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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산다는 건(9) : 기장 오시리아 ~ 송정역(폐역) ~ 그린 레일웨이 ~ 해운대 해수욕장 별빛 축제

부산에 산다는 건

by 풀꽃처럼 2022. 1. 6.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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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걸은 길 : 기장 오시리아 관광단지 ~ 죽도산 ~ 송정 해수욕장 ~ 송정역(폐역) ~ 청사포 다릿돌 전망대 ~ 동해 남부선 옛철길 ~ 해운대 해수욕장 빛축제

오늘(1.6) 회사 후배와 점심 약속이 있어 겸사겸사 기장에서 해운대 해수욕장까지 산책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파이어족을 선언한 후 한량의 삶을 선택했다. 아직도 불러주는 후배가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혈기왕성하게 일해도 부족할 시기에, 혈기왕성할 때 여행을 하기 위해 무한정 자유의 시간을 선택했다. 막상 맘껏 누릴 수 있는 자유 시간은 무한정 고문의 시간이었다. 무한정 자유시간에 무한정 책을 읽고, 배우고, 여행할려는 사전 계획은 무한정 흐트려 졌었다. 계획은 사람이 할지라도 그 길을 인도하는 분은 하나님임을 몸으로 체득중이다 ^^;;

이제 겨우 한량의 리듬에 익숙해 질려 한다. 물론 기상시간은 새벽 5시 그대로다. 5시에 기상해 책을 읽고, 헬스클럽에서 운동하고, 저녁에 10시에 잠자리에 드는(몇 년 전까진 11시에 취침했지만 점점 당겨진다 ^^;) 패턴은 그대로다. 낮시간은 무너지더라도 기상 시간과 운동 시간, 취침 시간은 지켜왔다.

기장 용궁사옆 오시리아 공원 조형물

인생은 물음표로 시작해서 물음표로 끝날 것 같다. 여전히 나는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고, 내일은 더더욱 모르고,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진 까마득히 모른다. 그저 눈앞에 다가오는 날들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물음표는 호기심이다. 어쩌면 호기심이 지금까지 삶을 끌어온 건지도 모른다. 책도 여행도 무모한 시도도 호기심이었던 것 같다. 매년 작성하는 목표의 최후 끝 줄엔, 죽는 순간에도 죽음 후에 어떻게 전개될지 호기심이 발동한다고 적혀있다. '주님계신 곳, 기쁨과 설레임으로 나아가기'라고 인생 마지막 버킷 리스트의 끝줄에 적혀있다.

기장 공수해안길에서 바라본 공수방파제

햇살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바다에 부서져 그 형체를 드러낸다. 보이지 않지만, 간접적으로 보이는 모습을 통해 보이지 않는 존재를 추정할 수 있다. 세상에 보이지 않는 코로나 바이러스도 드러나는 질병을 통해 알 수 있다. 세상에는 보이지 않고, 알 수 없는 일들이 무한정 있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란 말은 무한히 어리석은 정의다.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두루미가 해안에서 두런거리고 있다.
공수마을 수호 신사당

공수마을의 공수란 지명은 이 곳에 공수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공수전이란 고려때 관가의 관사 숙박비나 접대 등을 충당하기 위해 마련된 공전을 말한다. 바닷가의 수호 신당은 뱃사람의 풍어와 안전을 기원하는 곳이었다. 산신당 보다는 바다의 신당이 더 절박하다. 바다는 바람을 피할곳도 파도와 햇빛을 피할 수도 없다. 마을 어귀에 있는 신당보다는 바다에 있는 신당이 더 절박하게 보이는 이유다. 제주에 여자가 많은 것도 바다에서 죽어나간 남자들이 많았기에 여자가 상대적으로 많게 보였을 뿐이지 않았을까.

죽도산에서 조망한 송정 해수욕장

바다는 겨울이 제철이다. 차가운 하늘을 그대로 비춰주는 차가운 겨울 바다는 쌀쌀한만큼 선명하게 눈동자에 각인된다. 쌀쌀맞은 사람이 뇌리에 깊이 새겨지듯...

송정 죽도산에서 바라본 청사포 다릿돌 전망대

죽도산은 지금은 소나무가 주종이지만 과거에는 대나무가 많았었다. 대나무는 좌수영에 보내어져 전쟁용 화살 제조에 사용되었다고 한다. 죽도의 대나무로 만든 화살을 이순신 장군도 사용했을까...

송정 해수욕장의 서퍼들

차가운 한겨울에도 파도를 즐기는 서퍼의 열정을 막을 순 없나 보다. 미쳐야 보인다는 말이 실감난다. 미치지 않고서야 한겨울에 서핑을 즐길 수 있을까. 세상 사는 것도 미쳐야 하건만...늘 맛만 보다가 쓰다고 돌아서는 내 모습이여 ㅋㅋㅋ

송정역(폐역) 역사
끊어진 송정역 철로
송정역 종점에 대기중인 트램

새벽에 서면 부전역에 반친구들과 집결해 동해남부선의 완행기차에 올라타 경주까지 수학여행을 떠났던 시절이 떠오른다. 지금은 열차를 운행하지 않는 미포에서 송정역까지 4.8Km 구간을 '해운대 블루라인 파크'로 명명해 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동해남부선 철길은 일제 시대에 자원 수탈을 위해 사용되었다(등대 역시 일제가 전쟁에 활용하기 위해 지었다). 일제는 한국의 발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철저히 일본 제국주의 후방기지를 유지하기 위해 조선을 유린했다. 2차대전 말기에는 연합국의 최후의 방어선으로 제주도를 병참화해 곳곳에 방공호로 파헤쳐 놨다. 일제 때문에 한국이 발전했다는 망말을 들을때마다 허탈하다. 그 뒤를 이어 미국이, 지금은 중국과 미국의 틈바구니에서 생존을 모색하는 형세다.

