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자연은 한 폭의 동양화처럼 그려진다. 구름이 산을 둘러 더 아득한 느낌을 자아낸다. 먹물을 흩뿌려 하늘은 군데 군데 구름이 번져있다. 매일 새로운 자연 작품을 감상한다. 화가의 작품은 늘 그대로지만, 자연의 작품은 시시각각 새로운 작품으로 눈에 들어온다. 자연은 공짜 미술관이다. 거대한 캔버스에 무한정 그려대기에 사람들은 모른다. 무료인 공기가 생명의 원천임을 망각하는 것처럼, 어쩌면 우리는 작은 화폭에 담긴 그림만 좇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거대한 화폭이 눈 앞에 있는데도 말이다.
의신마을 초입에 세워져 있는 솟대가 하늘을 향해 있다. 솟대는 나무나 돌로 만든 새를 장대나 돌기둥 위에 앉힌 마을의 신앙대상물이다. 솟대는 마을공동체 신앙의 하나로 음력 정월 대보름에 동제(洞祭)를 올릴 때 마을의 안녕과 수호, 풍농을 위하여 마을 입구에 세운다. 솟대 위의 새는 대개 오리라고 불리며 일부지방에서는 까마귀, 기러기 등을 나타내기도 한다. 솟대의 기원은 청동기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오래되었다. 의신마을은 새의 둥지처럼도 생겼지만 물 위에 떠 있는 배의 형상으로도 보인다. 솟대는 배의 돛에 위치한 곳에 위치해 있다.
새벽 산책길에 돌담에 무리지어 핀 영춘화(迎春花)를 만났다. 영춘화는 봄을 노골적으로 격하게 맞이하는 꽃이다. 개나리는 귀엽고 앙증맞게 개화한다. 개나리가 네 개의 꽃잎으로 강아지 손바닥처럼 봄에게 손을 내민다면, 영춘화는 여섯 장의 꽃잎을 활짝 벌려 봄(春)을 환영하는(迎) 꽃이다. 영춘화 역시 봄꽃이기에 잎 보다는 꽃이 먼저 격하게 봄을 껴안는 꽃이다. 영춘화의 꽃말은 ‘희망’이다. 겨울을 이겨낸 생명을 깨우는 ‘희망’이다. 희망이 오늘 활짝 폈다.
오전 마을 주요 관계자, 하동군청 담당자와 귀농귀촌 지원자간 간담회 자리를 가졌다. “도시민들이 농촌에 와서 지역민들이 하는 일들에 대해 틀리다고 말하지 말고, 다르다고 생각하라“는 17년차 귀농인의 조언을 마음에 새긴다. 외지인의 눈으로 보면 다르게 보일지라도 농촌에선 해야만 하는 일이다. 세상 어디에 가더라도 나의 시선이 아닌, 상대방을 배려하는 시선은 변하지 말하야 한다. ”생각만 하지 말고 바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10대째 토박이 주민의 말에 동의한다.
하동군청은 지역활력추진단을 조직도에서 별도로 설치할 만큼 중요하게 보인다. 지역활력추진단내에 청년정책, 인구정책, 귀농귀촌으로 구분되어 있다. 이 세 가지가 현재 한국의 농촌이 직면한 절박한 과제임을 말해준다. 지역소멸이라고 불릴 만큼 서울 공화국 중심인 한반도에서 지역에도 사람이 살고 있고, 사람을 살게 하기 위한 절박한 모습이 조직도에 그대로 드러난다. 지역균형발전은 지역 국회의원이 너도나도 외치지만, 정작 현실은 퍽퍽하게 느껴진다. 왜냐하면 지금도 끊임없이 지역의 인구는 소멸로 향하기 때문이다.
시골 역시 ‘빈집은 많은데 살집은 없음’을 실감한다. 빈집이 있더라도 자식세대에서 그대로 두고 있는 현실이다. 행정기관에서 빈집을 수리해 새로운 수익원을 소유주에게 제시하더라도 적극 수락하지 않는다. 귀농인이 지역에 연착륙을 하기 위한 ‘귀농인의 집’은 1년을 저렴한 임대료로 지낼 수 있는 편리한 장치다. 현실은 ‘귀농인의 집'에 대한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하다. 일본의 시골 빈집에 대한 보유세 부과와 지원이란 당근과 채찍제도는 고려해 봄 직하다.
일손은 부족한데 일할 사람은 없는 것도 도시의 중소기업이 직면한 현실과 농촌은 닮았다. 귀농귀촌을 할려는 은퇴자들은 1주일에 2~3일 근무, 4시간 이내의 일을 선호한다. 도시는 언제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문화시설과 인프라가 구축이 잘 되어 있지만, 시골은 그렇지 않기에 돈을 벌려는 목적보다는 활동적인 소일거리를 찾는 것을 선호한다. 힘든 일은 기피하고, 여가가 우선인 일거리가 우선이다. 워라벨 수준의 일거리를 찾는다.
귀농귀촌인들이 시골에서 그동안 쌓아온 경력을 지역에 되돌려 주는 봉사활동을 찾는 것도 고려해 볼 듯 하다. 그 동안 자신을 향해 노동했던 시간을 이제는 이웃을 향한 노동을 통해 두 번째 인생은 보람차고 즐거운 삶이 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의신마을에 입소한 귀농귀촌인들과 직접적으로 대면해야할 하동군청 담당자들이기에 시간을 넘어서면서 까지 질의응답이 이루어질 만큼 활기찬 시간이었다. 향후도 여러차례 간담회를 통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서로 논의해서 좋은 결실이 열리길 기대한다. 지역에도 사람이 살고 있고, 사람이 살아야 하고, 사람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농촌체험 살아보기, 하동 의신마을 6일째 (0) | 2023.03.22 |
---|---|
농촌체험 살아보기, 하동 의신마을 5일째 (0) | 2023.03.21 |
농촌체험 살아보기, 하동 의신마을 3일째 (0) | 2023.03.15 |
농촌체험 살아보기, 하동 의신마을 2일째 (0) | 2023.03.15 |
농촌체험 살아보기, 하동 의신마을 1일째 (0) | 2023.03.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