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 탄소없는 의신마을 산골일기 ; 평사리에 그려진 발자국들
겨울 평사리 들판에는 차가운 바람과 고독한 정적만이 충만하다. 강이라고 하면 강폭이 넓고 백사장은 좁은 것이 특징이다. 하동의 섬진강 평사리는 모래사장이 주인이고 강물은 거저 귀퉁이에서 거들뿐이다. 걸어도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 평사리는 고운 입자의 모래가 넓게 펼쳐져 있는 장소다. 평사리를 이루는 경계선에서 신발과 양말을 벗고 걷는다. 부드럽게 발바닥을 감싸 안으며 제 몸 안으로 이끄는 평사리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자연의 모습 그대로다. 한 발 한 발 모래 속으로 빠져들고 나오기를 반복하며 걷다 보면 절도 명상의 단계로 들어간다. 평사리를 건너 섬진강이 흐르는 물줄기에 가까이 가면 졸졸졸 흐르던 강물은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폭을 자랑하며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평사리 들판에 사람은 없지만 많..
일기/산골일기(하동 의신마을)
2024. 2. 13. 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