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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6. 탄소없는 의신마을 산골일기 ; 모든 것은 시작은 원자였다

일기/산골일기(하동 의신마을)

by 풀꽃처럼 2023. 11. 2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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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가설'이란 원자는 끊임없이 움직이며 조금 떨어져 있으면 서로 끌어당기지만 너무 밀착되어 있으면 밀어내는 아주 작은 입자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뜻이다. 원자(atom)는 그리스어로 '더 이상 쪼갤 수 없는(atomos)'에서 유래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우주로부터 왔다. 행성이 폭발하면서 흩어진 파편들이 지구를 만들었고, 그 원자들로 구성된 것이 지구 위의 물질과 생물을 만들었다. 사람 몸도 원자로 구성되어 있기에 죽으면 다시 먼지로 돌아가고, 어느 식물이나 동물의 먹이가 되고, 식물과 동물은 다시 누군가의 음식이 되는 순환과정이다.

원자의 속성이 끊임없이 움직이듯 사람도 활동해야 살 수 있고, 홀로 떨어져 있으면 같이 있고 싶어 하고, 같이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떨어지고 지고 싶은 속성을 지니고 있다. 사람이 원자로 구성되었기에 본질은 변하지 않는가 보다. 중국 속담에도 성 안에 있으면 나오고 싶고, 성 밖에 있으면 들어가고 싶다는 말이 있다. 남녀의 결혼생활도 그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연애시절에는 같이 있고 싶어 하지만, 결혼하면 벗어나려는 자연스러운 본능도 원자로 이루어진 물질의 속성이기 때문일까.

새벽 산책길 의신계곡 서산대사가 수행했다는 명상바위

차가운 겨울 새벽 공기를 맞으며 걷는 산책길에서 만나는 사물들. 오솔길에는 자연스레 떨어진 나무 줄기, 인간에 의해 잘린 그루터기, 제 무개를 이기지 못해 뿌리째 뽑힌 나무들. 늦가을 피었다가 서리를 맞고 있는 산수국, 뿌리부터 줄기 끝까지 광합성을 끝내고 시들고 비틀어진 여름 식물들, 길가의 전봇대와 늘어선 전깃줄, 벌써부터 고로쇠에 빨대를 꽂아 수액을 채취하는 등 모든 물질과 나는 동일한 원소로 구성되어 있다.

원자들이 헤쳐모여 하면서 이루어진 지구상의 모든 것은 동일하다. 책상과 나는 같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모니터를 두드리는 자판과도 동일하다. 물질과의 관계도 이럴진대 살면서 누구를 미워하거나 멀리할 필요는 없을 텐데... 원자의 속성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떨어지면 있으려 하고, 있으면 떨어지려는 속성이기에 그 구성물질인 나란 인간도 혼자 있으면 외롭고, 같이 있으면 떨어지려 하고, 움직여야 살아갈 수 있는 원자의 후예다.

미워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괘씸한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면 다시 미워한다. 모든 것이 원자의 속성에 따라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미움을 받는 것도 사랑하는 것도 원자의 성질에 기인한다. 그 원자의 집합으로 사람이 되었고, 누구나 독특한 개성으로 저마다의 찰나 같은 삶을 살아간다. 섬광같이 짧은 생에 동안 다가오는 모든 것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삶은 다시 원자처럼 무수한 가능성으로 일어날 것이다. 우주도 지구도 사람도 그저 생각할수록 신기하고 오묘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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