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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 시리즈 끝) 제주올레 26일째 마지막 13코스, 먼지가 되어 바람에 날려 날아 가야지

올레길

by 풀꽃처럼 2021. 5. 2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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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5. 28(금)
13코스 15.9km 저지예술 정보화마을 ~ 저지오름 ~ 낙천리 의자공원 ~ 고사리 숲길 ~ 용수 저수지 ~ 순례자의 교회 ~ 용수포구

'거리와 광장, 운하를 따라 거닐다 보면, 구멍안 구두 밑창 사이로 아련히 축축한 기운이 느껴지면서 뭐라 설명할 수 없는 행복감이 도도하게 가슴을 채운다.'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이란 책에서 저자인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가 말한 내용처럼 올레길은 소나기로 바지에 젖은 물기가 등산화 속을 파고 들었던 그 축축함 마저도, 돌아보면 행복감으로 도도히 가슴을 채웠다.

인생은 오늘을 보면 괴로울 苦일지라도, 돌아보면 그 苦가 떫어 먹을 수 없었던 감이 뜨거운 가을볕을 견디면 甘이 되듯, 인생은 신이 덮어둔 보자기처럼 열어 보아야 알 수 있는 신비다. 인생은 21g 영혼의 무게에 먼지가 뭉쳐진-흙으로 덧입혀진 보잘것 없는 비뚤어진 존재인-인간에게 짧은 한 날을 허락한 신의 은총이다.

저지오름

오름이란 '제주의 오름'(1997)에서 "분화구를 갖고 있고, 내용물이 화산 쇄설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화산구 형태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정의하였다. 일반적으로 한라산 백록담을 제외한 제주도에 존재하는 기생화산을 말한다. 산림청 자료(2005)에 따르면, 제주에는 368개의 오름이 존재한다.

저지오름은 2005년 생명의 숲으로 지정되었고, 2007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숲이 우거져 걷기에도 좋은 길이다. 물론 다소 오르막을 오를 각오는 해야 한다.

건강에 유익한 ABC쥬스의 하나인 B(비트)밭

'사랑을 받는 것이 당신들의 목적이라면 그걸 성취하지는 못할 것이다. 확실히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자기 자신이 사랑을 받을 만한 가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당신의 첫 번째 생의 목적이 수동적으로 사랑을 받는 것이라면 당신은 사랑받을 가치가 없는 사람이다.'고 스캇 펙은 <아직도 가야 할 길>이란 책에서 밝혔듯 사랑을 받을려는 수동적이기 보단 자신이 그런 가치있는 사람이 되기를 촉구한다.

그런점에서 난 영원히 사랑받긴 힘든 가보다. 비뚤어진 존재에서 자연스레 발현하는 비뚤어진 성격이다. 苦行길이 보인다. 현무암이 얼마나 오랜세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기세 등등하게 발을 아프게 하는데, 나는 그보다 더한 현무암이다. 마음만 비트처럼 타인에게 유익하기를 꿈꿀 뿐, 흙으로 입혀진 육체는 거부하는 모순 덩어리다.

낙천 의자마을
낙천 의자마을의 100년 이상된 팽나무

낙천 의자마을은 의자 테마공원이 특색있는 곳이다. 의자공원 안에 올레길 중간 스템프 날인하는 곳이 있었다. 지금은 보수중이라 스템프 날인하는 곳도 밖으로 옮겼고, 들어가지도 못한다.

길이 있는 곳에 꽃이 있다. 꽃은 말하지 않아도 제 몸에서 풍기는 색깔과 모습 그대로 상대방을 화사하게 만든다. 바람이 몰아쳐도 제 몸을 흔들거리며 몸을 맡길뿐 저항하지 않는다.

용수 저수지
순례자의 교회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야 한다

'사람들은 스쳐 지나가는 도시에서는 존경을 받으려고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러나 얼마 동안 그곳에 머물러야만 할 때에는 그점에 신경을 쓴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우리들의 헛되고 보잘 것 없는 수명에 걸맞는 시간.' <팡세>에서 파스칼이 말한것처럼 우리 모두는 지구별 순례자다. 순례자는 한 곳에 마음을 두지 않는다. 100년도 안되는 잠깐 스쳐가는 지구별의 헛되고 보잘 것 없는 수명에 우리는 경쟁하고, 미워하고, 재산 모으기에 집중하는 등 영원히 존재하는 것처럼 행동하는가. 신께서 우리의 짧은 시간을 깨닫게하는 지혜를 주시길.

올레길의 끝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영원히 돌아가는 끝도 없고 시작점도 없는 영원한 과정이다. 물리적 올레길은 끝났지만, 다른 올레길의 모험의 시작점이다.


모험으로 사는 인생은 두려움 없는 삶이 아니라, 오히려 각종 두려움을 충분히 인지하는 가운데 영위하는 삶이다. 모험으로 사는 인생은 두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삶이다.

우리 삶의 개인적인 문제들은 여전히 그대로 있다. 우리는 이제 그런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볼 용기가 생겼기 때문에 문제의 복잡함과 어려움을 전보다 더 잘 알게 된다. 불확실함과 회의, 망설임은 그대로 남아 있지만, 이를 하나님에게 가져가 하나님의 뜻과 계획을 보여 달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개인적인 문제를 짜증나는 골칫거리로 보지 않고 신선한 자극으로 새로운 성장의 요소로 보게 되며, 우리의 인격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지평과 더욱 풍부한 모험을 열어 주는 것으로 보게 된다.

폴 투르니에, <모험으로 사는 인생> 中

일상이 모험이 될 때, 일상을 모험처럼 살 때 삶은 활기로 가득찰 것이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그대로 있지만, 태도가 변하면 인생은 모험이란 길로 열리지 않을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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