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케데헌(K-Pop Damon Hunters)>의 OST에 수록된 ’Golden’이 8월 영국 오피셜 싱글차트 1위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 1위를 차지했다. 2020년 BTS가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싱글차트 1위를 차지한 이후 케데헌은 6번째로 1위를 차지했다. 한국에서 걸그룹이 되기 위해선 바늘구멍보다 좁은 곳을 통과해야 하는 지옥 같은 훈련과 생활을 견뎌야 하고, 통과해도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는 엘리트 코스를 거쳐야 한다.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21개 종목에서 총 32개의 메달을 획득해 종합순위 8위에 올랐다. 개도국 시절부터 엘리트 체육 중심 정책은 1등만 살아남는 더러운 세상을 증명이라도 하듯 국가홍보에 일익을 담당했다. 최근에는 올림픽 열기가 식었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주요 경기가 있을 때는 거리가 한산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고등학교 수업시간에 동급생인 축구 선수가 제일 뒷자리에 앉아 자고 있어도 선생은 깨울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열심히 운동장에서 깨어있어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려 학교의 명예만 드높이면 되었다. 운동장에서 쉼 없이 달리는 운동기계(?)의 역할만 하면 되었다. 엘리트 체육은 한국사회를 지배해 왔다.
엘리트 중심문화는 다른 말로는 소수 독점을 의미한다. 엘리트 스포츠, 엘리트 문화란 말은 프랑스 철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에 의하면 ‘문화 자본의 독점’이라고 했다. 특정 계층이 독점하기에 문화적 다양성은 꽃피기 어렵다.
2022년 한국인의 1인당 명품 소비액이 전 세계 1위를 했다고 미국의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는 발표했다. 1인당 평균 325달러로 미국 280달러를 제쳤다. 명품을 소유한다고 그 사람의 가치가 올라가진 않는다. 겉모습은 명품으로 치장했을지라도 그 속까지는 알 수 없다. 유독 겉모습에 천착하는 한국 문화의 몰개성화를 볼 수 있다.
한국 문화와 스포츠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았다는 점에선 이견이 없다. 외형적으로는 GDP 10위권이라 한국은 부자나라라고 외국에선 인지할 수 있다. 한국이 GDP 10위권 국가이면서도 GDP대비 공공사회복지 지출비용은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2025년 4월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21년 한국은 GDP대비 공공사회복지 지출은 15%로 OECD평균인 22.1%의 68.9% 수준에 그쳤다. OECD 39개국 중 34위에 불과하다.
한국의 자살률과 노인빈곤율은 OECD국가에서 압도적 불명예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웃한 일본의 경우 2019년 기준 일본 리크루트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50세까지는 행복도가 떨어지지만 50세 이후로는 행복도가 올라간다. 이에 비해 한국은 나이가 들수록 행복도가 떨어진다. 결정적인 차이는 일본은 공적연금 보험료율이 18.3%인 반면, 한국은 9%(개인 4.5%, 기업 4.5%) 수준으로 일본은 직장생활을 할 동안 소득의 18.3%를 연금으로 준비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공무원은 일본과 동일한 수준인 18%를 연금으로 공제한다. 직장인은 공무원에 비해 공적연금을 절반 수준에서 공제해 공무원에 비해 취약할 수밖에 없다. 산술적으로 월봉 300만 원, 30년 근무한다는 가정하에 공무원은 공적연금 누계액이 1.6억 인 반면, 일반 직장인은 8천만으로 2배 차이가 난다.

하동군에는 변변한 미술관이 없다. 박물관은 더욱 없다. 하동이 문학수도라고 자랑은 하는데 중고서점 하나 없고, 독립서점은 읍에 한 곳뿐이다. 이웃한 구례읍에는 권수를 제법 갖춘 중고서점 1곳과 소설책만 다루는 독립서점 외 독특한 독립서점으로 알려진 곳만 3곳 있다. 고창에는 전국 도서관에서 오래된 책을 기증받아 폐교 전체를 서가 형태로 꾸민 책마을 해리가 있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독립된 서점 6곳이 모인 한국 최초의 서점마을이 2025년 7월 생겼다.
하동에는 박경리 문학관이 외부에 알려져 있다. 그마저도 소설 속 배경인 최참판댁을 방문하면서 곁다리로 들르는 곳이다. 또 다른 곳에는 이병주 문학관이 있는데 대하소설 『지리산』을 집필한 작가를 기리는 문학관이다. 관에서 주도한 문학수도의 단점을 여실히 드러낸다. 하동군민 중에 『토지』나 『지리산』을 제대로 접한 사람이 있을까. 매년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문학제는 지역민에게 다가가고 있을지는 의문이다. 박경리 작가나 이병주 작가를 요즘 세대들은 알고나 있을까. 앞으로도 문학수도라고 과연 말할 수 있을까.
