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4. 탄소없는 의신마을 산골일기 : 1 = │-1│
C.S. 루이스의 《사자와 마녀와 옷장》에서 사자인 아슬란은 에드먼드 대신에 마녀에게 찾아가 무기력하게 죽임을 당한다. 아슬란은 다른 사람을 대신해 희생되었기에 부활한 후 마녀 군단을 무찌르고 나니아인들을 구출한다. 타인을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내어놓을 정도로 사랑은 힘이 세다.
퀴럴 교수를 통해 부활하려던 볼드모트가 절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목숨도 희생하는 사랑이었다. 해리의 모친은 자신을 희생하여 볼드모트로부터 해리를 지켰다. 해리는 갓난아기였을 때는 몰랐지만 모친의 사랑이란 보호막이 있었기에 살아남았다.
헤르미온느는 트롤이 기숙사에 침입했을 때 해리와 론으로부터 위기를 모면하고, 그 상황에서 자신을 희생하여 이들을 보호한다. 마법사의 돌을 찾는 과정에서 론은 체스경기에서 자신이 표적이 되어 해리가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들 세 명의 관계는 서로 도와주며 지켜주는 긍정의 방향으로 이끄는 조력자들이다.
자신이 알지 못했거나 오해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도와주는 긍정의 조력자도 있다. 해리는 스네이프 교수를 자신을 위협하는 존재로 오해했다. 오히려 스네이프는 해리를 도와주는 존재였음이 밝혀진다.
반면 자신이 도와 줄려 하지만 이것을 오히려 역으로 부정의 방향으로 이끄는 존재들도 있다. 퀴럴은 자신의 몸을 빌려주어 볼드몰트를 부활시키려 하지만, 결국은 자신이 악의 희생물이 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말포이 역시 그럴 인물임을 추정할 수 있다.
1 = │-1│
해리를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도 희생하는 부모와 서로 조력하는 친구들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와주는 스네이프 등의 조력자는 긍정의 효과(1)를 가져온다. 말포이, 퀴럴, 볼트몰트는 해리에겐 부정의 효과(-1)를 끼친다. 부정의 효과(-1)를 긍정의 효과(1)로 바꾸기 위해선 –1에 절댓값을 씌우면 된다.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을 역으로 활용하는 마법은, 자신의 태도를 어떻게 결정할 것이냐에 달려있다. 마법 빗자루로 비행 연습을 하는 첫날, 네빌의 유리구슬을 말포이가 빼앗아 달아난다. 이때 해리는 비행하지 말라는 규칙을 어겨가며 유리구슬을 되찾는 과정에서 위험한 순간을 겪는다. 이 과정에서 해리의 비행실력을 확인한 맥고나걸 교수에 의해 퀴디치 경기의 수색꾼으로 선발되고, 님부스 2000이란 최고의 마법 빗자루도 선물 받는다.
“제가 이 빗자루를 갖게 된 건 여기 있는 말포이 덕분이에요.”라고 말하는 해리의 재치 있는 태도로 자신을 괴롭히는 대상까지도 성장의 자양분으로 삼았다. 오뚝이가 쓰러지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쓰러지지 않는 이유다. 쓰러지려고 하는 그 힘만큼 일어서려는 탄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련은 있을지언정 실패는 없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성장시키는 동력이 된다.
마법사의 돌을 가질 수 있는 자격은 ‘돌을 찾기는 하되, 사용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고 덤블도어는 해리에게 말한다. 해리의 모친은 해리를 사랑하되 무조건적으로 사랑했다. 어떤 부모들은 “내가 너를 위해 얼마나 희생했는데...”라고 말한다. 그 희생이 자식을 위한 사랑일 수도 있겠지만, 부모의 이기심일 수도 있다. 타인 앞에서 우리 자식이 이렇게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을 갔고, 남이 부러워하는 직장과 좋은 배우자와 결혼했다는 그런 말을 듣기 위함도 있을 것이다.
연인 간의 사랑에서도 자신이 갖지 못한 부분이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려는 그런 의도로 사귀는 것도 인간이기에 충분히 가능하다. 나는 이렇게 너에게 해주는데... 너는 나에게 이렇게 해도 되느냐는 불만을 품을 수 있다. 덤블도어의 말을 빌려오면 사랑하는 사람을 찾되, (자신의 의도대로) 사용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사랑이란 마법의 돌을 가질 수 있는 자격이 있다는 말이 아닐까.
나를 도와주는 존재들은 목숨조차도 아까워하지 않을 어머니와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있다. 2001년 도교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출하기 위해 뛰어들었다 희생된 유학생 이수현처럼 이런 부류는 매우 드물다. 현실에선 내가 도움을 주고받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아니면 내가 도와주었는데 오히려 나를 배반하는 부류들도 있다. 부모처럼 내가 배반할지라도 나를 도와주는 존재를 제외하고, 선택할 수 있는 차선책은 남에게 도움이 될 때 타인이 나의 조력자가 될 확률이 높다.
-1의 절댓값이 1과 같은 것처럼 마법의 돌(사랑, 우정 등)은 찾기는 찾되, 자기의 소유로 만들고 싶지 않은 사람이지 않을까. 우리의 사랑이나 우정도 관계를 통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가질 수는 있지만, 내 의도대로 이끌려는 것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 손 안의 작은 새처럼 손가락을 오므려 가지려 들다간 새가 숨 막혀 죽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참고문헌
J.K. 롤링. 『해리포터 마법사의 돌』. 강동혁(역). 문학수첩,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