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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기타를 배우면서 ; 코드 ‘파’,‘레’를 잡을 때는 머리는 하얘지고 파래진다.

習作

by 풀꽃처럼 2021. 12. 3.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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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금요일 부산문화회관에서 클래식 기타를 배운다. 레벨은 입문반이다. 초급반에 들어가기 전단계다. 5개의 가로줄에 검은 콩나물, 흰 콩나물, 수직 비행을 하는 갈매기(쉼표), 포스코 더샵() 등 알 듯 모를 듯 음악 기호들이 도열해 있다. 머리는 이해하는데 손이 따라 주지 않는다. 10월 중순부터 시작한 입문반은 12월초가 되었지만 여전히 손병신이다.

 

팔에 힘을 빼라는데 그러면 코드가 잡히지 않는다. 몸은 내 것이나 통제가 안 된다. 손가락도 1,2,3,4하면 될 것을 엄지는 p, 검지는 i, 중지는 m, 약지는 a로 표기한다. pima 순서로 자연스럽게 기타줄을 쳐야 한다. pimapiam, pmia, paim이 되면 머리는 해석완료 했지만 손가락이 통제가 안 된다. 손따로 머리따로란 말은 기타를 치면서야 알았다.

 

박자 감각은 몸치라 쉴 때 쉬지 못하고 질주한다. 검은 콩나물, 흰 콩나물의 박자를 찾지 못하니, 코드를 따라 동일한 박자로 친다. 멜로디가 자연스러울 수가 없다. 베토벤 환희의 송가는 내가 연주하면 띵까띵까 알 수 없는 망치 소리처럼 변한다. 멜로디에선 왼손은 기타줄을 집어야 하는데 왼손은 머리 통제를 거부한다. 머리따로 손따로 노는 건 개그콘서트를 보는 것처럼 바보 영구가 바로 나다. 헛웃음이 절로 나온다.

 

다음 단계인 초급으로 레벨을 올려야 하는데 통과될지 의문이다. 기타는 배울수록 재미있는 악기다. 낮은 음은 첼로 악기를 높은 음은 바이올린을 표현한다는 말이 매력이다. 현악 4중주를 홀로 연주할 수 있다는 희망에 빠져든다. 악보의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진 의미를 확장한 전체 구조를 파악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 음악도 알고 보면 전체 구조하에서 마디 마디가 높낮이를 형성하고 있는 구조다. 이러한 악보의 전체구조와 곡의 의미는 재미있지만, 코드를 잡고 연주하는건 젬뱅이다.

 

오늘은 전체 10차시 중에서 8차시에 참석했다. 엄지(p)와 검지(i), 중지(m)를 움직여 첼로와 바이올린을 표현하는 수업을 했다. ‘는 쉽게 잡을 수 있다. ‘는 내 손가락이 장애임을 확인한다. 왼손은 뻣뻣하거나 불량 소년처럼 말을 안 듣는다. 손가락이 치매다. 강사는 뛰어난 기타 연주자 중에서 치매로 죽는 사람은 들어보지 못했다고 한다. 손가락을 자유자재로 활용한다는 건 뇌 근육을 키운다는 말과 동일하다. 수많은 실험들이 증명한다.

 

클래식 기타를 배우는 시간은 내 손가락이 바보 영구임을 눈으로 확인하는 재밌는 시간이다. 손가락으로 코드를 자유자재로 잡는 연습이 뇌의 근육을 키운다. 왼손가락으로 기타 코드를 잡고, 오른손가락으로 기타줄을 하나하나 치는 건 재미있는 뇌훈련이다

 

외국어를 배울때처럼 시간이 해결하리라 확신한다. 배울 때는 모르지만 시간이 흐른 후 뒤돌아 보면 실력이 나아졌음을 알 수 있다. 먼 거리도 한 걸음 한 걸음은 멈추진 않고 걷다보면 거리는 늘어난다. 꾸준히 걷기만 하면 된다.

셋팅은 그럴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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