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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 하나, 풀 하나

    2026.10.22 by 풀꽃처럼

  • #006. 복을 짓다

    2026.10.19 by 풀꽃처럼

  • #005. 행복은 짙은 빨강

    2026.10.12 by 풀꽃처럼

  • #004. 상흔의 여백

    2026.10.01 by 풀꽃처럼

  • #003. 시간의 여백

    2026.09.15 by 풀꽃처럼

  • #002. 하지 않음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不爲之爲)

    2026.09.08 by 풀꽃처럼

  • #001. 나는 나와 잘 지내고 있습니다.

    2026.08.30 by 풀꽃처럼

  • #114. 탄소없는 의신마을 산골일기 : 2025년 읽은 책들

    2025.12.28 by 풀꽃처럼

감 하나, 풀 하나

아침 햇살이 어둠을 걷어내고 있다. 능선을 넘어 동쪽을 향한 경사면을 환하게 밝힌다. 숲의 속살이 드러난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빛이 그은 사선에 줄기와 가지들이 드러난다. 어제 오후의 강풍에 살아남은 잎들이 바람에 종처럼 흔들리며 나부낀다. 녹색부터 노란색까지 제각각 단풍의 단계를 나타낸 잎들이 바람에 몸을 맡긴 채 흔들어댄다. 까마귀가 날개를 아래위로 휘저으며 사선을 그으며 날아간다. 어둠이 가지고 있던 추위가 빛이 나타나며 물러가고 있다. 아침 햇살이 미치지 못한 골짜기는 명암을 드러내며 산의 근육으로 그 깊이를 과시한다. 커다란 바위를 덮은 이끼들도 그 높이만큼 빛으로 자신의 크기를 나타낸 잇다은 선들이 아름답다. 바람은 모든 것을 지나가며 흔들어댄다. 바람은 보이지 않는다. 식물의 움직임으로..

일기 2026. 10. 22. 08:55

#006. 복을 짓다

아파트 1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기를 기다린다. 문이 열린다. 내리는 사람이 있으면 습관적으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다. 아이들일 경우 해맑게 “안녕하세요”라고 대답한다. 자동으로 입이 귀에 걸린다. 젊은 세대도 맞인사를 한다. 나이가 들수록 인사를 받아주는 빈도는 떨어진다. 남성 노인의 경우 입을 굳게 다물고 눈도 마주치지 않고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면서 “인사 좀 하고 살자”라고 속 좁게 마음속으로 외친다. 인사받기 위해 하지 않았지만, 기분은 좋지 않다. 입 밖으로 나간 인사말이 되돌아오길 바라지 않았지만 기분이 편하지 않다는 건, 반응을 기다렸다는 뜻이다. 해야 할 말만 건넸을 뿐, 돌아오길 바라지 않아야 기분이 상하지 않았을 텐데. 누구든지 너희를 영접하지 않거나 너희의..

일기/유유적적(裕裕寂寂) 2026. 10. 19. 15:10

#005. 행복은 짙은 빨강

하동 북촌 코스모스 축제장 체험 부스. 열을 가하면 크기가 줄어드는 플라스틱 종이(슈링클스)에 ‘걸음걸음이 행복입니다’란 문장을 쓸 때, 행복이란 글자를 무슨 색으로 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옆 사람에게 물어보니 잠깐 고민을 하더니 고개를 젓는다. 나 역시 생각해도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 화개면의 왕성 초등학교 3학년 회장(3학년이 1명뿐인)에게 물어봤다. 행복은 빨강, 그것도 짙은 빨강이라고 한다. 이유는 모르겠단다. 아이들의 뇌는 어른들보다 역시 말랑말랑하다. 은유적이다. 놀랍다. 뇌 속의 무수한 신경망이 어른보다 더 느슨한 아이들의 특징이다. 도시를 상징하는 색은 회색이다. 밤이면 번쩍이는 네온사인으로 화려하게 보일지 몰라도 그 내면은 삭막한 색을 감추고 있다. 회색은 생명을 뿜어내기보다는 사그라드는..

일기/유유적적(裕裕寂寂) 2026. 10. 12. 08:13

#004. 상흔의 여백

9월 초가을이다. 반팔과 반바지 차림으로 새벽 달리기 문을 연다. 새벽 공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시간이다. 낙엽이 바닥에 드러누웠다. 굵은 붓에 저마다의 빛깔을 듬뿍 묻혀 겹겹이 도로에 채색했다. 나무마다 독특한 물감을 품었다가 가을이면 바닥에 덧칠하듯 입혀진 유화가 나타난다. 달리면서 빛이 커튼처럼 내려온다. 발아래도 선명해진다. 가벼웠던 다리도 3km를 지나며 속도가 줄어든다. 코너를 돌고 직선거리를 달린다. 발에는 눈이 없다. 자그마한 돌출 보도블록에 꼬여 넘어진다. 몸이 서서히 떨어지는 걸 느끼며 손은 자동으로 바닥을 향한다. 왼쪽 무릎이 까졌다. 손을 짚었지만, 턱도 쓸렸다. 잠시 바닥에 엎드린 채로 있다. 주위에선 ‘어머나’ 놀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충격을 몸으로 흡수한 채 벌떡 일어섰다. 무..

