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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체험 살아보기, 하동 의신마을 51일째 ; 청학동 삼성궁

농촌체험 살아보기

by 풀꽃처럼 2023. 5. 31.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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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료 8,000원. 전국 어디를 다녀봤지만 삼성궁 보다 비싼 곳은 없었다. 그것도 산 밑이 아닌 고지대에 위치한 곳인데도 말이다. 건국신화인 단군을 모신 곳이라면 더더욱 무료로 해야 하건만 입구에서부터 돈냄새가 심하게 난다.

도를 추구하는 삼성궁과 8,000원이란 입장료의 간격이 채워지지 않는다

푸른 학이 머무른다는 첩첩산중의 청학동에 웬 자본주의 썩은 냄새가 난다. 도인들이 머무르는 곳이라면 세상과 벽을 쌓아야 하지만, 깊은 산골 속에 기업형 관광지가 있는 아이러니라니. 한 사람이나 소수의 사람이 돌 하나하나를 쌓는 행위는 도를 향한 정성으로 보일 수 있다. 한국 전통의 샤머니즘과 단군신화의 정신을 되새기는 정진과정일 수도 있을 것이다.

기계적으로 쌓은 보기만 좋게 만든 돌벽
언제나 철학하는 자세로 먼 곳을 응시하며 사색에 잠긴 체험자가 그나마 위안이 된다

그러나, 기계를 이용해 성벽처럼 쌓아 올린 돌무더기에 도를 향한 정성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눈에 보기에 좋아 보이는 마케팅의 결과물로 보인다. 점점 넓어지는 삼성궁만큼이나 자연은 훼손될 것이다. 피안의 신비스러움은 온데간데없이 물욕으로 가득 찬 현세만이 보이는 삼성궁이다.

사찰의 중심이 대웅전이라면, 삼성궁의 중심은 건국전이다. 단군을 모신 제단은 어떤 모습일까. 건국전 안에 걸린 액자에는 홍익인간 이화세상(弘益人間 理化世界)이 떡허니 걸려있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고, 이치로써 세상을 다스린다는 뜻이지만, 삼성궁의 모습은 이익(利)을 추구하고, 이익(利)으로써 겉모습만 확장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삼신 액자 사이에 놓여진 황량한 식빵이 극치의 불균형을 이룬다
가격 바코드가 붙어있는 인스턴트 식빵

가장 핵심인 건국전의 제단에는 인스턴트 식빵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그것도 상품 바코드가 찍혀있는 채로 말이다. 단군을 최고의 성군으로 모신다고 해놓고, 제물은 인스턴트 식빵으로 퉁치는 모습이 지금의 삼성궁을 핵심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청학동에 푸른 학(靑鶴)은 없고 청학마켓만 있다

청학이 깃드는 삼성궁은 더 이상 없는 것처럼 보인다. 기장 해안가에 위치한 용궁사처럼 삼성궁은 영산 지리산에 자리한 자본주의 속물로 보인다. 단군의 정신은 건국전 제단의 식은 식빵처럼, 바코드에 기록된 가격처럼 변질된 것으로 보인다. 모래가 입으로 씹혀 뱉고 싶은 심정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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