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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체험 살아보기, 하동 의신마을 6일째

농촌체험 살아보기

by 풀꽃처럼 2023. 3. 22.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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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신마을에서 벽소령을 향하는 길목에 위치한 삼정마을의 이장님 댁을 방문했다. 평소에 늘 시골 생활에 대한 유익한 정보를 전해 주시는 분이다. 도시에서는 숨만 쉬고 살아도 2인이면 200~300백만 원이 들어간다. 농촌에선 50~100만 원이면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이장님 댁은 해발 640미터에 위치한다. 지리산 산허리를 뒤에 두고 남쪽을 향해 집은 반대편 능선과 골짜기를 조망하는 천혜의 환경이다. 우선 공기부터 신선도가 최상급이다. 둘째, 눈에 들어오는 풍광이 신선급이다. 셋째, 귀에 들려오는 온갖 새소리는 힐링 음악이다. 그 외에도 많이 있지만 서 있는 것만으로 오감이 행복하다.

이장님 댁 마당에서 보이는 풍광

이장님 댁에서 담소를 나눈 후 1km 떨어진 설산습지로 탐방을 나섰다. 지금은 탐방이 금지된 지역이지만 관계 기관의 허가를 득한 상태라 이장님의 안내로 산길로 접어들었다. 이장님댁의 백구도 안내견으로 따라나섰다.

설산습지 탐방로 입구에서 설명하는 이장님

산길은 탐방로를 따라 데크가 편리하게 설치되어 있다. 탐방로 좌우를 따라 과거 논과 밭이었던 지역을 차근차근 설명한다. 도시인의 눈에는 그저 산비탈처럼 보이는 곳도 설명과 함께 들으니 과연 논과 밭이 형태가 보인다. 숯 가마터의 흔적을 보고 다시 완만한 길을 오른다.

 

고로쇠나무, 노각나무, 참나무 가지 끝에 달려 있는 겨우살이 등 무심코 지나쳤을 나무들을 이장님의 설명을 들으며 연신 고개를 주억거린다. 도시인들이 보기엔 그 나무가 그 나무처럼 보이는 까막눈이지만, 이장님의 해박한 나무 해설로 왠지 뿌듯한 자신감이 드는 이유는 뭘까...

설산 습지, 가뭄으로 말라 있다
설산 습지 안내판을 배경으로 인증샷

설산 습지는 해발 750~760미터 부근에 위치한다. 부처님이 고행했다는 히말라야 설산의 이름을 가져왔다. 이 지역은 과거 전답으로 활용된 곳으로 사람들이 떠난 후 30년 동안 보존되며 과거의 식생으로 복원되어 가고 있다.

 

내려오는 길에 멧돼지가 부빈 나무를 보여준다. 큰 녀석일까. 나무의 제법 높은 위치까지 몸을 부대낀 흔적이 남았다. 몸이 가려울 때나 벌레 등을 없애기 위해 몸을 비비는데, 멧돼지가 몸을 비볐다고 해서 이런 나무를 ’ 비빔목‘이라 부르기도 한다. 설산 습지의 곳곳에도 이 녀석들이 피부가 갈라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뒹군 흔적들이 남았다.

멧돼지가 나무에 몸을 비빈 흔적이 남은 ’비빔목‘

시골 생활에 대한 막연한 걱정이 이장님의 설명을 들으면 당장이라도 이주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의신마을이 속한 화개면은 2022년도 순 유입인구가 증가한 지역으로 인기도 많다. 외지인에 대한 배타적인 면도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어느 농촌의 경우는 외지인이 이주할 경우 마을발전기금을 요구하기도 한다. 마을의 각종 행사 참여는 물론이고 노골적으로 텃세를 부리는 지역이 있기도 하다. 인근 어느 마을의 경우는 외주인과 현지인이 따로 마을을 형성할 정도로 사이가 틀어진 곳도 있기도 하다.

 

농촌은 외지인들이 사전 정보도 없이 도시처럼 무턱대고 이사한다고 살아지는 곳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농촌체험 살아보기는 현지에서 살면서 세밀하게 지역을 관찰하는 좋은 제도다. 물론 3개월 산다고 알 수는 없다. 차근차근 농촌 살이에 대한 정보 수집과 관찰을 하면서 시골에 연착륙하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설산 습지 탐방을 마친 후 이장님 마루에서 사모님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점심 만찬을 대접받았다. 멋들어진 자연의 풍광이 곁들여진 만찬은 지금껏 맛보지 못한 신선의 맛이다. 어느 누가 이런 풍광에서 자연이 숨 쉬는 만찬을 누릴 수 있겠는가. 평생에 잊지 못할 꿀보다도 더한 만찬이었다.

송구스럽게도 이장님이 손수 배식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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