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29(목)
지금까지 올레길을 두 번 완주했다. 올해는 세 번째다. 지금까진 제주시에서 출발해 동쪽 성산일출봉을 지나 남쪽의 서귀포, 서쪽의 애월을 거쳐 다시 제주에서 마무리 했다. 올해는 성산쪽에 한달 살이 숙소를 정한후 무리하게 몸을 혹사시키지 않고 가볍게 걷기로 했다.
그 출발점은 2코스 15.6km 광치기 해변에서 출발한다.
제주 조랑말을 형상화 해서 만든 올레길 간새 표식은 정겹고 귀엽다. 언제나 그렇지만 출발은 상쾌하다. 온 몸의 근육 세포가 100% 충만한 상태다. 걸음은 가볍고 기분은 상쾌하다. 땀을 흘릴 틈도 없이 대수산봉 정상에 섰다.
올레는 제주방언으로 좁은 골목이란 뜻이다. 골목의 특징이 갑자기 나타나는 풍광처럼 제주올레는 곳곳에서 숨은 자연을 안겨준다.
올레길은 쉼이다. 머리를 쓰지 않고, 다리와 몸으로 길에 쓰는 일기다. 첫 코스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다리의 근육이 아우성친다. 작년 여름의 꼭지점인 7월말~8월초 18일간 올레길에서 혹사시켰던 몸이 반응한다. 출발점의 상쾌함은 잊은 채 지금은 왼쪽 무릎 근육의 세포들이 대동단결해 온 몸을 선동한다. 피곤하다고.
인생 반백년을 지났지만 여전히 나는 내가 누구인지 모른다. 겉모습은 알겠는데 그 속은 도저히 알 수 없다. 하루에도 수만번 요동치는 마음의 물결에 흔들린다. 마음 속을 걷기 위해선 길을 걸어야 하고, 가장 가까운 머리에서 마음까지 도달하기 위해선, 다리가 걸어야 할 가장 먼 길을 걸어야 알 수 있을까.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길에서 흔들리며 걸었던 것처럼, 우리네 인생도 그렇게 흔들리며 걸어가는 데칼코마니 같은 판박이에 놀라울 뿐이다.
첫 올레길 함께 했던 온 몸으로 철학을 했던 , 그래서 좋아했던 <길 위의 철학자, 에릭 호퍼>
제주올레 6일째 19코스, 길 위에 비는 눈물처럼 내리고 (0) | 2021.05.04 |
---|---|
제주올레 5일째 18코스, 아름다운 모습 뒤에 감추어진 아프도록 시린 제주 (0) | 2021.05.03 |
제주올레 4일째 21코스, 빛은 바다 위에 부서져 흩어지고 (0) | 2021.05.02 |
제주 올레 3일째 4코스, 나는 어떤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는가 (0) | 2021.05.01 |
제주 올레 2일째 3코스, 부서지는 햇살 속으로 (0) | 2021.04.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