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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체험 살아보기, 하동 의신마을 2일째

농촌체험 살아보기

by 풀꽃처럼 2023. 3. 15.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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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일어나 가벼운 산책길에 나선다. 왕복 1시간 정도 거리의 산길로 접어든다. 새벽에 올려다본 하늘은 별들이 도시에 비해선 상당히 많이 보인다. 북두칠성이 머리위에서 선명하게 7개의 별들이 여기 있다고 강조점을 찍는다.

농촌체험 숙소로 이용하고 있는 휴정 펜션 게스트하우스

첫날 일찍 잠에 들었고, 외지에서 첫 밤이라 숙면은 취하지 못했다. 인간의 몸이 적응할려면 며칠은 걸릴 듯 싶다. 몸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자그마한 9평 남짓 공간에 주방겸 거실겸 침실, 화장실이 종합세트처럼 모여있다. 방의 크기는 혼자있기에도 작은 크기다.

 

휴정은 서산대사(1520~1604)의 법명에서 가져왔다. 묵고 있는 방 안에 걸려있는 액자엔 서산대사가 입적할 때 남긴 임종계(臨終偈)가 걸려 있다.

 

千計萬思量(천계만사량) 천가지 만가지 생각도

紅爐一點雪(홍로일점설) 붉은 화로의 눈송이 하나와 같다

泥牛水上行(니우수상행) 진흙 소가 물 위를 걸어가는데

大地虛空裂(대지허공렬) 대지와 허공이 갈라진다

 

사람이 계획하고 생각하는 것들도 화로에 떨어지는 한 점 눈송이처럼 순식간에 사라져버린다. 이러한 인간의 생애는 허무함을 의미한다. 진흙으로 된 소가 물 위를 걸어간다는 자체가 모순된 말이며 흙은 물에 녹을 수 밖에 없어 나아갈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대지와 허공이 갈라진다는 건 어려움과 고통은 피할 수 없다는 말이리라.

 

약하면 인간이 아무리 계획하고 고민하는 것도 붉게 타오르는 화로에 떨어지는 한 송이 눈처럼 순식간에 없어지는 허무한 것이요, 흙으로 만든 소가 물 위를 걸어갈 수 없을뿐더러 눈에 보이는 것은 없어지고 말 것이다. 인생의 무상함을 의미하면서도 진흙으로 만든 소가 물 위를 걸어가더라도 걸어가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예수 그리스도도 너희 중에 누가 염려함으로 그 키를 한 자라도 더 할 수 있느냐(Can all your worries add a single moment to your life?, Mat 6:27 NLT)”고 말했다. 인생에 대해 염려하기 보다는 하나님을 찾고 하나님의 뜻대로 행해라고 가르쳤다. 하나님의 뜻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제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것이다. 우리의 눈을 인간이 걸어가는 인생이란 길 위에 두면 화로에 떨어지는 눈송이 하나처럼, 물 위를 걸어가는 진흙 소처럼 허무하다. 우리의 눈을 하늘과 이웃에 둘 때, 사랑으로 껴안고 행할 때 인생은 살아야 할 가치가 있다.

서산대사 명상바위

새벽에 의신마을에서 벽소령으로 이어지는 긴 등산로의 아랫 길을 걸었다. 왕복 1시간 분량으로 잡았기에 삼정마을까지도 이르지 못하는 거리다. 산책로에서 만난 서산대사 명상바위는 서산대사가 출가했던 원통암에서 철굴암까지 왕래하면서 자주 머물렀던 장소라고 한다. 서산대사가 이 바위에서 명상하면서 도를 깨우쳤다고 한다. 바위들이 철빛처럼 검붉은 색이다. 우뚝 솟은 바위에 올라 앉아 명상을 이루었을 서산대사를 상상해 본다.

산능선에 걸려 있는 새벽 달

능선에 걸려 있는 새벽 달은 떠 오른 해와 마주보고 있다. 태양은 그 빛을 달에게 비추고 달은 그 빛을 태양과 지구에 반사한다. 지금 지리산 의신마을의 동트는 새벽은 태양과 달, 지구가 하나가 되었다. 오늘 주어진 시간 ()을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해야 겠다. 진흙 소가 물위를 걷더라도, 한 점 눈송이가 붉은 화로에 떨어지더라도, 희망을 노래해야 겠다.

 

오전 의신베어빌리지 사무장과의 농촌에서 살아보기참가자 오리엔테이션 시간을 가졌다. 사업 목적, 필요서류, 안내사항과 프로그램 일정에 대해 세세한 설명과 질의응답으로 좋은 분위기에서 마무리했다.

 

점심을 먹은 후 동네 한바퀴 산책에 나섰다. 마을에 작은 도서관이 있어 방문했다. 운영자와 여러 가지 대화 중 산이 불러서 한가할 틈이 없다는 말이었다. 도시에 있을 때는 산은 주말이면 그저 등산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여가활동이었지만, 이 곳에선 계절마다 영그는 산나물들이 부르기에 늘 바쁘다고 한다. 여기에서 바쁘다는 의미는 도시의 찌든 바쁨이 아닌 행복한 바쁨이란 표정이 저절도 묻어나온다. 늘 그렇든 깨달음은 뜻밖의 마주침에서 등장한다.

 

오후에는 마을 인근의 카페에서 화개에서 나는 차와 풍경속에서 독서하는 여유도 누렸다. 칠불사란 사찰로 공양하러 갔더니 코로나로 공양은 절집 식구들만 출입가능했다. 공양하다 남은 음식은 야생 멧돼지의 만찬으로 차려진다. 맷돼지 일가족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는 저녁이었다.

동네 카페에서 보이는 야생 차밭과 따뜻한 차와 책들
칠불사 공양시간에 식사하러 내려온 맷돼지 식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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