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지파의 삼손은 마지막 사사로 나실인으로 태어난다. 나실인은 구별된 삶을 살아야 한다. 나실인은 포도주와 독한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 포도와 관련된 식초는 물론 건포도도 먹어선 안된다(민 6:3~4). 머리를 깍아서도 안된다(민 6:5). 시체를 가까이 해서도 안된다(민 6:6). 신약의 세례 요한도 나실인으로 태어난다(눅 1:15).
세례 요한은 충실하게 주님을 따라 살았던 반면, 사사인 삼손은 겉모습은 나실인 이었지만, 행동은 자기 눈에 좋은데로 나실인의 규약을 어기며 살아 간다. 사자의 주검에 손을 대고, 자기 눈에 좋은데로 가나안 여인을 쫓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은 일을 이루어 나가실 것이다.
삼손이 활약한 시대는 단 지파와 유다 지파가 블레셋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15:11). 블레셋은 이집트(히브리어로 미스라임)의 사촌(창 10:13~14)이기에 이스라엘이 블레셋에 예속되는 것은 이집트에 예속되는 것과 동일했다. 삼손이 유다 땅 에담 바위틈에 있을 때 유다 사람들은 삼손을 결박해 블레셋 사람들에게 넘겨준다. 지파들 간의 연대의식이 사라져 감을 보여준다.
삼손 시대에 이스라엘 백성은 더 이상 자신을 구원해 달라고 주님께 간구하지도 않는다. 사사기 1장 1~3절에서 지파간 이스라엘 사람들이 행했던 용감한 행동과 극명하게 비교된다(삿 1:1~3). 특히 지파의 우두머리 역할을 한 유다지파의 배신은 이스라엘 전체가 얼마나 깊이 타락한 상태인지 보여준다.
삼손이 유대 지파에 의해 블레셋 인들에게 넘겨졌을 때, 그에게 주님의 영이 내려 싱싱한 당나귀 턱뼈 하나로 블레셋 사람 1,000명을 죽인다(15:15). 싱싱한 턱뼈는 죽은 지 얼마되지 않은 당나귀의 사체이기에 그는 나실인의 규약을 어기고 적군을 죽인 것이다. 그는 자신이 승리한 양 스스로 승전가를 외친다(15:16). 전쟁에서 승리한 후 부른 드보라의 노래(삿 5장), 홍해를 건넌 후 이집트 군인을 바다에 몰살한 것을 목격한 후 노래한 미리암의 노래(출 15장)는 주님을 찬양하지만, 삼손은 자기의 승리를 자랑한다. 정작 주님을 찾은 것은 블레셋 사람을 몰살한 후 자신의 목이 마를 때 찾았다(15:18).
주님의 힘으로 승리했지만, 자신의 능력으로 이긴것처럼 자신을 높이고, 주님은 자신이 목이 말라 필요할 때만 찾는다. 철저히 자기 욕구에 충실하는 삼손의 모습에서 지금 우리의 모습이 겹쳐진다.
삼손은 주님이 내리는 복을 받으면서 잘 자랐고, 마하네단에 있을 때는 주님의 영이 처음으로 그에게 내린다(1:24~25). 그러나 곧이어 2장 1절에서 블레셋의 딤나로 내려간다. 그곳에서 블레셋 처녀를 보고 돌아와선 부모에게 장가들고 싶다고 한다. 히브리어로 직역하면 '그 여자가 삼손의 눈에 좋았다(right, 옳았다)'는 뜻이다. 구별된 삶을 살아야 했던 삼손의 판단기준은 '주님'이 아니라 '자기'였다.
삼손은 자기가 죽인 사자의 주검에 있던 꿀을 먹은 후, 부모에게 주면서 사자의 주검에서 떠온 것이라곤 말하지 않는다(14:8~9). 나실인은 주검에 손대면 안되는데도 말이다.
사사 시대에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했다(삿 17:6, 21:25). 이것은 마치 창세기의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 앞에서 행하는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가. 삼손은 사사 시대의 전형적인 인물처럼 외형은 구별된 삶을 살아야 할 나실인이었음에도, 행동은 자기소견에 좋을 대로 행동한다. 삼손이 판단하는 기준은 '자기의 눈에 좋은지(옳은지)'가 우선이었다. 그의 후계자인 사무엘처럼 주님의 말씀을 기다리지 않았다.
딤나의 블레셋 여자와의 결혼은 파탄으로 끝나고, 두번째 여인은 가사 지역의 창녀, 세번째 여인은 소렉 골짜기의 들릴라란 여자를 만난다. 블레셋 사람들은 들릴라에게 각각 1,100세겔을 주겠다고 제안하며 삼손의 약점을 알아내라고 한다. 당시 4일치 노동자 임금은 4세겔이었다. 1년 250일 일한다고 가정하면 최소 약 20년치 임금을 의미한다. 각각 1,100세겔이니 5곳일 경우 약 100년치의 금액이다.
삼손의 힘은 주님으로부터 오는 것이다. 머리카락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가 블레셋 사람들에게 힘을 쓰지 못하고 잡힌 것은 주님이 떠났기 때문이다(16:20).
블레셋 사람들은 삼손을 잡은 후 그의 눈을 뽑아 버린다. 삼손이란 이름은 '태양'을 의미한다. 빛처럼 세상을 밝힐 그였지만, 두 눈이 뽑혀 어둠으로 전락한다. '주님의 눈'이 아닌 '자기의 눈'으로 판단해 여자들을 선택하고, 블레셋 문화를 쫓아갔던 삼손에게 내려진 역설이다.
삼손은 다곤 신전에 모인 블레셋 사람들에게 끌려 나온다. 그 때 '처음으로' 삼손은 주님께 간구한다. 두 눈이 뽑히고, 머리가 잘린 상태에서 "주 하나님, 나를 기억하여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하나님, 이번 한 번만 힘을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나의 두 눈을 뽑은 블레셋 사람들에게 단번에 원수를 갚게 하여주십시오(16:28, 새번역)". 신전의 옥상에 앉아서 다곤 신을 찬양하던 약 3,000명의 사람들과 함께 죽는다. 단 지파인 삼손의 죽음과 함께 12지파 중 유일하게 단 지파는 자신의 땅을 잃고 북쪽으로 이동한다.
주님이 사람에게 한 두가지 재능을 주었다고 그 사람의 모든 영역이 인정을 받는다는 뜻은 아니다. 삼손은 나기전부터 주님께 바쳐진 나실인으로 태어나 이스라엘을 블레셋 사람으로부터 구원할 사명을 받았지만, 자기 좋을대로 살아서 많은 실망을 안겨준다. 삼손은 나기전부터 나실인으로 구별된 사람이었지만, 자신은 구별된 삶을 살지 못했다. 그럼에도 주님의 계획은 성취되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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