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농촌체험 살아보기, 하동 의신마을 10일째

농촌체험 살아보기

by 풀꽃처럼 2023. 3. 30. 14:37

본문

아침 산책길에 산불 피해에 까만 숯검댕이로 변한 나무들이 어둡게들 서있다. 3월 중순 발생한 지리산 산불로 직간접 피해를 입은 지역은 91ha(273,000평으로 야구장 91개 크기 규모)로 추정된다. 안타깝게도 산불 진화과정에서 소방대원 1명이 순직하는 사건도 있었다.

산불 피해로 까만 숯검댕이로 변한 나무들
숯검댕이 재를 뚫고 또다른 생명을 피우는 녹색 생명들

산불로 인해 나무들은 죽었지만, 다시 녹색의 풀들이 불탄 재들을 뚫고 일어선다. 그동안 울울창창 숲들 때문에 기를 못 폈던 풀들의 세상이 되었다. 당분간 풀들이 까맣게 그을려 몸뚱이가 드러난 산들을 덮을 것이고, 다시 나무들이 자라면 풀들은 뒤로 물러날 것이다. 자연은 하나가 무너지면, 다른 것으로 채워지는 균형을 이룬다. 인생 역시 자연의 일부이며, 살아가는 동안 역경이 다가오면, 다시 다른 길이 열린다. 그것을 보지 못할 뿐, 자연은 언제나 희망이란 씨앗을 인간에게 던져 준다.

의신마을이 산불 피해를 입었지만 3월 29일 일(Work)과 휴식(Vacation)을 함께 하는 워케이션(Workation, 휴가지 원격근무) 농촌체험 휴양마을 조성사업 대상에 선정되었다는 기쁜 소식이다. 워케이션은 재택근무에서 한발 더 나아간 개념으로 원하는 곳에서 업무와 휴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새로운 근무제도다. 경남도는 도내에서 기존 농촌체험마을 136개 중에서 우수마을 10곳을 선정했다. 의신마을은 지리산 하늘아래 첫 동네로 천혜의 자연환경과 다양한 체험거리를 보유한 마을이다. 이번 워케이션 마을로 선정되어 의신마을은 이산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탄소제로 마을과 함께 지속가능한 농촌마을을 만드는데 선도적이고 모범적인 사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기사 원문보기 : 연합뉴스 http://bit.ly/3nvN61l, 경남도민일보 https://bit.ly/3M36axT).

정겨운 감성이 절로 뿜어나는 지리산 꽃꿀 n 흑백 사진관 외관

오전에는 서울에서 의신마을로 귀농한 지 15년 차 주민을 만나 시골살이에 대한 간담회를 가졌다. 주인장은 화개면에서 유일한 감성 흑백 사진관과 양봉을 겸업하고 있다. 화개장터에서 자동차로 20분 정도 산을 올라와야 하는데도 흑백 사진관은 그런대로 운영이 된다고 한다. 청춘들에게 트렌드로 자리 잡은 감성 사진관의 인기를 실감한다.

양봉업자이면서 흑백 감성 사진관을 운영중인 주인장과의 간담회

초기 의신마을에 정착할 당시 고로쇠 채취를 했지만 산비탈을 넘나드는 체력을 요하는(?) 분야에 적응하지 못하고 양봉업으로 업종을 전환해 10년째 운영하고 있다. 체험자들에게는 귀촌해서 현지인과 동일한 사업(농사, 양봉 등)에 바로 뛰어들기보다는 도제 형태로 몇 년 기술을 익히는 시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도시에서 경험 없이 신규사업에 뛰어드는 불나방과 같은 위험이 있음을 강조한다. 또한, 눈에 좋게 보이다고 무턱대고 집을 지을 토지를 구매하지 말고 1~2년 그 지역에 월세로 먼저 살아볼 것을 제안하는 것은 선배 귀촌인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부분이다.

시골살이는 도시처럼 많은 수익보다는 현저하게 떨어지지만, 찾아보면 소일거리와 수익 거리가 보인다고 한다. 도시에서 늘 긴장하며 챗바퀴의 삶을 사는 것보다는 시골의 삶이 마음의 여유를 누리는 장점은 있다고 한다. 도시든 시골이든 그 지역에서 관계를 잘 맺고, 좋은 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장소가 문제가 아닐 것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의 상태다. 단순히 도시에 살기 싫어 도피성으로 시골을 선택하기보다는, 지금 있는 곳에서 좋은 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시골살이 또한 즐겁고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뭐든 피하기보다는 즐기는 자세와 호기심으로 도전하는 태도는 삶이라는 나무의 튼튼한 뿌리처럼 기본 토대일 것이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