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달 살기는 성산읍에서 시작했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성산일출 도서관이 있어 매일 올레길을 걸은 후 도서관에서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비가 오면 오전에는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오후에는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냈다.
한 달 동안 13권의 책을 읽었다. 제주올레는 26코스 중 두 개 코스를 제외한 24개 코스를 걸었다. 오늘 성산 숙소의 한 달 계약을 끝내고, 서귀포 쪽으로 거처를 옮겼다. 아직 걷지 못한 올레길 두 개 코스와 제주에 왔으니 한라산과 오름들이라도 오를려고 일주일 제주 생활을 연장했다.
오전에는 성산 일출 도서관에서 대출중인 4권의 도서를 반납하고, 숙소를 정리하고 서귀포행 버스에 올랐다. 기내용 가방 하나가 전부다. 노마드이자 집시 같은 삶이 이젠 자연스럽다.
성산에서 201번 버스를 타고 서귀포 시내로 왔다. 2시 정도 숙소에 도착하니 오후 3시부터 체크인 시간이다. 짐을 로비에 맡겨두고, 서귀포 도서관으로 갔다. 성산 일출 도서관보다는 서귀포 도서관의 책이 보다 많다. 성산에서 읽을 수 없었던 저자가 다른 <표해록> 2권(장한철, 최부), 청춘시절 <생각의 좌표>란 책을 통해 생각에 대한 의심을 품게 만든 홍세화의 신간 <미안함에 대하여>, 하나님 앞에 개별자로 설 것을 촉구하는 실존주의자 키에르케고어의 <스스로 판단하라>, 제주 오름의 분포와 등산 지도가 있는 <오름 오름 트레킹 맵> 다섯 권을 빌렸다.
내가 사는 곳의 도서관에서 규칙적으로 책을 읽고 빌리듯, 다른 곳에 가더라도 가급적 도서관 근처에 숙소를 정해 책과 가까이 지내려 한다. 그저 책을 좋아하는 것이 호흡하듯이 자연스럽다. 자연스럽게 그저 자연스럽게 좋아하지만 열심히 읽지 않는 책에 대한 도달하지 못하는 시기심이다. 손에 책에 있어야(手不釋卷) 마음이 안정되는 머리 나쁜 아이의 자기 기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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