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梅佛, 衆生

習作/디카시

by 풀꽃처럼 2023. 3. 20. 21:18

본문

梅佛이 제 몸을 열어젖혔다

그 부처를 자신만의 뷰파인더에 담을려고

다른 중생들에게 비키라고 고함을 친다

 

梅佛은 중생에게 철따라 행복을 주지만

중생은 중생에게 불편함을 요구한다

梅佛을 보며 중생인 것이 한없이 부끄럽다

 

 

梅佛,衆生

구례 화엄사 홍매화가 제 몸을 열어젖히며 개화했다. 새벽부터 전문 사진사와 아마추어 사진사들이 좋은 목을 자리잡았다. 오로지 홍매화의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서로 경쟁적으로 셔터를 누른다. 자칫 자신의 앵글에 다른 사람이 들어오면 고함도 질러가며 비키라고 한다.

 

오직 자신만의 사진을 담기 위해. 문득 매화가 梅佛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매화는 스스로 아름다운 자태를 보이며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지만, 사람들은 뷰파인더로 들어오는 매화의 사진을 담아 경쟁적으로 콘테스트에 참여할려는 욕심이 보였다. 홍매화처럼 스스로 존재하며, 사람들에게 철따라 행복감을 선사하는 그런 사람들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스스로 한 그루 홍매화가 되어 자신의 발길이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자태와 향기를 자연스럽게 내뿜으면 세상을 얼마나 아름다워질까.

 

화엄사 홍매화는 梅佛이 되어 분주하게 자신의 욕심들을 채우는 중생들을 보고 있다. 먼저 부처가 되라고.

 

2023.03.20.월

'習作 > 디카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回歸  (1) 2023.12.18
페이크  (0) 2023.10.15
말의 무게  (1) 2023.09.05
未蓮  (0) 2023.03.27
봄여름가을겨울, 봄  (0) 2023.03.18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