여하튼 동해남부선은 해방후 부산~포항을 잇는 교통수단으로 이용되었고, 2013년 새 선로를 만들면서 이 구간은 폐선되었다.

청사포 다릿돌 전망대에서 조망한 송정 해수욕장과 죽도산
청사포 다릿돌 전망대


청사포 다릿돌 전망대는 높이 20m, 길이 72.5m로 유리 잔도를 통해 아래를 전망하니 약간 아찔하다. 부서지는 파도가 그 효과를 더한다.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볼 수 있는 잔도로 구성된 전망대다.

해운대와 송정의 중간 기착점인 청사포 트램 정거장
해변열차의 종점인 미포역과 100층 빌딩(엑스 더 스카이)

한 때 미포~송정역 구간 해변열차 사업을 검토한 적이 있었다. 정체 모를(?) 업체에서 SPC구성을 제안해 왔었다. 당시 회사 규모에 비해 너무나도 큰 자본투자라 선뜻 결정하기엔 어려움이 많았다. 회사 전체 분위기는 반대였지만, 밀어 부쳤던 인물때문에 여러차례 회의를 거쳤다. 제시한 추정 사업계획은 너무나도 장밋빛 전망이라 더 신빙성이 없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사업이면 굳이 자체 사업을 할 것이지 왜 방송국 자금을 끌어들이는지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 운영되고 있는 해변열차를 현장에서 살펴보니 평일인데도 시간별로 매진 행렬이다. 지상에는 대규모 트램이 상층부엔 2인승 트램이 가득가득 사람을 실어 나른다. 사업예측 실패일까...

1993년 지역mbc 입사 당시 퇴직을 앞둔 선배들이 하던 말이 지금도 생생하다. '앞으로 너희들 뭘 먹고 살래'와 아침마다 여직원이 타주던(과거에는 그랬다. 지금은 직접 제조하지만) 커피를 마시면서 들었던 것이 '여행업'이었다. 지금이야 모든 지역방송사들이 여행업, 웨딩업, 레일 바이크, 영화관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생존 모색하고 있다. 입사 당시에는 독과점 형태로 누워서 떡먹던 시절이었지만 선배들은 후배들을 걱정했던 시절이었다.

회사에 재직 당시 매년 줄기차게 순이익의 5%는 전문 경영인이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제안했지만, 한 명의 전문 경영인 말고는 실행되지 않았다. 회사 경영의 바로비터는 비율경영이란 개인적인 원칙을 가지고 임했다. 미래 후배들이 살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다. 순이익의 5%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전문 경영인의 자율에 맡길 때, 실패와 경험이 축적되어 후배들이 이어받는데 좋은 거름이 되길 원했다.

지역방송은 중앙에서 배분해 주는 광고 덕분에 유지되어 왔었다. 그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문 경영인의 재량권으로 자체 사업을 시도할 수 있도록 제안했다. 물론 시도한 사업이 실패한 것도 있고, 유지되고 있는 것도 있다. 아이가 혼자 서기 위해선 무수히 넘어져야 하지만, 현재의 지역민방 체제는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사업은 시도하지 않는 실정이다. 지금은 창밖에서 관망만 할 뿐이다.....

미포에서 바라본 해운대 해수욕장

해수욕장에 도열한 빌딩들 때문에 백사장이 좁아 보인다. 겨울방학이라 사람들이 적지 않다. 백사장이 점점 좁아 보인다. 수영만을 매립하면서 바뀐 조류의 영향이다. 자연의 역습이다.

100층 엑스 더 스카이...높다....
길갈매기들이 먹이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길고양이 처럼 길갈매기들이 사람주위에 모여 먹이를 받아 먹기 위해 옹기종기 모여 있다.

해운대 백사장 빛 축제(2021.11.27~2022.2.2)
빛의 바다

빛의 향연

빛의 파도가 넘실대는 모습이 볼만하다...

해운대 해수욕장~해운대 지하철역 구간의 빛축제 거리

빛축제는 짙은 겨울밤에 겨울 바다를 낭만적으로 수놓은 좋은 볼거리다. 화려한 빛의 향연처럼 우리들의 삶도 코로나 마스크를 어서 벗어던지고 싶구나.

오늘은 아끼는 후배로부터 황송한 점심을 대접받았다. 좋은 사람과의 만남은 언제든 행복하다. 후배와 헤어진후 기장까지 버스로 이동해 해운대 해수욕장까지 10km 이상을 걸었다. 겨울이지만 걷기엔 더웠다. 걷다보면 지도에는 나오지 않는 오솔길과 오솔길의 끝에서 만나는 의외의 풍광은 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인생길도 짜여진 계획보다는 의외의 길로 접어들었을때 진짜 인생이 펼쳐진다. 인생은 예측불가해서 늘 신선하다. 계획대로 인생이 펼쳐진다면 얼마나 따분할까. 인생길이 수시로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지만, 인생을 바라보는 태도만 바르다면, 인생은 언제나 호기심이란 상자를 여는 설레임반 두려움반이 교차하는 법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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