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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산다는 건(5) : 강원도 영월, 공기도 숨죽이는 곳

부산에 산다는 건

by 풀꽃처럼 2021. 12. 16.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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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산다는 건, 강원도 가기에는 너무 멀다는 거다. 새벽에 일어나야 점심 언저리에 갈 수 있는 곳. 그래도 영월이기에 기꺼이 가야만 하는 곳.

영월의 유래를 검색해 보니 나오지 않는다. 영월 문화원에 문의했더니 관계자가 알려 준다. 지명에 대한 유래는 없고 유교적인 의미로 편안하게(편안할 寧) 머물다 넘어가는(넘을 越) 곳이라고 한다. 강원도의 산들은 삐죽빼죽 험준한 지형아래 구비구비 흘러 돌아가는 강들이 부드럽게 흘러간다. 강물이 유속을 줄이면서 돌아가는 모습에 우리네 바쁜 인생에서 우선멈춤 하듯 편안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곳이다.

누구든 영월에 첫발을 디뎌 심호흡을 하면 차분히 가라앉는 경험을 할 것이다. 직선으로 흐르는 강물을 충분히 곡각으로 만드는 곳이 영월이다. 직선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이 벽에 부딪힐때 영월에 발을 디디면, 호흡은 차분히 가라 앉고 시간은 정지되는 경험을 할 것이다.

단종이 유배되었던 청령포

1453년 수양대군은 조카 단종을 이곳 청령포에 유배 보내후 사약으로 죽이고, 권력을 찬탈해 세조가 된다. 박정희의 군사쿠데타, 전두환의 쿠데타로 하야한 윤보선, 최규하 대통령이 오버렙된다. 역사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빅데이터이면서, 살아있는 박물관이다. 권력이란 절대반지는 손가락에 끼는 순간 사람을 지배한다. 권력의 무서운 힘이다. 권력은 양날의 검처럼 잡는 사람에게도, 반대한 사람에게도 상처를 입힌다. 단종의 청령포를 조망하면서 뫼비우스띠처럼 무한 반복되는 역사의 굴레를 확인한다. 겨울비가 산허리마다 그 처연함을 표현하는 것 같다.

2021년 10월 개관한 영월 관광 센터
영월 관광 센터, 별빛 터널 속 시간을 달리는 사람
영월 관광 센터, 별빛 터널
영월 관광 센터 미디어 아트(벽면과 바닥을 활용한 3D 아트)
미디어 아트 관람후 내가 그린 민화를 스캔해서 영상에 표출

영월엔 한국 최초로 설립된 <조선 민화 박물관>이 있다. 국내 최대는 강진의 <한국 민화 뮤지엄>으로 해설사의 친절한 설명으로 작품 이해를 쉽게 도와준다. 영월 관광센터는 민화를 미디어 아트로 재탄생시켰다. 다른 지역의 미디어 아트는 유럽 회화와 고흐 작품을 보여주지만, 영월의 민화는 우리 몸에 맞는 소재로 한국적 정서를 잘 반영한 웰메이드 작품이다.

25분간의 미디어 아트 관람후 출구에서 자신이 선택한 민화를 채색해서 제출하면, 대형 화면에 동영상으로 표출해준다. 색다른 즐거움이다.

영월 관광 센터, 3D 미디어 아트
영월 관광 센터, 3D 미디어 아트
영월 관광 센터, 3D 미디어 아트

영월의 미디어 아트는 민화와 창령사의 오백나한을 주제로 벽과 바닥 전체를 활용해 유려하게 연출한다. 서양 명화를 주제로 한 미디어 아트에서 느끼지 못했던 아쉬움이, 이 곳의 연출을 본 후 갓 김장을 담근 김치처럼 깔끔한 맛이다. 영월에 한 번 들르면 꼭 보기를 권한다.

영월에선 인생의 유속이 빠르다고 느낄 때, 편안하게 머물다 넘어가는 여유를 느끼시길 권한다. 지리산이 어머니의 품처럼 사람을 끌어 안는다면, 영월은 사람을 차분히 내려놓게 만든다. 유려하게 구비구비 흐르는 물처럼 그렇게 직선으로만 달리지 말고, 편안하게(寧) 머물며 다음 인생을 넘어가라는(越) 화해의 지역이다. 인생은 누구나 한 번 뿐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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