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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술을 새 부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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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풀꽃처럼 2023. 8. 11.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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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출산율은 0.78명이다. 인구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출산율은 2.1명이다. 2020년 기준 OECD의 출산율 1.59명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1명 이하인 국가이기도 하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서울이 0.59명, 부산 0.72명, 인천 0.75명으로 경쟁이 치열한 대도시일수록 출산율은 낮다. 세종시가 1.12명으로 높은 이유는 안정적인 공무원이 많은 것으로 평가된다도 한다.

결혼연령도 갈수록 늦어지고, 그에 따라 출산 연령도 늦어지는 추세다. 한국의 경우 서울 공화국이라고 할 정도로 모든 것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주거, 육아, 교육, 일자리, 지방균형발전이 해결되지 않으면 이러한 경향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측한다. 한국은 70년대를 거치면서 모든 국력을 성장에 올인했다. 지금은 OECD 국가 중에서도 상위 그룹에 속한다. GDP 순위도 10위권 일 정도로 선진국이라고 대내외에 홍보한다. 정작 GDP 대비 복지지출은 OECD 평균의 70% 수준에 불과하다.

청년들은 헬조선이라고 외친다. 한국이란 국가는 덩치만 어른이지만 속은 곪아가고 있다. 낮은 출산율, 노인 빈곤율, GDP 대비 공공지출 비율, 자살률, 행복지수 등 모든 분야에서 선진국에 어울리지 않는 부끄러운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송파 세 모녀가 자살한 것도 가족이라는 제도에서 복지를 해결하려는 선별적 복지제도를 택하기 때문이다. 1인 가구가 1/3 수준에 이를 정도로 가족이 해체되었는데도 여전히 어울리지 않는 가족 중심의 복지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한나라의 소득불평등 지수를 나타내는 지수에서도 OECD 회원국 중 멕시코에 이어 2번째로 불평등지수가 높다.  최상위층의 부가 차지하는 몫이 늘어날수록 중하위 계층의 몫이 줄어들었다. 2008년 금융위기가 닥쳤을 경우도 오히려 최상위 10% 계층은 소득이 증가할 정도로 부의 불평등은 심화되고 있다.

가족 각본이란 제목에서 가족에 대해 뭔가 짜여진 듯한 느낌이 든다. 누군가에 의해 미리 대본대로 움직이는 연극처럼 한국 사회는 틀 속에 끼워 맞추려는 것처럼 말이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가족 중심주의로 주장해 왔다. 사회는 서구를 지향하고 정신은 가족을 지향했다. 여기서 가족이란 정규분포상의 평균적인 가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

책에 의하면 조선후기 안동 권씨의 서얼의 수는 1/3 이상이었고, 18~19세기 서얼의 수가 적자의 수를 넘어섰을 것으로 예측한다. 기득권층은 자식을 낳아도 안정된 계층이기에 본처 외에 서얼을 낳았다. 일반 서민은 죽은 사람에게도 세금을 징수한 백골징포(白骨徵布), 군역의 의무가 없는 아이에게도 세금을 징수한 황구첨정(黃口簽丁) 등으로 부의 불평등이 심각한 사회였다. 부의 불평등은 부의 계층화를 공고히 하기에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려는 사다리를 걷어차버린다. 출생부터 희망을 꺾어버린다면 누가 가족을 구성하려 할까. 인간의 역사가 반복되며 증명했다.

게다가 한국에서 여성으로 태어난다는 말은 절름발이로 축구장에서 경기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하는 성별격차지수(Gender Gap Index)는 남녀의 경제적, 정치적 격차가 더욱 비중 있게 반영되는데 한국의 순위는 2022년 기준 세계 99위. 성별임금격차는 27년째 OECD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여성의 노동력을 당연시하면서도 격차는 유지하는 이율배반적인 사회다. 가족을 해체시키면서 성장에 주력한 한국이, 출생률 저하를 우려해 지원책을 내놓은 것도 오직 성장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행복은 언제나 성장보다 뒷전이다. 아니 성장만 하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강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가족 각본을 해체하고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가족이 자의든 타의든 와해되어 가는 사황에서 그동안 고집했던 각본을 새로 써야한다. 가족의 구성원도 개별 인간으로 존중받아야 한다. 프로루스테스의 침대처럼 각본에 맞추지 말아야 한다. 자녀도 개별의 인격체고, 이웃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야 한다. 사회가 짜놓았던 틀도 인간이 만든 것이기에 낡은 것은 해체하고 새롭게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지금은 개별의 인격체들이 수평으로 연대한 국가가 책임지는 보편적인 복지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탈성장, 부의 불평등 해소, 주거, 교육, 지방균형발전 등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은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여전히 한국은 가족 각본이란 틀 속에서 갇혀있다. 시민과의 수평연대는 요원한걸까. 내 몸하나 먹고살기도 빠듯한 게 현실인데... 공유지의 비극처럼 그렇게 침몰해 갈까... 소비 자본주의가 더욱 활활 타오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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