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담당 제거 수술일 D-day

일기

by 풀꽃처럼 2021. 12. 20. 13:57

본문

담당 제거 수술을 하기 위해선 날 것 그대로의 몸으로 수술대에 올라야 한다. 수술 부위엔 제모도 했다. 내의도 걸치지 말고, 겉옷만 입으라고 한다. 실험실 마루타처럼 알몸으로 된 몸뚱아리 말이다. 수술까진 물 한 모금도 마실 수 없는 금식이다.

금식...건너편 병상의 아침 먹는 소리가 좋구나

수술대위의 몸뚱아리는 평등하다. 主님 앞에 선 몸뚱아리처럼 몸에 걸친 건 아무것도 없다. 잘난 것도 부자도 명예도 직위도 대통령도 여자도 어린아이도 남자도 없다. 인간 본연의 몸뚱아리로 선다. 수술대는 그 예행 연습처럼 발가벗은 평등한 모습이다.

몸무게도 다시 잰다. 혈관에 링거를 꽂는다. 첫 수술 순번이 아니라 병상에서 대기중이다. 여전히 5인실의 병동은 TV소리로 쩌렁쩌렁하다. 분위기 좋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무자비한 인간이니깐.

수술실. 춥다. 마취과 의사가 팔을 십자가처럼 묶는다. 마취제를 투여한다. 기억이 없다. 깨어나니 복부와 때어낸 담낭 자리에 심한 통증이 느껴진다.

돌이 크다.

이젠 회복을 위해 전념한다. 15분마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뱉는 동작과 기침도 연습한다. 이젠 맹장도 쓸개도 없다. 욕망도 수술로 떼어내면 좋겠다. 主님의 은혜를 구할뿐이다.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병원 응급실이 익숙해 질 나이구나...  (3) 2021.12.27
孤獨 Ⅲ  (0) 2021.12.26
담낭 제거 하루전 (D-1)  (0) 2021.12.20
孤獨 Ⅱ  (2) 2021.12.14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  (3) 2021.12.11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