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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글쓰기

習作

by 풀꽃처럼 2023. 5. 9.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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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에 등장한 ChatGPT는 혁명의 시대에 진입했음을 드러낸 사건이다. 최근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게이츠는 지금껏 두 번의 기술적 혁신을 격었다고 고백했다. 첫 번째가 1980년 윈도 시스템을 가능케 한 그래픽 사용자 환경(GUI)이었고, 두 번째가 AI 시대의 시작이라고 했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AI를 15세기 인쇄혁명에 비유해 지적혁명이라고 말했다.

ChatGPT는 글을 생성하고(Generative) 거의 모든 인간 언어를 사전 학습한(Pre-Training) 변환기(Transformer)다.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로 알려진 딥러닝 모델의 진화버전인 GPT는 질문자의 핵심단어를 파악하고, 다음 단어가 무엇인지를 예측한다. ChatGPT가 기술혁명의 특이점이라는데 이의를 거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지역 방송국을 개국하기 위해 수백억의 방송시설과 장비를 투자해야 하지만, 2007년 스티브 잡스의 스마트폰 혁명으로 누구나 ‘1인 방송’이 가능해졌다. ChatGPT는 글에 대한 얼개만으로도 10초도 안 되는 순간에 작품을 쓰기에 누구나 손쉽게 글을 쓸 수 있다.

 

필자는 지금껏 소설을 한 번도 써 본 적이 없다. 지난 3월 하동도서관 글쓰기 수업 첫 시간에 지리산 산불 진압 시 순직한 소방대원을 주제로 400자 분량의 손바닥 소설(掌編小說) 쓰기 과제에 ChatGPT를 활용했다. 조직의 부당한 명령에 굴복하는 한국 조직문화와 인간의 악을 고발하는 의도로 질문을 했고 결과물을 다음과 같이 출력받았다.

 

 

“석호야! 너 혼자 저쪽으로 가!” 산불소방대 팀장인 병중은 목소리를 높였다. “그곳이 가장 위험해! 우리들보다 잘 할 수 있잖아!”

 

석호는 병중의 눈빛에 의문을 품었다. 그러나 시간이 없었다. 화염과 연기가 하늘을 붉게 태웠다. 석호는 호수처럼 차가운 아내의 얼굴을 떠올렸다.

 

“괜찮아요.” 석호는 웃으며 말했다. “난 충직하고 성실한 소방대원이니까요.”

그리고 그는 맹렬한 산불 속으로 달려갔다.

 

“축하해요.” 석호의 아내가 전화로 말했다.

 

“뭐?” 소방대장 호진은 귀를 기울였다.

 

“당신 승진한다던데.”

 

“아… 그래.” 호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결혼할 수 있겠네요.”

 

“응… 그래.”

 

그들은 서로 침묵했다.

 

 

은유가 없는 서술문 형식의 소설은 충분히 완성도를 갖춘 수준이었다. ChatGPT는 거짓말을 뻔뻔하게 진실인 것처럼 대답하는 오류는 여전히 있으며, 노엄 촘스키는 첨단기술 표절시스템이라고 혹평했다. 그럼에도 AI는 인간의 창작영역이라 생각했던 글쓰기 영역을 상당 부분 해결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단순한 스킬 영역은 ChatGPT에게 맡기고 보다 고차원적인 영역에 인간은 몰입할 수 있게 되었다. AI로 촉발된 혁명의 시대, 글쓰는 사람에게 기회가 될 것인지 위협이 될 것인지는 본인에게 달렸다. AI로 하여금 내가 하는 일을 도와주도록 할 것인지, AI가 내 일을 빼앗아 갈 것인지는 오롯이 개인에게 달렸단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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