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3. 탄소없는 의신마을 산골일기 : 바나나 1개 87억 원
2024년 11월 20일(뉴욕시간) 소더비 경매에서 바나나 1개가 87억 원(수수료 포함)에 팔렸다. 벽에 테이프로 부착해 놓은 바나나 1개는 이탈리아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 ‘코미디언(Comedian)’이다. 작품 인증서에는 “소유자는 언제든지 썩은 바나나를 교체할 수 있다”라고 한다.
바나나 1개의 작품은 2019년 미국 마이애미 아트페어에 전시되었다. 총 3개의 에디션으로 구성되었고 개당 12만~15만 달러에 팔렸다. 한 개는 스페인 구겐하임 미술관에 기증했고, 두 개는 개인이 소장했다. 그중 한 개가 이번 경매에 나왔다.
이번 작품의 바나나는 과일 가판대에서 35센트에 샀다고 NYT는 밝혔다. “바나나를 벽에 붙였다”는 개념예술이기 때문에 소유자는 바나나가 썩으면 교체할 수 있다.
1917년 4월 뉴욕 전시회에 마르셀 뒤샹이 기성품인 남성용 소변기를 “샘(Fountain)”이라는 작품으로 출품해 논란이 되었다. 뒤샹은 기상품일지라도 새로운 이름과 관점으로 재배치해 새로운 개념예술을 창출했다.
그동안 작품은 예술가의 손에 의해 구현되었지만, 마르셀 뒤샹에 의해 어떤 것이든 예술이 될 수 있다며 “레디메이드(ready-made)”란 개념을 등장시켰다. 나아가서 인생 자체도 예술이 될 수 있음을 주장했다. 전문가에 의해 캔버스에 갇혀있던 예술을 뒤샹은 캔버스 밖으로 확장시키며 자신의 손으로 만들지 않아도 관점을 달리하면 작품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동일한 바나나에도 어떤 스토리를 결합하느냐에 따라 개념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게 현대예술이다. 그동안 예술가의 영역에 속했던 것을 일반인인 누구라도 예술행위를 할 수 있다고 예술에 대한 개념을 확장했다.
손안에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1인 방송국이 되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생방송 가능한 1인 미디어 시대가 열렸듯, 예술도 누구나 사물에 개념을 결합시키면 자신만의 개념예술이 되어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 인류의 역사는 디지털 기술이 구현가능하면서 권력이 해체되고, 파편화되고 있는 한편 새로운 권력이 만들어지고 있다.
사람의 인생은 결국은 원자로 무한순환되기에 과학적으로 의미가 없는 존재지만, 자신의 삶에 개념을 부여하면 자신만의 유일한 개념예술이 되기에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현대예술은 이해하기 어려운 영역이라 가까이 할 수 없다. 이번 바나나 1개가 87억에 낙찰된 것을 보면서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과 17세기 네덜란드 튤립파동이 오버랩된다. 바나나 1개의 작품명이 “코미디언(Comedian)”인 것도 그런 의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