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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체험 살아보기, 하동 의신마을 8일째

농촌체험 살아보기

by 풀꽃처럼 2023. 3. 2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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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독서를 마치고 산책길을 나선다. 서산대사가 출가했다는 원통암(圓通庵)까지 1km 산길을 걸어 오른다. 지리산 덕평봉의 남쪽 해발 700m 고지에 자리한 암자는 신라말 고려초에 창건되었다. 창건 당시 31개 산내암자 중의 하나로 관세음보살을 모셨기에 원통암으로 명명했다. 원(圓)은 일직선처럼 끝이 있는 것도, 삼각형이나 사각형처럼 각진 것이 아닌 원형이며, 통(通)은 막힘이 없이 통한다는 의미다. 원통은 막힘이 없이 통하기에 '전지전능'이라는 의미라고 주지 스님은 해석한다. 문수보살을 모시면 문수암, 약사여래를 모시면 약사암 등 암자의 명칭에는 그 이유가 있다.

과거 화전민들이 먹거리를 일구었던 흔적들

원통암으로 오르는 길에 보이는 옛 화전민 논밭터엔 자연스럽게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한때는 큰 마을을 이루었을 것으로 짐작될 정도로 제법 높은 위치까지 논밭터들이 자리 잡았다.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은 자연이 알아서 복원한다.

멀리 백운산 자락이 보인다.

원통암 마당에선 멀리 백운산 자락까지 보인다. 서산대사(1520~1604)는 15세 때 지리산을 유람하던 중 원통암에 들러 출가했다. 서산대사는 평안도 안주 출신이며, 법명은 휴정(休靜), 속명은 최여신(崔汝信), 호는 청허당(淸虛堂)이다. 33세 때 승과에 급제한 후 최고승직에 올랐고, 38세에 모든 직을 내려놓고 만행에 나섰다. 현재의 암자는 일제 강점기 화재로 소실되었고, 1997년 복원했다.

동백꽃은 두 번 핀다. 한 번은 나무에서 두 번은 바닥에서

원통암 뒤편에 있는 산신각 뜰에 다시 핀 동백꽃이 운치를 더한다. 나무에 걸려 있을 때는 그 붉은 빛으로 사람을 유혹하고, 제 목을 스스럼없이 자르고 땅에 내려 앉아선 다시 태어나는 꽃답게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서산대사 영정이 놓인 청허정 내부 유품 관련 사진들

서산대사의 영정이 있는 청허당 벽에 걸린 사진들의 진품(교지, 발우, 서산대사 친필 등)은 전남 해남의 대흥사에서 보관하고 있다. 선조임금이 하사했다는 신발인 당혜(唐鞋)에서 당나라에서 건너온 신발임을 알 수 있다. 당근(唐根), 당나귀 등 현재까지 살아남은 단어에서도 과거 당나라에서 건너온 것임을 알 수 있다. 단어를 자세히 살펴도 역사와 문화를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된다.

산방에 가지런히 놓여진 다기들

주지 스님이 선방으로 초대해 아침 한나절 소중한 차대접을 받았다. 무작정 시골에 대한 향수로 시골에 왔다간 낭패볼 수 있다고 한다. 사전에 1년 정도 월세를 살면서 지역주민과 친해진 뒤에 집을 짓든 정착생활을 해야 실수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시골의 낭만적인 풍경엔 역시나 사람들이 살고 있기에 사람과의 관계를 중시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저런 넋두리 섞인 대화를 하다보니 2시간 넘게 시간이 흘러 서둘러 의신마을로 내려왔다.

이장님의 안내로 마을을 탐방중인 체험자들

오후에는 마을 이장님의 안내로 의신마을 골목골목을 다니는 탐방을 했다. 빈집이 몇 군데 보였고, 한 집을 지나면서도 무슨 일을 하는는 등 세세한 내력을 들었다. 시골 생활 역시 도시처럼 언제나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을 실감한다.

이장님 사무실에서 농촌 현장 설명과 질의응답

마을 탐방후 이장님은 체험자와의 간담회를 가지면서 시골살이 정착하는 아이디와 질의응답시간을 가졌다. 화개면에는 체험 마을인 의신마을을 포함해 20개의 마을이 있고, 다른 마을에 비해 젊은 층 비율이 높다고 한다. 이른 봄에는 고로쇠, 봄에는 산나물, 여름에는 민박, 가을 약초 채취 등의 수입으로 생활한다. 기본적으로 농촌살이 후 2~3년간은 경험을 쌓는다는 생각을 한다면 시골 정착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과의 친분을 쌓으면서 현지인과 가깝게 지내야 하는 점은 도시인의 인간관계 맺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관계를 잘 맺는다면 어디든 정착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다만, 지금껏 살아온 현지인들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노력은 도시인들이 동등한 위치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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