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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 22일째 5코스, 짙고 푸른 바다와 그 만큼 짙은 해안 숲이 어울리는 길

올레길

by 풀꽃처럼 2021. 5. 23.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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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5. 23(일)
5코스 13.6km 남원 포구 ~ 큰엉 입구 ~ 위미 동백나무 군락지 ~ 쇠소깍다리

제주 올레길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잠시나마 현실의 삶에서 떠나 색다른 경험과 마음의 안정을 통해 변화를 추구하기 위해 참여한다고 한다. 아니면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기 위한 준비단계로 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의도가 어떠하든 제주올레길에 서면, 육체는 피곤할지라도 평화와 안식이 깃듦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주말이어서 비교적 짧은 구간인 5코스 13.6km 걷기에 나섰다. 한반도의 3면이 바다인데 오직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검은 현무암의 해안선이다. 매일 보면서도 지치지 않는다는 건 너무 지나친 표현일까. 계절의 여왕 5월의 막바지는 여름으로 들어가는 경계인 듯, 바람이 없는 해안은 아스팔트 열기가 제대로 작동한다.

제주의 차갑고 짙은 바다를 자유롭게 누비고 있어야 할 일군의 오징어들이 태양볕과 해풍에 제 몸을 맡긴 채 반숙이 되어 가고 있다.

큰엉 해안 조망

'엉'이란 바닷가나 절벽 등에 뚫린 언덕을 일컫는 제주 방언이다. 큰엉 해안은 길이가 2.2km, 높이가 15~20m에 이르는 갖가지 기암절벽이 산책로를 따라 길게 늘어서 있다. 금호리조트 제주에 머무른다면 한 나절 산책하면서 큰엉 해안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큰엉 해안의 인디언 추장 얼굴 형상 바위
큰엉 해안의 한반도 지형

큰엉 해안의 주요한 지점인 인디어 추장 형상의 바위 얼굴과 한반도 지형 숲속 길. 숲의 터널이 해안을 따라 길게 형성되어 있으므로 산책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위미 동백나무 군락의 와랑와랑 카페 위 고양이 모형
위미 동백나무 군락지

위미 동백나무 군락지 안내판에 의하면, 17살에 이 지역으로 시집을 온 여인(현맹춘, 1858~1933)이 해초를 캐고 품팔이를 하여 모은 돈으로 황무지를 샀고, 거센 바람을 막기 위해 한라산의 동백 씨앗을 따다가 이 곳에 심었다고 한다. 다른 농장에는 외래산 애기동백나무 이지만, 이 동백나무 숲은 한라산의 고유한 동백나무 군락이라는 점이다. 근처에 유료로 입장하는 애기 동백나무 군락지도 있지만, 이 곳은 동백나무의 크기와 인가에 바람을 막기 위해 오랜세월 심겨져 있던 곳이기에 마을과 어울린 자연스런 동백나무 군락을 볼 수 있다.

제주의 돌담과 어울리고, 그 크기가 장대한 동백나무 숲을 찾는다면 이곳이 제대로 된 포인트다.

넙빌레 해안
위미 해안에 설치된 조형물
밖은 퇴약볕이지만 숲 속은 어둡다

5코스는 해안과 그 해안선을 따라 짙은 숲 속 울타리가 있어 지치지 않게 걸을 수 있었다. 한 낮인데도 해안가 숲 속은 어둡고 서늘하다.

주말 바위에서 낚시로 소일하는 강태공
쇠소깍 다리로 가는 도로에서 본 한라산

한라산은 언제 봐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길을 걷는 내내 더위로 옷이 땀에 약간 젖을 정도가 되어서야 마칠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이 임진왜란이 발발한 날(1952.5.23) 임을 누가 생각해 낼 수 있을까.


가련(可憐)이는 둘째 형의 아들이다. 올해 여덟 살이다. 얼마나 목이 말랐던지 갯물을 들이켰는데, 그 길로 병을 얻어 토하고 설사하고 야단법석이었다. 그런데 이놈들 봐라! 앓는 놈을 안아다가 물 속에다 내 던졌다. “아버지! 엄마! 아버지! 아버지!” 부르다 부르다 겨워 그 소리마저 물 속으로 사라졌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출정장병들에게 이런 엄포를 놓았습니다. “사람마다 귀는 둘이요 코는 하나야! 목을 베는 대신에 조선 놈의 코를 베는 것이 옳다. 병졸 하나에 코 한 되씩이야! 모조리 소금으로 절여서 보내도록 하라.” 적괴는 산더미같이 실어 오는 코를 일일이 검사한 다음에 북문 밖 10리만큼 되는 데(현재 교토의 이총)에 쌓아 산 하나를 만들었으니 동포의 참변을 호소할 곳조차 없습니다.

강항, <간양록(看羊錄)> 中

1592년 임란후 정전회담이 결렬되자, 도요토미 정권은 1597년 정유재란을 일으켰다. 당시 형조좌랑 이었던 강항이 일본의 포로로 잡혀 온갖 수모와 고초를 당하다가 1600년에 귀국할 때까지 적국의 실태와 그들의 생활상을 낱낱이 기록한 것으로서, 우리의 국익에 보탬이 될 만한 것들을 조정에 보낸 내용들이다.

이 아름다운 제주는 한 때 일본 제국주의 본토를 방어하는 최후의 보루였다는 것을 알면, 나라를 침탈 당하고 국토가 난도질 당하는 비극적인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도 역사를 기억하고 공부해야 할 이유다. 일독을 권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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