 2017년 탈삼진 308개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25세이던 2018년 보스턴 구단 소속으로 LA다저스를 이기고 월드시리즈 우승까지는 승승장구하며 최고의 투수시절이었다. 보스턴 구단은 2019년 시즌뒤 5년 1억 4,500만달러로 연장계약했다.
30세 되던 2019년부터 부상에 시달렸다. 팔꿈치 수술을 받았고, 자전거를 타다 넘어져 손목이 부러졌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간 151이닝을 던져 한 해 평균 40이닝도 채우지 못했다. 한 시즌 규정이닝이 162이닝인데 1/4도 채우지 못했다.
세일은 수상 소감에서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 문제가 무엇인지 알았다.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도와준 모든 이들에게 정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라고 밝혔다.
2017년 미국 버몬트 대학교 연구자들은 구텐베르크 프로젝트에 올라온 소설책 1,300여 권을 인공지능 분석을 통해 6가지 서사구조가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6가지 유형은 상승곡선(거지에서 부자로), 하락곡선(부자에서 거지로), 구덩이에 빠진 남자(하락 후 상승), 이카루스(상승 후 하락), 신데렐라(상승에서 하락 후 재상승), 오이디푸스(하락에서 상승 후 재하락)이다.
소설의 서사구조에 따라 사람의 삶도 대입할 수 있다. 크리스 세일은 현재까지는 신데렐라 구조에 속한다. 2018년까지 야구에서 정점을 찍었고, 이후 5년간 밑바닥까지 떨어졌다. 2024년 생애 최초로 투수부문 최고상인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그의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야구에서 모든 것을 잃은 후에 자신의 문제점을 찾았고, 신데렐라처럼 재기에 성공했다. 자칫 이카루스 모형처럼 정점에 올랐다가 추락할 수 있었지만, 자신의 문제점을 찾고 개선하여 다시 상승곡선을 그릴 수 있었다.
사람의 인생은 소설의 6가지 서사구조가 복합적으로 그려질 것이다. 현재 나의 지점이 어느쯤에 있을지는 본인이 알 수 있다. 그 시기를 어떻게 보내야 할 건지는 본인이 결정한다. 인생의 변곡점은 상승의 정점이 아니라 하락의 밑바닥 점에 이르러서야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는 환난을 자랑합니다. 우리가 알기로 환난은 인내력을 낳고, 인내력은 단련된 인격을 낳고, 단련된 인격은 희망을 낳는 줄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롬 5:3~4 새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