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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체험 살아보기, 하동 의신마을 마지막 날 : 에필로그

농촌체험 살아보기

by 풀꽃처럼 2023. 6. 11.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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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을 보면 가야 할 길이 까마득하지만, 돌아보면 순간이다. 3개월 전 하동이란 지역에 과녁이 꽂인 것처럼 단박에 활시위를 당겨 농촌체험 살아보기 프로그램에 접수했다. 원서를 접수시켜 놓고 의신베어빌리지가 어디인지 궁금해서 찾아봤다. 일단 사람들이 산 아래에서 지내는 곳은 아니다. 지리산 자락은 등산을 제외하곤 산 밑에서 주로 다녔다.

고로쇠마을로 유명한 의신마을 표지석

의신마을은 화개장터에서 다시 20분 정도 차를 타고 산을 올라가야 하는 위치다. 농촌이 아니고 산촌이 어울리는 지리산 하늘아래 첫 동네다. 게다가 의신베어빌리지(?)라니...곰 마을(?)...처음 접하는 생소한 단어다. 집단촌을 이루는 이상한 곳이 아닐까(???)라는 한 줄기 의문이 솟아올랐다.

기거하는 펜션 베란다에서 아침마다 보였던 지리산 능선

면접을 보러 부산에서 새벽 5시에 출발했다. 화개장터에서 칠불사까지는 서너 번 정도 가봤다. 칠불사 갈림길에서 항상 왼쪽 길로 접어들었지 오른쪽 길은 가지 않았다. 의신베어빌리지는 오른쪽 길이란 가지 않았던 길이다. 화개장터에서 온 길만큼 다시 산을 구불구불 돌아 오른다.

오르막이면서 굽이굽이 굴곡진 길은 속도를 낼 수 없다. 핸들을 잡은 손이 도는 방향으로 몸도 저절로 돌아갈 만큼 코너가 급하다. 조심조심 해발 400미터 지점을 오르니 의신베어빌리지는 집단촌이 아니라 마을임을 알았다. 옛날 지리산 등산 시 세석평전에서 대성골을 거쳐 내려왔던 마을이란 것도 알았다.

교육시간이 마치면 마을아래 다원인 <요산당>에서 차마시며 책보며..

면접에서 만난 의신베어빌리지 대표(대표가 이장 겸임이란 것도 몰랐다)와 사무장의 첫인상은 밝았다. 내심 산골이라 경직된 분일까 생각했는데 열린 사람이란 걸 대화 중에 느꼈다. 녹차를 마셨다. 이곳 화개에는 친환경 농약을 쓰며, 축사가 없는 환경에서 차나무를 엄격하게 관리한다. 스타벅스에 녹차를 공급할 만큼 친환경 제품이란 것도 처음 알았다. 녹차를 산다는 건 왠지 거부감이 있었는데...스타벅스 납품할 정도 품질이라면 안심해도 된다는 것도 알았다.

면접 첫날부터 새로운 정보들이 뇌리에 심어진다. 화개 녹차를 새롭게 인식했다. 의신마을은 놓치기 아까운 체험마을이다. 살면서 면접은 몇 번 보지 않았지만, 즐겁게 교제하듯 티타임을 가졌다는 느낌이다. 그렇게 의신마을은 나에게 새로움으로 다가왔다.

의신베어빌리지 마스코트인 지리산 반달가슴 곰, 강이와 산이

돌아보건대 사무장의 헌신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우리들의 체험은 그저 그런 농촌체험이었을 것이다. 체험자들이 불편함이 없이 언제나 백합 같은 미소와 친절로 대해준 사무장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의신마을에서 다시 산을 올라가야 이를 수 있는 이장님 댁은 하늘아래 별천지다. 70대지만 에너지가 넘친다. 날렵한 몸매다. 언제나 바쁘다. 한 달 차량 유류비가 50만 원을 훌쩍 넘을 만큼 마을을 위해 헌신적이다.

교육이 없는 날은 인근 산으로 산책겸 나섰다. 형제봉 신선대 구름다리

체험기간 동안 의신마을은 경남도가 선정하는 10개 지역 워케이션 사업에도 선정되었다. 의신마을은 하늘에서 보면 새의 둥지처럼 생겼다. 모두가 한가족처럼 지낸다. 삼촌, 이모, 형님이라고 부르는데 그때마다 사람은 다르다. 체험자들을 위해 기꺼이 텃밭을 제공해 준 벽소령 이모님은 언제 어디서나 나타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한다. 봄마중 대표와 사모는 체험자들에게 정겹게 대한다. 마을 총무는 도시라면 선임에 속할 나이지만, 마을 일거리엔 헌신적으로 나설 만큼 행동대장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인근 칠불사 공양시간이면 어김없이 나타났던 멧돼지 일가

이번 지리산 화재로 대성골 주택이 전소되어 의신마을에서 재기를 꿈꾸는 삼촌이 건네준 곶감은 인생곶감이었다. 봄마중 대표가 체험자들에게 선물한 매실엑기스는 품질도 좋고 가격도 저렴하다. 오미자 엑기스 역시 양과 가격 모두 경쟁력이 있다. 그동안 화개장터 일원에서 구입했던 오미자 엑기스와는 비교할 수 없다.