일기/유유적적(裕裕寂寂) 2026. 10. 1. 15:19

#003. 시간의 여백

오랜만에 경주를 다녀왔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으니 여유롭게 약속을 잡고 서두르지 않게 문을 나선다. 아이들 교육비는 완납했고, 이제 다들 결혼과 손주 소식이 화젯거리다. 40대부터 시작한 그의 그림 취미는 어엿한 화가로 변신했다. 이전에는 선이 끊기듯이 짧게 짧게 이어졌는데, 지금은 한 획으로 시원하고 날렵해졌다. 김홍도 풍에서 신윤복 풍으로 진화한 것 같다.인생은 삶이란 도화지에 성장, 취업, 결혼, 육아, 교육, 자녀 독립 등으로 채우는 과정이다. 중요한 키워드를 그렸으니 이제 여백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그가 공동 운영하는 갤러리카페를 방문했을 때는 수강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귀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수강생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그동안 서로 비워두었던 시간이..

일기/유유적적(裕裕寂寂) 2026. 9. 15. 18:22

#002. 하지 않음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不爲之爲)

얼마 전 알짜배기 공기업에서 정년을 꽉 채우고 자유인이 된 친구를 만났다. 실업급여를 받으면서도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하는 중이었다. 직장 생활할 때부터 손해사정사를 준비하더니 최근 2차를 치르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그러면서도 경비지도사 시험공부를 하고 있다. 경비지도사는 현장에서 근무하는 경비원들을 지도, 감독, 교육하는 총괄 책임자다. 월요일 도서관이 휴관이라 스터디 카페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현역에서 대표이사를 하는 친구, 회계사, 세무사, 감정평가사 등 각종 자격증을 취득해 여유롭게 살고 있는 친구들도 있다. 학교를 졸업하고 금융업, 대기업 등 사회 곳곳에 진출한 친구 중 잘 나가는 친구들도 있고, 중간에 그만두고 택배기사를 하는 친구, 한 때 많은 재산을 모았지만 파산하고 병으로 일찍 죽은..

일기/유유적적(裕裕寂寂) 2026. 9. 8. 18:40

#001. 나는 나와 잘 지내고 있습니다.

책을 출판해도 괜찮을 실력이라며 친구끼리 만나면 농담으로 듣던 말이었다. 40억 년도 안 돼 사라질 지구별에서 책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나 같은 사람이 애꿎은 나무 한 그루 없애는 낭비를 한다며 손사래를 쳤다. 6도 1촌 생활을 하며 자연과 함께하다 보니 자연스레 빈 시각들을 글로 채우는 시간이 차지했다. 그렇게 쌓인 글들이 100건을 넘어섰다. 3번째 스무 살을 맞이하며 책을 낼까 하는 생각이 작은 틈을 내며 올라왔다. 남해 바래길을 걸으며 나이 들어서도 일을 해야 살 것 같다는 지인의 말에 즉흥적으로 “그럼 손해평가사 시험을 쳐보라”라고 했다. 그런데 농촌 생활을 하며 일 년에 한두 달 면사무소 행정 업무 알바로 일과의 접점을 유지하는 내 형편이 시나브로 겹쳤다. 농작물에 대한 손해 정도를 평가하..

일기/유유적적(裕裕寂寂) 2026. 8. 30. 18:40

#114. 탄소없는 의신마을 산골일기 : 2025년 읽은 책들

연말이다. 한 해를 돌아본다. 어떤 책들을 읽었는지 경로를 짚어 본다. 2025년에는 198권을 읽었다. 늘 권 수에 상관없이 좋은 책을 읽자고 다짐하는데 눈에 보이는 권 수에 붙잡힌다. 인문 41권, 에세이 28권, 소설 29권, 과학 23권, 정치·사회 19권, 역사·문화 16권, 예술·대중문화 14권, 기타(경제·경영, 자기계발, 기술공학 등) 28권 읽었다. 최근 5년간 추이를 살펴본다. 인문은 변함없이 제일 많이 읽었다. 에세이도 꾸준하게 읽었다. 소설이 점점 늘어났다. 유튜브에 소개되는 책들을 읽다 보니 소설이 자꾸 노출된 영향이 있을 듯 추정한다. 역사·문화도 꾸준했다. 과학책은 과거에는 잘 읽히지 않았는데 지금은 사물의 명확한 원리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인문서의 장점이 사고를 깊게 하지..

일기/산골일기(하동 의신마을) 2025. 12. 28.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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