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인심은 좋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도시는 문을 닫으면 자기만의 세계다. 산골은 그렇지 않다.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 아니 문 자체가 없다.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보이는 구조다. 도시는 철저하게 개인주의화 된 공간이다. 산골은 철저히 타자주의화 공간이다.
그런데 말이다... 한옥 별채에 살던 직전 세입자가 두고 간 호미, 재배 중인 토마토가 사라졌다. 간단한 텃밭을 일구려고 직전 세입자에게 연락해 삽, 비료 등 비품과 재료는 확인했다. 직전 세입자가 보내온 사진에는 화분이 두 개인데 현실은 하나뿐이다. 단지 하루의 시차를 두고 짐을 옮겼을 뿐인데...
골목 건너편의 토마토 화분을 찍어 보냈더니... 옴마야 하면서 맞단다... 호미도 새로 준비해야 하고, 건너편 토마토를 늘 봐야 한다는 게 씁쓸하다. 내 물건이 아니면 손을 대지 않는 것이지만,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경악할 일을 저지르는 게 사람인데... 호미와 토마토 따위야...
작은 도둑과 큰 도둑은 도둑이란 점에서 공통점이고, 불특정 다수의 규모란 점에서 차이점이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된다는 격언이 그냥 생긴 게 아니다. 경찰의 취조를 받는 피의자들도 알고 보면 평범한 사람들이다. 페르소나로 위장한 생존을 위한 동물이다.
마을 아래쪽에선 모자가 사는 집에 모르는 사람이 침입하려다 실패한 사건이 있었다. 수십 가구도 안 되는 작은 마을에 용의 선상에 오르는 사람은 있지만, 사람의 속은 알 수 없다. 경찰까지 출동했지만 침입한 흔적이 없기에 조심하라는 당부 외엔 취할 수 없다.
지리산 하늘아래 첫동네, 탄소 없는 의신마을이 좋아 다시 복귀한 첫날 연이어 산골사람을 의심하는 의심마을이 되었다. 도시는 내 일이 아니면 무관심으로 바람처럼 지나가지만, 산골은 계속 마을 속에서 맴돈다.
산골이든 도시든 사람에 대한 존중이 없다면 위험사회다. 성경을 한 단어로 압축하면 사랑이고, 두 문장이면 하나님 사랑과 그 수준과 동일하게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이다. 사람은 자기 자신을 너무나도 끔찍이 이기적으로 사랑한다. 아전인수식으로 합리화하고 '나만 아니면 된다'는 악랄하게 이기적인 동물이다. 그런 동물이 있는 곳은 어디든 의심은 따라오기 마련이다. 의신마을이라고 의심마을이 되지 않는 법은 없다.
그렇게 산골의 하루도 넘어간다. 이기적인 동물 인간이 무엇을 하든 자연은 자연스럽게 받아준다. 그런 점에서 자연은 신과 닮았다. 인간이 어떤 행위를 하든 안아주기 때문이다. 오직 잘못은 의도를 가진 인간만이 실행한다. 인간이어서 부끄러운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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