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리 나무에서 떨어진 모든 도토리가 나무가 되지 못하는 것처럼, 독서 역시 무수한 생각덩어리가 마음밭에 떨어진다. 그 덩어리가 생각나무로 자라기까지 생각덩어리의 절대량이 떨어져야 한다. 그 외에 생각나무로 자라는 것은 요행이다.
혈관에 과다한 콜레스테롤이 쌓이면 동맥경화로 이어진다. 과다한 소유도 공간을 차지하는 쓰레기가 될 수 있다. 평소 운동과 절식으로 혈관을 청소하듯 삶에서도 지속적인 비우는 운동이 필요하다. 집안에 눈에 보이는 집기나 인테리어가 많다는 건,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에도 그만큼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고 여겨야 한다. 만족은 채움이 아니라, 비움이다. 욕망을 비우고, 생각을 비우고, 마음까지 비워야 한다. 그런점에서 난 마음에 똥만 가득찬 한심한 인생이다. 더 가관인 것은 알면서도 고치지 못하는 욕망덩어리다. 인간은 혼자선 한 치도 나아지지 못하는 존재다.
사람의 첫번 째 길은 외형적으로 좋아보이는 곳으로 걸어간다. 인생 두번째 길은 내면의 보이지 않는 길을 걸어가야 한다. 양심의 영역에 길을 찾아가며 스스로 걸어야 한다. 첫번 째 길이 타인과의 경쟁의 길이었다면, 두번째 길은 자신의 내면을 향한 구도의 길이자, 가질려고 했던 삶에서 주고 비우는 길이어야 한다.
첫번째 길은 외형적 모습을 추구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쇠락해져 누구나 동일한 늙음의 과정에 이른다. 두번째 길로 들어서는 내면의 모습은 늙지 않을 수 있다. 날로날로 새롭게 완숙될 수 있다. 노년이 된다는 건, 이제 내면을 향해 낮아지는 인간 모습으로 신을 찾아야 한다. 무한한 시간의 신 앞에선 인간이 1,000살을 먹어도 갓난 아이에 불과하다. 노년이 된다는 건 흔들리지 않는 심연의 문으로 걸어가는,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축의 세계로 향하는 낮아지는 길이자, 자신의 것을 비우며 내어주는 길이어야 한다.
짙푸른색 하늘처럼, 흩뿌려진 깨끗한 점점의 구름처럼, 단단한 바위처럼 그렇게 단순하고 깨끗하고 단단하게 살 수 없을까.
영도 봉래산 둘레길 #1 (0) | 2021.06.06 |
---|---|
죽음에도 외로움이 있는가 (0) | 2021.06.06 |
제주 한 달 살이를 연장하다 (0) | 2021.05.26 |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2) | 2021.05.16 |
길냥이들과 함께 했던 겨울 4개월간, 지극히 개인적 느낌 (2) | 2021.04.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