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새벽이 제격이다. 사람들이 집에서 나오지 않았을 때 도로의 찬공기를 가르며 차를 모는 기분은 여간 좋은게 아니다. 새벽 차가운 공기를 막 깨우는 태양이 바다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차가운 공기가 태양의 기운을 이길 때 아침해 온전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른 아침에 잠깐 볼 수 있는 잊지 못할 풍광이다.
오늘 일정은 부여 성흥산의 '사랑나무', 금강 철새 조망대, 군산 근대화 거리, 고군산군도 일원을 코스로 잡았다.
이른 아침에 여행을 나서야 제대로 볼 수 있다. 새벽 이슬이 길에 눌러 앉았을 때, 이슬이 공기중에 떠 다닐때 경치는 더 깨끗해 보인다. 먼지가 이슬에 막혀 땅에 머무를때 시야는 멀리까지 보이고, 카메라 렌즈는 더 깨끗하게 제 몸으로 풍광을 끌어 안는다. 그래서 여행은 이른 아침에 나서야 그 맛을 더할 수 있다.
수령 400년, 높이 22m, 둘레 5.4m인 가림성 느티나무는 백제시대 군사적 요충지인 성흥산 가림성에 위치해 있다. 가지가 하트처럼 보여 '사랑나무'로 일컬어 진다. 드라마 <서동요>, <대왕 세종>, <바람의 화원>, <호텔 델루나> 등 숱한 드라마와 영화의 촬영지로 유명세를 탔다. 정상에 우뚝 선 나무는 산 밑의 세상을 내려다 보고 있다. 과연 연인들이 좋아할 장소다. 이른 아침에 오니 산아래 해무가 장관이다.
철새는 눈을 씻고 봐도 안보인다. 깨끗하다. 1층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지금은 철이 아니란다. 가창오리 군무를 볼 수 있는 유명한 곳이 이곳이다. 작년에는 전남 영암호에 들렀는데 보지 못했다. 몇 번을 시도했지만 볼 수 없었다. 겨울에만 볼 수 있는 가창오리 군무는 볼 수 없어도 다른 철새는 볼 수 있으리라 기대했건만, 너무 깨끗하다.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은 일제시대 철길과 침목이 그대로 있는 장소다. 철길은 400m 정도 이어져 있다. 70년대 건축된 낡은 2층집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근대 풍경을 자아낸다. 건물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풍광이 이색적이다. 지금은 추억의 거리로 상점들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70, 80년대 교복을 입고 그 시절 추억을 되새기는 사진 명소다.
일제 시대 일본 제18은행 군산지점 건물. 지금은 군산 근대 미술관으로 운영중이다. 1907년 군산에 개설했다. 일본인들이 싼이자로 대출받아 조선인들에게 고리대금업으로 토지를 수탈했었다. 군산과 목포는 일제시대 지어진 건물과 가옥이 많이 남아있는 곳이다.
1908년 지어진 건물. 곡창지대인 호남 지방의 곡물을 수탈한 역사적 현장이다.
군산 근대 역사관을 중심으로 군산세관, 근대 미술관 등이 자리 잡고 있다.
떠나간 그 사랑은 다시 돌아오나요? 8월에? 떠나간 사랑은 사랑일까요?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나면 그 사람이 다시 돌아올까요? 사랑에도 종류가 여러가진데,,,사랑,,,참,,,
좋을 땐 천국이고, 얼어붙으면 동토고, 떠나면 타국이고, 식으면 냉국인데...사랑은 신묘막측하다. 사랑...이란...단어는 이제 말라 비틀어져...까맣게 타다 남은 성냥 한 개비가 흰 연기를 머리 위로 쏘아 올리곤 검게 탄 머리를 숙이고 있는게 사랑이다.
전국에서 본 일본식 가옥중 가장 큰 규모다. 일본인 가옥 실내는 구룡포에서 둘러본 적이 있다. 그 곳에 비하면 상당한 규모의 일본식 가옥이다. 일제시대엔 군산이 목포와 함께 쌀을 수탈하는 중심지였기에 가옥도 상당히 크다.
고군산군도의 선유도와 장자도는 드라이브 하기에도 눈요기 하기에도 좋은 섬이다.
숙소에 도착해 샤워하고, 잠시 눈을 붙인다. 공용주방에 식수를 담으러 간다. 공용주방 마저 아담하게 사색하는 공간으로 꾸민 숙소다. 저녁에 올려다 본 하늘에 별이 총총 걸려 있다. 내가 보는 저 별 빛은 작게는 수십만 광년, 많게는 수억 광년이 걸려 내 눈에 들어왔다. 우주의 개념은 빛이 1년 걸려 닿는 거리를 1광년으로 계산할 만큼 어마어마한 공간이다. 그 작은 먼지보다는 작은 이 지구에서 벌어지는 숱한 일들이 얼마나 허무하고 가소로운 것인가.
신이 우주를 만들고, 인간을 만들었다면 인간은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가. 그럼에도 인간의 가슴속에는 얼마나 오만함이 하늘을 찌르는가. 우주는 끝이 없고, 인간의 욕심은 꺼지지 않고 타오르는 지옥불이고, 신은 그 지옥불을 십자가의 피로 사그라지게 하고, 나는 여전히 헛헛하고 무관하게 숨쉬고,,,,알 수 없는 삶이다. 밀어내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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