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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 해저 터널, 꽃지 해수욕장, 운여해변, 성경전래지 기념관, 금산교회(2022. 3. 9) : 눈의 힐링, 마음의 힐링

부산에 산다는 건

by 풀꽃처럼 2022. 3. 12.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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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살때 밀양 수련회에 갔었다. 늦은 밤 시냇가에 우연히 나갔다 올려다 본 하늘엔 별들이 꽉 차 있었다. 별들이 머리위에 쏟아질 것 같은 신비함과 황홀감을 체험했었다. 은하수가 쏟아질 듯 여름 밤하늘 전체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 때의 감각이 여전히 남아 있다. 변산 반도는 불빛과는 거리가 있는 지역이다. 새벽에 깨어 숙소 밖으로 나왔다. 올려다 본 하늘엔 북두칠성이 걸려 있다. 스마트 폰 렌즈로 담기엔 아직 부족하다. 대신에 나뭇가지 사이로 점점이 박힌 별들이 눈에 들어온다. 도시보다는 밀도가 높지만, 22살때 봤던 별들과는 비교되지 않는다. 그래도 이른 봄 바라본 차가운 새벽하늘의 별들이 반갑다.

보령 해저터널, 해저지점을 지나며

충남 보령시 대천항과 원산도를 잇는 보령 해저터널을 지난다. 2021년 12월 1일 개통했다. 총 길이 6,927m로 국내 최장터널(세계 5번째)이다. 최대 수심 60m까지 내려간다. 전액 국가재정사업으로 통행료가 없다. 부산~거제 해저터널이 왕복 2만원이다. 부산은 곳곳에 통행료 지뢰밭이다. 터널이 생겨 통과할때마다 '결제되었습니다'란 기계음이 들리며 돈을 뜯어가는 무자비한 도시다.

차는 시속 70km, 차선을 유지하는 크루즈 상태로 전환한다. 차는 선을 감지하며 핸들을 조금씩 돌린다. 핸들에서 손을 떼곤 해저터널을 통과하는 장면을 사진으로 남긴다.

충남 태안 꽃지 해수욕장 할미할아비 바위. 곧 육지와 길이 열린다.
꽃지 해수욕장의 할미할아비 바위까지 열리는 바닷길

꽃지 해수욕장 앞에 위치한 할미할아비 바위로 가는 바닷길이 순식간에 열린다. 중간에 바닷물이 넘실 거릴땐 몰랐는데, 점점 파도가 얕아지더니 드러나는 뭍이 바다를 양쪽으로 가른다. 싸리빗자루로 파도를 이리저리 가르더니 금새 뭍이 드러난다.

자연은 신비롭다. 태양, 지구, 달의 인력과 원심력으로 일어난다는 썰물과 밀물에 의해 바닷물은 치고 빠진다. 머나먼 우주간에도 보이지 않는 작용으로 지구인에게 신비로운 장면을 선사한다. 태양과 지구가 조금 더 멀거나 가까워진다면 인류는 생존할 수 없다. 게다가 다른 행성들조차 태양에 빨려들어 가거나 이탈할 수 있다. 그야말로 절묘한 지점에서 절묘한 기울기로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돌고있다. 우연이라기엔 설명할 수 없는 자연의 신비다.

작고 아담한 할미바위

길에서 만난 고영희와 함께

사람의 손을 탄 길에서 만난 고영희(고양이). 내가 친절하게 대해주면 고영희도 제 몸을 쉽게 내어준다. 제 몸을 내게 부비며 소속감을 확인한다. 90% 이상의 고영희는 사람을 보면 달아나지만, 10%의 고영희는 사람에게 안기며, 배를 보이며 애교를 보인다. 당장 보쌈이라도 하고 싶지만, 그러면 내가 정주 생활을 해야하니 눈물을 머금고 돌아선다.

태안 운여해변 1
태안 운여해변 2
태안 운여해변 3
태안 운여해변 4

꽃지 해수욕장에서 가까운 운여해변. 넓은 백사장이 빨래판처럼 울렁인다. 물이 빠진 넓은 해변은 아기들 놀이터론 제격이다. 솔숲에는 캠핑온 텐트가 여러동 보인다. 동해안이 시퍼렇게 맑고 좁은 백사장이라면, 서해안은 뻘이 넓어 살아있고, 마음이 푸근해지며 가라앉는 느낌이다.

