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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매드랜드(Nomad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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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풀꽃처럼 2021. 4. 18.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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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計數)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움 마음을 얻게 하소서 (시90:12).

 

영화 <노매드랜드>를 보면서 끄집어 올려진 구절이다.  사양산업으로 사라진 도시는 인생을 정처없는 유목민의 삶으로 내몰았다.  그녀의 자동차는 이동식 주택이 되었다.  정처없는 노마드처럼 일거리를 찾아 미국 전역을 이동한다.  인생 역시 유목민처럼 살아가는 시간의 대지란 마음 위에, 자기만의 상처 구덩이를 파는 과정이다.

 

대도시에 머물든 유랑생활을 하든, 모든 사람은 마음이란 인생 밭에 상처 구덩이를 파기도 패이기도 한다.  그 구덩이에서 다행이 샘물이 솟아나와 치유가 되든, 퍽퍽한 먼지만 목구멍을 까끌거리든, 인생이란 유목은, 마음속에서 상처란 구덩이를 남긴다.  그 상처가 있기에 상처받은 상대를 이해할 수 있고, 감싸줄 수 있다.  

 

영화는 등에 짐을 짊어지고 이동하는 달팽이처럼 미국의 광활하고도 숨어있는 멋진 풍광을 만난다.  인류의 역사는 지극히 유한한 먼지 같은 인생이 날을 셀 수 있는 지혜를 깨달아, 눈에 보이는 인생의 날들이 아닌, 마음의 광활한 근원으로 여행을 떠나는 노마드처럼, 무한의 창조 시간을 갈망하는 지혜를 깨닫는 과정이지 않을까.

 

지구 상의 모든 인생은 노마드 삶이다.  잠시 잠깐 있으면 먼지로 돌아가기에 아등바등 정착할 필요는 없다.  애걸복걸 욕망의 노예이거나 포로일 필요는 없다.  욕망이 가을날 무르익은 감이 떨어지는 것처럼 그렇게 떨어져, 생명의 양식이 된다면 이 또한 아름다운 삶이다.  인생은 욕망이란 씨줄과 날줄이 촘촘히 엮여있기에, 노마드적 삶을 추구하긴 어렵다.  죽음이 피부에 와닿아야 노마드 삶의 참의미를 깨닫지 않을까.  먼지 같은 인생이 무한한 지구 역사 속의 찰나보다 짧은 시간의 단면임을 깨닫는 것은, 죽음이란 화살촉이 눈 앞에 닿았을때 깨닫는 지극히 오만한 생물이다.

 

노마드는 불안하지만 시간의 자유, 장소의 자유, 마음의 자유(종종 불안과 상대적 왜소함을 느끼기도 하지만)를 향한 자발적 비자발적 선택이다.  주여, 인생의 날이 얼마나 짧고 보이는 것은 순간임을 깨닫게 하셔서, 보이지 않는 무한한 시간을 바라보는 지혜를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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