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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 3일째 4코스, 나는 어떤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는가

올레길

by 풀꽃처럼 2021. 5. 1.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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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5. 1(토)
셋째 날, 4코스 19km. 표선 해수욕장~남원 올레

3일째, 두 다리는 아직 올레용으로 길들여지지 않았다. 걷다보면 올레길에 적합하게 적응이 되어, 쉬이 걸을 수 있겠지. 언제나 처럼 시간이 해결한다.

<제주 한달 살이 숙소에서 바라본 우도 등대와 성산 일출봉>

새벽, 우도에서 비치는 등대 불빛이 360도 돌아가면서 비춘다. 새소리가 조용한 아침을 청아하게 깨운다. 간밤에 비가 내렸는지 차분하게 침잔한 공기다.

<출발점인 표선 해수욕장, 비개인 아침>
<표선 해수욕장, 비개인 아침의 캐러밴>

비개인 아침, 하늘은 곳곳에 아직 물러가지 못한 구름 사이를 성급한 햇살이 커튼처럼 대지에 내려 경이로운 장면을 연출한다. 바닷가 한 켠에 세워진 캐러밴은 지금 당장 여행을 떠나길 촉구하는 것처럼 하늘과 바다 경계에 대기하고 있다.

<4코스, 프레임을 통해 본 바다>

나는 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을 전공인 회계학이란 틀을 통해 해석하곤 했다. 회계학은 최종적으로 숫자를 동원해 내 의견을 제시한다. 막연한 단어보단 숫자로 나타내면 이해력과 전달력이 배가하기 때문이다. 회계학과 관련이 없는 일을 할 때에도, 가급적 회계학이란 프레임으로 재단한 것이 생활하는데 도움이 되곤 했다. 그래서 두리뭉실한 표현보다는 구체적인 숫자로 짜내기 위한 습관이 몸에 벤 것 같다.

<4코스중 조망한 한라산>
<제주도의 해안선은 자유로운 현무암이 주는 보배다>

한라산이 강한 바람에 구름을 흩날리며 정상을 감추고 있다. 제주도가 태어날 때의 한라산도 화산재와 구름이 길게 산과 하늘을 뒤덮었을 것이다. 제주의 해안선은 어디에 카메라 렌즈를 던져두어도 작품이 되는 신이 내린 보석같은 풍광을 연출한다. 굽이 굽이 해안선을 돌다 마주치는 현무암의 현란스런 자유함은 눈과 마음을 맑게 한다.

<태흥리 숨비소리 불턱>

숨비소리는 해녀들이 잠수한 후 물 위로 나와 숨을 고를 때 내는 소리며, 불턱은 해녀들이 옷을 갈아입고 바다로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곳으로 가운데 불을 피워 몸을 덥히는 곳을 말한다. 제주 해녀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19세기 말부터는 일본, 중국, 러시아 등 국외로도 진출했다고 한다.

바다가 그 母胎에서 터져 나올 때에 門으로 그것을 가둔 者가 누구냐. 限界를 定하여 門빗장을 지르고 이르기를 네가 여기까지 오고 더 넘어가지 못하리니 네 높은 波濤가 여기서 그칠지니라 하였노라(욥38:8,10,11).

과학은 설명할 수 있는 것을 설명하며
예술은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한다.
종교는 설명해서는 안되는 것을 설명한다.
종교적 현상은 체험할 수 있을 뿐이다. 
그것이 영성이다.

이어령, <지성에서 영성으로> 中

한국의 세계적인 석학자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은 서가의 책들이 지적인 그의 갈증은 채웠지만, 영적인 굶주림과 갈증은 예수 그리스도로 채울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인간은 영혼과 지성이 있기에 조화롭게 가꿀 수 있다면, 이 또한 값진 인생 올레길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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