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산골일기(하동 의신마을)

#068. 탄소없는 의신마을 산골일기 : 겨울 달리기

풀꽃처럼 2024. 12. 3. 15:23

산골은 봄이 늦게 오고 겨울이 일찍 온다. 3월까지는 긴 옷을 입어도 새벽에는 추워서 조깅하기 어렵다. 11월부터는 새벽에도 어둠이 걷히지 않고, 온도도 급강하해 역시 달리기는 어렵다.
 
4월부터 10월 말까지는 달리기에 좋은 계절이고, 7월~9월이 최적의 시기다. 반바지에 민소매 상의만 걸치고 아무도 없는 새벽도로를 밤새 정화된 맑은 공기를 온몸으로 흡수하며 달리기 때문이다. 단점은 러닝은 해결되지만 근육훈련에는 한계가 있다.

사진 출처 : 챗지피티

도시에선 헬스클럽을 다녔다. 헬스클럽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0개월, 12개월 단위로 일시불로 등록하기에 초기에는 부담되는 금액이다. 그렇다고 매일 가지는 못하고 일주일에 2~3번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했다. 운동이라기보다는 나이 들면서 떨어지는 체력을 방지하기 위한 사전예방이다.
 
시골에는 헬스클럽이 있지만 한 달 최소 6만 원에 갖춘 기구도 도시보다는 빈약하다. 도시는 10개월에 40만 원이면 한 달 4만 원 꼴이지만 오히려 시골은 비싸다. 도시에도 사회체육센터가 있듯 시골에도 다목적 체육회관이 있다. 한 달 4만 원 정액권과 1일 2천 원권이 있다. 단점은 집과 40km 정도 떨어져 있어 접근성이 어렵다.
 
3월부터 10월까지 8개월 동안은 달리기를 통해 혈압도 낮아지고 몸도 슬림해지는 것을 몸으로 체감한다. 특히 배둘레햄(?)이 9월 정도 되면 자전거 바퀴정도로 줄어들어 무릎에 부담도 적고 걸음도 날아갈 듯 가볍다.
 
도시에선 러닝머신인 트레드밀에서, 시골에선 오솔길로 난 도로를 달리며 체력을 유지했다. 트레드밀(treadmill)은 1818년 영국에서 개발된 고문기구다. 트레드(tread: 밟다)와 밀(mill: 방앗간)의 결합어다. 죄수들에게 중노동을 시켜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이중효과를 누렸다. 죄수들은 원통형 계단을 밟아 모터 역할을 하며 체력이 방전되어 녹초가 되었다. 바람의 힘을 이용한 풍차처럼 죄수의 발을 이용한 고문기구는 1898년 폐쇄되었다.
 
고문기구에서 출발한 러닝머신은 현대에는 자발적으로 돈을 주면서 운동하는 기구가 되었다. 도시의 러닝머신은 피크시간인 경우에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밟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러닝머신은 7분까지는 가볍게에서 조금 빠르기로 걷는다. 그 이후는 저속 달리기에서 중속 달리기로 5분 단위로 속도를 올린다. 40분 정도까지는 달린다는 피곤한 느낌이 들지만, 40분 정도 지나면 달리는 것이 지겹거나 피곤한 기분이 달아난다. 이 속도 그대로 얼마든지 달릴 수 있다는 희열을 느끼는데 이를 ‘러너스 하이’라고 한다. 60분 정도 트레드 밀에서 구르고 난 후 상체와 하체 근력운동에 30분 정도 투입한 후 하루의 운동을 마친다.
 
11월 중순부터 달릴 수 없어 배둘레가 점점 오토바이 바퀴에서 자동차 바퀴로 두꺼워지고 걸을 때 몸통이 두꺼워져 불편함을 느낀다. 12월 초순에는 확연하게 몸이 불어난 것과 혁대가 불편할 정도가 된다. 7개월에 걸쳐 지방을 연소시켰는데 한 달반만에 몸은 다시 불편하다.
 
산골이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 사시사철 자연의 변화를 보기에 지루하지 않다. 이웃의 텃밭에서 돼지감자를 캐거나 배추 캐기, 곶감 만들기 등 사소한 도움도 즐겁다. 불편한 것은 지속적인 운동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겨울철 두꺼운 옷에 가려진 두꺼운 배둘래햄(?)이 다시 자리를 잡았다.
 
겨울이면 김장을 하기 위해 배추와 무를 뽑는데 내 뱃살은 봄과 여름에 뽑은 지방들이 겨울이 되면서 오롯이 누룽지처럼 둘러 배둘레에 눌러앉았다. 죄수들을 위한 고문기구였던 트레드밀이 있는 곳까지는 38km를 이동해야 하는데... 산골의 겨울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