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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 봉래산 둘레길 #2, 변화무쌍한 자연의 경이

일기

by 풀꽃처럼 2021. 6. 14.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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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베란다는 바다요, 뒷 베란다는 봉래산이다.  여름에 접어들자 바닷가 날씨는 아침, 오후, 저녁 천차만별이다.  구름이 앞을 가렸다가도 금새 걷히곤 맑은 하늘을 보여준다.  지금은 산허리 위로 구름이 빠르게 흐르고 있다.

 

집 뒷산의 급경사를 10분 정도 오르면 봉래산 둘레길에 이른다.  어제까지 며칠간 비가 내려 산은 물기를 머금고 차분하다.  운무가 내려 앉은 둘레길은 생각도 습기에 젖은 것처럼 가라앉는다.

고신대 뒷편 봉래산 둘레길

누군가 물었다.  걸을 때 무슨 생각 하느냐고.  특별히 생각하는 건 없다.  그냥 생각이 바람처럼 어느 곳에서 불었다가 알지 못하는 방향으로 사라지듯 생각은 그렇게 머리를 훑고 지나간다.  의무적으로 해야 할 일이 없으니 그만큼 생각거리는 줄었다.  언제나 개와 함께 산책을 나서고 있는 사람을 지나치고, 절을 지나치고, 숲 사이로 난 황톳길을 걷는다.

가장 걷기 좋은 편백숲길

집에서 3.2km 정도의 지점에서 만나는 편백 숲길이 마음을 푸근하게 감싸며 안정감을 취하게 만든다.  먼 곳까지 한 번에 조망이 가능면서도 조밀하게 심긴 나무들이 풍성한 가운데 여유로운 풍경처럼 보인다.  인생도 멀리까지 조망할 수 있고, 알찬 나무들이 채워진 시간처럼 되어있다면 행복하겠지만, 그러면 인생이라 할 수 없겠지.  인생은 사람이 알 수 없고, 좋은 것만 일어나지 않으며, 때론 기나긴 고통의 시간 속에서 기다리는게 인생이니깐.

송도방향으로 남항대교가 연결되어 있다.

봉래산 둘레길의 3분의 2지점에 오면 볼 수 있는 송도 모습이다.  남항대교 끝 지점에 고층 아파트가 올라서는 것이 보기 싫다.  해안가에 홀로 솟아선 시선을 독점하는 건물은 자기만 잘 살려는 뜻으로 보인다.  자본주의는 직업을 소명처럼 생각한 칼비니즘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의 자본주의는 돈이란 절대권력화 되어 인류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괴물이 되었다.

앞 베란다에서 보이는 송도, 가덕도, 거제도 모습

오후가 되자 구름이 육지를 타고 바다고 흐르는 냇물처럼 기이한 현상을 보여준다.  바다는 변화무쌍하다.  인간처럼 자기 욕망을 채우기 위해 변화무쌍한 기회주의자가 아니다.  인간으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끔 하는 변화무쌍함이다.  그런 자연처럼 상대를 행복하게 만드는 인간이길 원하지만, 인간의 알맹이가 탐욕스러우니 통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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