문학도시라면 일반 군민이나 하동을 방문한 사람들이 제대로 된 문학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줘야 하지만, 전혀 그렇지 못한 현실이다. 폐교와 빈집은 늘어나는데 이러한 곳을 문학이 깃든 장소로 개조한다면, 문학도시를 넘어서 하동을 문화도시로 브랜딩 하는데 차별화가 될 듯도 한데. 일본 홋카이도의 히가시카와는 사진수도를 선언하고, 사진에 특화를 해 꾸준하게 인구가 증가하는 마을이 되었다.
지금도 전국 곳곳에는 이건희 컬렉션을 전시하는 박물관과 미술관이 있지만, 하동에선 전혀 접할 수 없다. 인근 광양, 남원, 하물며 전남 고흥군까지 가야 국보급 문화재를 접할 수 있다. 문학과 문화와는 거리가 먼 곳이 문학수도라고 자랑하는 하동의 현실이다. 생활문학, 생활문화는 문학의 수도라는 하동에는 없다. 인문강좌는 근본 해결책이 되기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백범 김구 선생은 “나는 우리나라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중략)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작금의 GDP강국보다는 문화강국이 되어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남을 행복하게 하는 문화국가가 되었으면 좋겠다.
김구 선생의 뜻에 따르면 명품을 걸친다고 아름다운 건 아니다. 내가 사는 아파트가 나의 계급을 나타내는 것도 아니다. 자동차도 아니다. 오직 문화의 힘이다. 그 내부에 축적한 문화의 경험은 나를 행복하게 하고, 남을 행복하게 한다. 내가 행복하지 않은데 어떻게 남을 행복하게 할 수 있겠는가. 명품을 갖추고 고가의 브랜드 아파트에 살고 비싼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을 자부심으로 여기는 계층의 저변엔, 나는 남과 다르다는 차별의식을 드려내려는 고약한 의도가 숨은 건 아닐까. 아니면 최소한 그 정도는 유지해야 체면치레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문화는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 사람의 말과 태도와 행동에서 드러난다. 김구 선생에 의하면 타인을 행복하게 하느냐 못하느냐에 의해 그 사람의 문화 수준은 드러난다. 나아가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 확대한다면 그 사회와 국가의 문화 수준이 된다. 광복 80주년 한국은 OECD에 이미 가입했고 GDP 상위권의 국가다. 생활저변과 관계된 복지와 문화 수준은 OECD의 평균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한마디로 껍데기는 선진국일지 몰라도 알맹이는 돈이 기준이고 전부인 천박한 자본주의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 듯하다.
나 역시 직장생활 시기에는 자신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했다. 그저 내 몸에 걸친 직장이란 옷과 상대에게 건네는 명함이 나를 증명했기 때문이다. 그 옷을 벗고서야 거울 앞에선 알몸처럼 나를 제대로 볼 수 있었다(직장생활에서도 겸손하려는 태도를 취했다고 생각했지만, 직장이란 옷을 벗기 전에는 결코 제대로 알 수 없었다). 털 없는 원숭이의 벌거벗은 몸이 되어서야 지위와 명예보다는 본래 나의 가치를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할 수 있었다.
낮아지는 과정을 통해 단단해지려는 탄성이 생겼던 것 같다. 일을 계속하고 있었다면 여전히 착각 속에서 거울에 비친 화려한 옷을 걸친 허상을 보며 살았을 것이다. 지금은 무엇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생활, 게다가 시골이란 자연에서 한 수 한 수 나도 모르게 조금씩 배우는 경험을 한다. 자연은 무엇을 하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돌아서면 자라난 풀들처럼, 속이 비었던 허상이 티끌만큼 하나하나 내 것으로 변신되는 느낌이다.
카프카의 『변신』에서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Gregor Samsa)가 하루아침에 벌레로 변신되고,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나는 벌레로 변했다가 서서히 새로운 털 없는 원숭이로 다시 변신하는 과정인 것 같다.
케데헌(K-Pop Damon Hunters)은 한국 문화가 세계적으로 보편화되는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 스포츠와 연극, 영화 등에서도 점점 한국도 세계에 그 이름을 새기는 중이다. 그럼에도 한국인 대부분의 삶이 일에 몰입된 퍽퍽한 삶이다. 삶의 만족도와 질, 복지 수준, 자살률과 노인빈곤율 최악이란 비극이 공존한다. 평범한 삶 속에서 모든 시민이 외형의 물질보다는 내면의 문화를 가꿀 수 있는 강국이 되길, 김구 선생의 외침이 메아리에 그치지 않기를 광복 80주년을 맞이한 해에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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