의신마을 안에 있는 작은 도서관인 지리산 반달가슴곰 도서관

도인 같은 모습으로 지리산 반달가슴곰 작은 도서관을 지키는 사서분은 늘 좋은 차로 대접한다. 참...사서분이 건네준 유기농 삶은 계란은 도시의 퍼석한 식감의 계란과는 비교할 수 없는 인생 삶은 계란이었다. 그 외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을분들의 정은 기억의 저장고에 자리해 있다. 적지 않는 시간을 살았는데 이곳에 와서 인생 최고의 맛을 경신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닐 만큼 청정지역이다.

플리마켓에 내어 놓을 밀랍 캔들 만드는 체험자들

사무장이 마련한 체험 프로그램을 따라 하동군 곳곳을 둘러보았다. 청년부터 장년까지, 귀향부터 귀촌까지, 정착부터 성공까지 다양한 장소와 만남을 통해 하동에 대해 구체적으로 눈으로 확인했다. 하동은 순유입인구가 많은 드문 지역이다. 특히 요즈음은 젊은이들이 찾는 핫플 지역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들이 정착할 수 있는 매력포인트를 갖춘다면 하동은 지역소멸에서 지역소생하는 모델이 되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저녁에 인근 구례도서관에 일탈(?)하곤 했다. <아버지의 해방일지> 저자 정지아 작가와의 만남. 그녀는 백운산 자락에 눌러 앉았다.

시골의 귀촌정책에 덧붙이자면, 한국은 1인 가구가 늘고 있다. 가장 최근의 자료인 2021년 자료에 의하면 33.4%에 이른다. 3가구 중 1가구에 이를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 시골의 입장에서는 2인 이상 가구를 우선적으로 선발해야 하지만, 사고를 전환한다면 33% 정도는 1인 가구를 선정하는 것도 고려해 봄직하다.

악양에 있는 고택, 여름별장 화사별서

둘째, 귀촌전략의 방향도 시골에서 다시 창업한다는 개념에서 벗어나는 것도 고려해 봄직하다. 한국은 2022년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900만 명을 넘었다. 전체 인구대비 17.6%이며 2025년에는 20.6%까지 올라가 초고령사회에 이를 것으로 통계청은 예측했다. 이러한 노인인구의 증가추세는 귀촌이 창업이 목적이 아니라, 지역에 봉사하며 여유로운 삶을 누리는 세대가 증가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귀농귀촌 수기 공모도 창업해서 정착한 사례와 함께 귀촌해 자신의 재능을 지역을 위해 기부한 사례도 다룬다면 귀촌을 생각하는 도시인들에게 제2의 인생을 그리는데 도움이 될 듯하다.

화개면 정금차밭 팔각정에서 은하수를 촬영하기 위대 기다리던 중, 스마트폰 수동으로 야간촬영 연습

셋째, 귀촌전략은 연어의 치어가 대양으로 나아가 고향으로 돌아오는 연어회귀 전략도 고려해 봄직하다. 한국이 산업화로 선진국 대열에 이른 것도 도시로 이주한 시골사람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도시로 이주한 시골사람은 세대를 거치면서 도시인이 되었다. 이제 성어가 된 연어를 다시 치어가 출발했던 농촌으로 회귀하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장년을 거쳐 은퇴를 고민하는 세대에게 도시의 경쟁과 퍽퍽한 삶에서 새롭게 인생을 회복하는 향수를 자극하는 연어회귀 전략이면 어떨까...

새벽 2시가 훌쩍 넘은 시간. 모든 조명이 꺼진 후 펜션 마당에서 스마트 폰으로 수동 노출을 길게하여 촬영

3개월 동안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노력을 아끼지 않은 워킹맘이자 사무장에게 감사드린다. 언제나 청춘 같은 모습과 열정으로 삶의 모범이 되어준 곰마을 대표께도 감사드린다. 알게 모르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원해 준 하동군 귀농귀촌 실무자께도 감사드린다. 곧 태어날 아기에게 의신마을의 청정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들이 송이송이 아기에게 내려오길 기원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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