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18(화)
18-1코스 18km 상추자항 ~ 추자등대 ~ 신양항 ~ 돈대산 정상 ~ 상추자항
최근 계속해서 비가 내려 추자도로 가는 바닷길이 열리지 않았다. 어제부터 날씨가 호전되어 새벽에 제주항 연안여객 터미널로 향했다. 추자도의 올레길을 여유롭게 걷기 위해선 1박 2일이 소요된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은 하루에 마무리 할려 한다. 제주항에서 아침 9시 30분에 출항하면 10시 30분에 상추자항에 도착한다. 식사시간 포함 6시간 내로 마무리 해야 한다.
추자도 올레길은 상추자에서 하추자를 일주하는데, 산을 타야하므로 올레본부의 예상시간도 6~8시간이다. 따라서 주위 경치를 보는 여유보단 오후 출항하는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서둘러 걸어야 하기에, 어찌보면 제주올레 구간중 가장 가혹한 코스라고 할 수 있다. 추자도 올레 코스는 하루에 여유롭게 완주가능한 새로운 코스 개발이 필요할 듯하다.
제주올레 섬구간인 우도, 가파도, 오늘 추자도를 완주하면 3개의 섬을 완성하게 된다.
추자도는 4개의 유인도와 38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져 있다. 추자도는 조선시대 까지는 전라도에 속했었다. 1914년 일제 강점기때 제주도로 편입되어 주민들은 전라도 말씨를 쓴다. 고려시대에는 후풍도(候風島)로 불렸다. 후풍도란 제주와 완도사이에 위치해 풍랑을 만났을 때 순풍을 기다리는 피난처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추자초등학교의 형형 색색의 건물과 눈이 시리도록푸른 하늘이 추자도의 맑은 공기와 잘 어울린다. 용둠벙의 노을이 유명하다는데 이 주황색 테두리에 붉은 태양이 담기면, 멋진 장면이 연출될 듯 하다.
영화 나바론 요새처럼 깍아지른 절벽으로 그 위용이 대단하다. 절벽위에 서면 저절로 오금이 저릴만큼 아찔한 장소다. 경치가 좋은 곳에선 사진을 찍기 위해 좀 더 앞으로 접근할려고 하나, 이 절벽 만큼은 그럴 수 없다는데에 장담 한다. 올라가는 길의 가파른 계단을 숨이 턱에 닿을락 말락 할 정도되면, 추자도의 절경을 만날 수 있다.
조선시대까지 추자도는 제주도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인식은 좋지 않았다. 육지로부터 멀리떨어져 있다는 의미의 '절도(絶島)'인식되었고, '원악도(遠惡島)'라고 표현한 문헌도 있을 정도였다. 추자도를 둘러싼 많은 새끼섬들이 조화롭게 감싸고 있다.
오늘은 시계가 좋아서 멀리 한라산이 보인다. 한 때는 기피했던 섬들이었지만, 해외로 나갈 수 없는 코로나 시기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는 섬이 되었다.
지금은 교통이 발달해 자연 환경이 자원이며, 아름다운 섬으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추자도는 흑산도와 제주도처럼 유배지였다. 유배지에도 등급이 있었는데 경중이 가벼울 경우 서울 인근의 강화도로, 중간 정도일 경우는 거제도, 나로도, 남해 등으로 보냈으며, 가장 무거운 중죄인의 경우 제주도, 흑산도, 추자도로 보낼 정도로 기피하는 지역이었다. 특히 이 세 지역의 경우는 유배 가운데서도 특별한 경우로 특별 하교에 의해 유배가 이루어졌다. 이 지역에 유배가 되었다는 건 그만큼 대역죄인에 해당한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평소에는 이처럼 잔잔한 바다를 유지하지만, 제주와 육지를 오가는 배들이 반드시 거쳐가야 했던 추자도는 뱃길이 험했기에 한때 후풍도(候風島)란 별칭이 생길 정도였다고 하니, 상상하기가 쉽지 않은 날씨다.
추자도는 방파제에서도 물고기 무리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오늘은 복어 무리들이 해안가에 때를 지어 다닌다. 숭어는 드문드문 보인다. 물고기 움직임이 보이는 고기는 잘 낚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복어는 낚시꾼들의 적이라고 하는데, 바늘까지 먹어치우는 대책없는 어종이기 때문이란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피곤이 무겁게 내리는 저녁이다.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내가 불필요한 것으로부터 얼마만큼 자유로운가에 달려 있다.
세 가지 적어야 할 것
입 안에 말이 적고
마음에 일이 적고
뱃속에 밥이 적어야 한다.
법정 스님, <시작할 때 그 마음으로>
오늘 아침 추자도 배를 타기 위해 새벽 5시 40분에 숙소를 출발해, 저녁 8시가 되어서야 숙소로 돌아왔다. 추자도에서 나오는 오후 4시 30분 배를 타기 위해, 배를 굶겨 가며 묵묵히 길만 보며 걸은 하루였다. 원치 않게 법정 스님이 세가지 적어야 할 것을 실천한 하루가 되었다. 혼자 다니니 말은 지극히 적었고, 길 따라 바삐 걸어야 하니 마음에 머물 생각도 적었고, 당연히 점심은 하는둥 마는둥 행동식으로 찐빵과 물로 배를 최소한으로 채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건,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할려는 자유로움이 좋다. 법정 스님의 책은 언제나 마음을 비우게 하며, 깨끗한 거울을 보는 것처럼 내 허물을 직시하게 하는 소중한 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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