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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지피티 시대, 다시 생존을 묻는다>

習作

by 풀꽃처럼 2023. 3. 21.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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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PC통신을 통해 원거리 채팅을 통해 생활의 거리가 짧아졌음을 느꼈다. 2007년 애플 아이폰이 등장하고 모바일 인터넷 속도가 빨라지면서 누구나 전 세계를 향해 '1인 방송'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동안 메이저 방송이 전파를 독과점으로 소유하던 시대에서 누구나 실시간으로 1인 방송국을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시대의 흐름을 따라 잡을 수 없던 지상파 공룡은 제 몸의 일부를 전문 매체에 내줄 수밖에 없었다. 만화는 만화 채널로, 스포츠, 드라마, 뮤직 쇼, 영화 등의 전문 채널에 주도권이 넘어 갔다.
 
그나마 공신력을 담보로 뉴스만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실시간 속보가 생명인 뉴스영역에서 1인 방송을 따라잡을 순 없다. 실시간 속보는 내주더라도 뉴스에 대한 신뢰만큼은 유지할 수 있기에 현재의 쪼그라든 모습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미디어 시장의 바로미터인 광고시장에서도 지상파는 이미 모바일 광고시장에 1위 자리를 빼앗기고 말았다. 손안에 쥐어진 스마트 폰은 실시간 쌍방향 방송을 주 무기로 급속히 성장했다. MZ 세대는 물론이고 전 연령에 걸쳐 스마트폰은 생활의 필수매체가 되었다.
 
2022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자료에 의하면 국민 전체의 70%가 스마트폰을 생활의 필수매체라고 응답한 반면, TV는 2%에 그쳤다. 더 심각한 것은 10대의 경우 스마트폰이 필수매체라고 선택한 비율은 97%였고, TV는 0.1%에 불과했다. 50대의 경우도 스마트폰이 70%인 반면 TV는 29.1%에 그쳤다.
 
2022년 11월에 등장한 챗지피티는 다시금 혁명의 시대에 진입하고 있음을 드러낸 사건이다. 원한다면 누구나 소설가, 시인, 화가, 음악가, 프로그래머 등이 될 수 있다. 챗지피티가 거짓말을 뻔뻔하게 진실인 것처럼 대답하는 오류가 있음에도, 인간이 할 수 있는 많은 영역을 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더 무서운 것은 현재의 데이터 보다 훨씬 많은 수준의 양을 다루는 개선된 챗지피티의 실력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 철학자는 노동을 하지 않았다. 노동은 노예나 하층민들이 담당했기에 그들은 창조적인 철학의 영역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다. 르네상스 시대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로 등 거장들은 자신의 공방을 보유했다. 교회나 부자들이 그림을 의뢰하면 공방의 제자들이 먼저 그림을 그리고, 자신은 마지막 중요 붓터치만 한 후, 자신의 이름으로 그림을 건네주었다..
 
챗지피티는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의 노예 역할과, 르네상스 시대 공방의 제자들의 영역을 해결해 주는 도구가 되었다.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창의적 사고를 챗지티에게 요구하면 알아서 거짓말일지라도 무조건 출력해 낸다. 그 출력물의 진위를 구별하고, 마지막 화룡정점은 챗지피티 사용자가 해결해야 한다.
 
단순한 스킬 영역은 챗지피티에게 맡기고 보다 고차원적인 영역에 인간은 몰입할 수 있게 되었다. 혁명의 시대,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이다. 챗지피티에 감사할 뿐이다.
 
 
※ 아래는 400자 초단편 소설 글쓰기 숙제를 챗지피를 활용해 작성한 결과다. MS의 ’빙‘과 오픈AI의 ’챗지피티‘ 두 개를 활용했는데, ’빙‘은 비극적인 내용도 잘 쓰는 반면, ’챗지피티‘는 비극적인 내용도 계몽적인 글로 마무리하는 단점(?)이 있다. 개인적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내용대로 표현해 내는 MS의 ’빙‘에게 한 표를 던진다.
 
챗지피티에게 요구한 내용 : 400자 이내로 소설 하나 써줘. 등장인물은 충직하고 성실한 소방대원 철수와 그의 아내, 그의 상사인 소방대장 호진. 소방대장 호진은 철수의 아내와 불륜관계. 철수는 불륜 사실을 알지 못함. 마침 인근 지리산에 대규모 산불이 발생한다. 소방대장 호진은 철수의 아내와 결혼하기 위해 철수의 팀장 병중에게 철수를 가장 위험한 산불피해 지역으로 내몰게 한다. 철수의 팀장 병중은 상사인 호진의 명령을 어길 수 없어 철수를 맹렬한 산불지역으로 보내고, 철수는 산불 진화하는 중에 사망한다. 소방대장은 고의적으로 부하를 죽음으로 내몰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망사건을 순직처리한다. 그의 부하인 병중은 산불을 성공적으로 진화시켰다며 승진시킨다는 내용으로 써줘(조직의 부정의한 명령에 굴복하는 한국 조직문화와 인간의 악을 고발하는 내용. 구약성서의 다윗, 요압, 우리야 장군, 그의 아내 밧세바를 뼈대로 한 3자 모의로 우리야 장군을 살해하는 내용)
 
 
MS ’빙‘이 작성한 소설
 
“철수야! 너 혼자 저쪽으로 가!” 산불소방대 팀장인 병중은 목소리를 높였다. “그곳이 가장 위험해! 우리들보다 잘할 수 있잖아!”
 
철수는 병중의 눈빛에 의문을 품었다. 그러나 시간이 없었다. 화염과 연기가 하늘을 붉게 태웠다. 철수는 호수처럼 차가운 아내의 얼굴을 떠올렸다.
 
“괜찮아요.” 철수는 웃으며 말했다. “난 충직하고 성실한 소방대원이니까요.”
 
그리고 그는 맹렬한 산불 속으로 달려갔다.
 
“축하해요.” 철수의 아내가 전화로 말했다.
 
“뭐?” 소방대장 호진은 귀를 기울였다.
 
“당신 승진한다던데.”
 
“아… 그래.” 호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결혼할 수 있겠네요.”
 
“응… 그래.”
 
그들은 서로 침묵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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