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하동군에서 5월 3일에서 6월 3일까지 한 달간 진행하는 <2023 하동 세계 차엑스포>를 맞아 사전에 진행된 차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의신마을 농촌체험 사무장의 광클릭 덕분에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다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행운을 누렸다. 20곳의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다실 중 오늘 참여한 장소는 '만수가 만든 차'이다. 홍만수 대표는 1992년 삼진산업이란 제다 공장을 시작해 30년 동안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다실'은 하동의 아름다운 다실에서 차를 즐기며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으로 잠시나마 삶의 휴식을 누리는 프로그램이다. 홍만수 명인이 다실에서 체험자들을 맞이하면서, 밖에 보이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 우리는 당연히 야생 녹차밭이라고 대답했고, 보기 좋게 틀렸다. 녹차밭이 아니라 차밭이란다. 차밭의 차나무에 달린 것은 찻잎이고, 찻잎의 산화효소를 멸균하는 덖는 작업을 거쳐야 비로소 녹차, 녹차잎이라고 한다.
차실의 입구에 걸린 액자의 문구는 邂心魚鳥自相親(해심어조자상친)이란 상형문자다. ChatGPT로 질문하니 "마음이 서로 통하면 새와 물고기도 서로 친하게 지낸다"는 뜻이며, "서로 마음이 맞으면 다른 종류의 생물들도 서로 친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다고 대답한다. 구글 검색에서는 찾아지지 않던 뜻이 ChatGPT에선 즉시 대답한다. GPT는 2016년 이세돌과 바둑 대결에서 이겼던 딥러닝이 진화한 버전이다. 인간처럼 스스로 학습하며, 인간처럼 기억을 잊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스스로 계속 업그레이드하는 AI다. 쓰면 쓸수록 놀랍고, 영화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을 실감하는 느낌이다.
태극기에서 상극인 음과 양이 태극으로 조화를 이루듯 명인의 다실에서 일면식도 없던 사람들이 차를 매개로 관계를 맺는다. 차는 한 잔으로 끝나지 않는다. 오고 가는 대화와 수차례의 찻 잔을 채우며 새와 물고기가 만나는 것처럼 친한 관계가 형성된다.
다실마다 녹차맛이 다른 이유는 덖는 작업을 1차, 2차, 3차 공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덖지 않으면 발효차인 홍차가 된다. 홍차 하면 영국이 떠오를 정도다. 그 기원을 따져보면 차를 마셔오던 중국의 녹차가 유럽의 귀족들에게 인기를 끌어 송대에 와서 녹차를 수출하는 과정에서 선내에서 발효되어 홍차가 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오늘 다실에서 마신 차들은 녹차를 시작으로 발효차(이곳 다실에선 고뿔차로 명명), 2016년산 생차, 쑥차, 티백으로 만든 보이차, 생강 고뿔차, 현미 녹차로 총 7종류의 차를 마셨다. '만수가 만든 차'의 시그너쳐 차는 '고뿔차'다. 고뿔차는 옛날 11~12월 집에서 주전자에 발효차를 넣어 보리차처럼 끓여 감기를 이겨냈다는 어원에서 나왔다.
다실 체험을 마무리 하고, 밖에 나오니 건너편 급경사의 산허리에 야생차밭들이 보인다. 저 찻잎들을 따는 것도 얼마나 힘이 들지 눈에 선하다. 우리 입으로 들어오는 것들이 사람의 한 땀 한 땀이 들어있음을 현장에서 본다면, 음식 앞에 스스로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오는 4월 7일(금) 오전 10시에 차 시배지에서 풍다제를 지낸다고 한다. 올해도 풍성한 차로 생산하는 사람이나 마시는 사람 모두가 행복해지길 기원한다. 오늘 귀한 차를 맛보게 해 준 '만수가 만든 차' 다실에서 만 가지 수로 극한의 차 맛을 시현해 준 명인께 감사를 드린다.
'만수가 만든 차'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 https://smartstore.naver.com/mansoot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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