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짙은 안개가 온 천지에 내렸다.
이런 날은 그냥 하염없이 안개가 걷히는 모습만 봐도 좋겠다. 책과 커피만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은 너무 못된 생각일까. 세상을 살아가는 건 그렇게 많은 것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겠다는 얄팍한 생각이 들어온다.
젊은달 Y파크는 거대한 현대 미술관이다. 솔직히 현대미술은 잘 모르겠다. 느낌이 훅 하고 들어오지 않는다. 그저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다. 평소에 볼 수 없는 조형물들. 고정된 시각을 비트는 조형물들. 입구에 형상화된 붉은 대나무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요선정(邀僊亭). 신선(僊)을 맞이하는(邀) 정자. 오른쪽엔 요선정이 왼쪽에는 복숭아 모양의 바위에 마애조각상이 앉아있다. 마애상이 어디를 향해 보고 있는지 그의 시각에서 바라봤다. 그의 시선은 피안의 세계를 보는지 신선이 오는 곳을 보는지 아득히 열린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정자 옆에 절묘하게 자리잡은 바위는 신선이 먹는다는 복숭아 형상이다. 바위에 새겨진 마애불은 고려시대에 조성된 3.5m 높이의 부조로 저 먼 피안 세계를 바라보는 형상이다. 요선정의 아래에는 주천강이 흐르고, 요선암이 기이하게 앉아 있다. 요선암은 신선들이 앉아서 거닐던 돌개구멍들이 신비함을 자아낸다. 여름 밤하늘에 달이 뜨고, 주천강에 달이 담길때 마애불의 시선으로 피안의 세계를 상상하는 모습은 절묘함의 극치가 아닐까.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요선정과 그 마당 역할을 하는 주천강의 요선암이다. 요선정에 올라 마애조각상이 바라보는 시선은 피안의 신화 세계다. 무한정의 스토리가 만들어 지는 신선을 초청하는 요선정, 둥근 달이 하늘과 주천강에 내릴 때 우리의 마음은 피안의 세계로 들어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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