동해안은 그냥 광활한 수평선과 부서지는 햇살을 그저 바라만 본다. 서해안은 올망졸망한 무인도와 가까운 무인도가 조류에 따라 바닷길이 열린다. 갯펄에는 무수한 생물들이 살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동해안이 관상형 해변이라면, 서해안은 체험형 해변이다. 걷고, 만지고, 관찰하는 함께 호흡하는 해변이라서 좋다.

바닷 바람이 모래를 밀어부쳐 만든 소황사구

기독교 전래 박물관으로 가는 길에 우연히 만나 소황사구. 강한 바람의 작용으로 모래가 해안에 쓸려와 쌓여 사막처럼 보이는 해안이다. 사구는 신두리 해안사구가 유명하다. 이 곳 소황사구는 넓게 퍼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소황사구를 지나가는 철새 무리들
마량진에 위치한 성경 전래 기념관
성경 전래 기념관 앞의 마량진
1611년 제작된 킹제임스 성경 초판본
토라 원본(왼쪽 창세기, 오른쪽 출애굽기)

1816년 이 곳 마량진에서 일시 정박한 영국 함선으로부터 선물로 받은 성경이 한국에 최초로 소개된 성경이다. 영국 함선은 당연히 한국의 인근 해안을 측정해 자국 무역과 전쟁에 유리한 해도를 작성코자 했을 것이다. 서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지만 영국 함선은 조선 관리에게 성경을, 조선 관리는 부채를 선물로 교환했다고 한다.

이곳에 보관된 소장품 중 눈에 띄는 것은 1611년 제작된 킹제임스 성경 초판본이다. 킹제임스 성경은 교회의 지시가 아닌 왕의 명령으로 제작되었고, 인쇄기를 활용해 대량 제작해 보급한 점이 특징이다. 전래관에 전시된 킹제임스 초판본은 싯가 3억원이라고 한다.

전북 김제 한옥예배당인 금산교회(1908년 건립)

무역상이었던 조덕삼은 거상이자 지주였다. 그의 집에 선교사 테이트가 방문하면서 복음을 듣고 예수를 영접했고, 사랑채에서 시작된 교회가 금산교회다.

이자익은 조덕삼의 머슴인 마부로 고용되어 금산교회에 출석한다. 조덕삼은 이자익 보다 15살이나 많았고, 금산교회의 설립자였다. 장로를 피택할 때  뜻밖에도 머슴인 이자익이 선출된다. 더 놀라운 것은 조덕삼이 하나님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여 선출된 이자익 장로를 잘 받들고 교회를 섬기겠다는 태도였다.

조덕삼은 이자익 장로를 평양신학교에 전액 학비를 대며 보낸다. 훗날 조덕삼이 금산교회 장로로 섬길 때 이자익 목사를 금산교회 담임으로 초빙해 교회를 섬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ㄱ자형 한옥 교회 건물

남녀 7세부터는 같이 앉지 않기에 왼쪽 긴 건물이 남자 신도, 짧은 오른쪽 건물이 여자 신도용 공간이다.

여자 신도들이 착석했던 곳의 상량문(고전 3:16~17)
여자측 상량문 전체(고전 3:16~17)

남자측 건물의 상량문은 고후 5:1~6절을 한자로, 여자측 건물은 고전 3:16~17절이 한글로 씌여있다.

왼쪽 1908년 교회 건물, 오른쪽 1988년 현재 건물
ㄱ자형 교회(남자 왼쪽, 여자 오른쪽)
남자 신도측에서 본 예배당

강대상은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남성을 향해 위치해 있다.

여자 신도측에서 본 예배당
예배당에서 바라본 왼쪽 여자 신도, 오른쪽 남자 신도

금산교회는 일제시대 3.1만세운동에 참여하고, 신사참배를 거부해 교회가 폐쇄되기도 했다.

금산교회 기념관에 전시된 찬송가 <내 평생 소원 이것뿐>

금산교회 기념관에는 ㄱ자 형태로  예배하는 미니어처와 역사가 전시되어 있다. <내 평생 소원 이것뿐>이란 찬송의 예스런 한글이 더욱 정감있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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