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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미술관> : 그림으로 읽는 혁신의 사례들

독서

by 풀꽃처럼 2022. 4. 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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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길에 들렀던 제주 서귀포 이중섭 박물관 관계자로부터 이중섭의 붉은 황소는 이건희 가문이 보유하고 있다고 들었었다. 2021년 9월 고인이 된 이건희 회장이 소장했던 예술작품들을 감상했다. 서울 국립 현대미술관에 본 이중섭의 붉은 황소는 생각보다 크기가 훨씬 작았다. 이중섭은 소를 그리기 위해 하루 종일 소를 관찰하다 소 주인에게 고발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중섭의 소>, 2021년 9월 국립 현대미술관에서 촬영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몇 시간 동안 그림을 그리지 않고 바라보기만 한 적도 많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미술가들은 새로운 패턴을 찾고, 양식과 기법을 창안하고, 가치와 의미를 발견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빛의 화가 모네도 지독하게 오랫동안 그리고자 하는 대상을 관찰했다.

관찰은 생각의 한 형태이고, 생각은 관찰의 한 형태다. 관찰이 진득하게 진행되면 될수록 관찰자는 남이 못 보는 것을 보게 되고 남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창조와 혁신을 이루는 것이다. 혁신가는 본질적으로 관찰자다.

답은 언제나 현장에 있다. 산에서 약초를 캐는 심마니들도 빠르게 산을 타지만, 오히려 산 속에서 세밀하게 관찰한다. 인류는 혁신을 통해 진보해 왔다. 산업혁명, 디지털 혁명은 인류를 한 단계 올라서게 만들었다. 미술 역시 혁명에 의해 새로운 사조들이 주류를 이루거나 소멸해 왔다.

중세의 이야기 중심 그리기에서 시작해 원근법의 출현, 사진이 등장하자 사물 그대로 그리던 화풍을 빛과 색감, 화가의 생각들을 담아내 사진과 차별화를 꾀했다. 지금 미술은 벽에 걸리지 않고, 땅으로 내려왔다. 화가가 직접 그리던 방식에서 마르셀 뒤샹의 변기처럼 기존 제품을 활용하는 단계까지 나아왔다.

<샘>, 마르셀 뒤샹, 1917년. 이미지출처https://bit.ly/3DuSOEq

궁즉통이란 말이 있듯 혁신은 결핍에서 등장한다. 초기 일본 애니메이션도 제작비가 적어 컷 수를 최소화 시켰다. 스티브 잡스는 단순화에 목숨을 걸었다(?). 스스로를 궁박한 상태로 몰아부쳐 혁신적인 아이팟, 아이폰 등 시대를 앞서는 제품들을 선보였다.


미술품은 화가들이 창조한 작품들이다. 미국과 일본에선 미술관에서 미술작품 감상을 통해 창조성을 이끌어 내는 강좌들을 한다고 한다. 창작을 통해 새롭게 탄생한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건 기존 관습에 얽매인 사고를 깨우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예술 작품은 그래서 두 번 태어난다. 한 번은 예술가에 의해, 한 번은 감상자에 의해.

미술 작품을 혁신의 단계별로 쉽게 설명하고, 혁신의 사례까지 곁들여 읽었던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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