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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 탄소없는 의신마을 산골일기 ; 살아있는 모든 것은 변화한다.

일기/산골일기(하동 의신마을)

by 풀꽃처럼 2023. 6. 28.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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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는 '루앙대성당' 연작 20점을 남겼다. 빛의 변화에 따라 다르게 그린 그림은 기존 미술계엔 충격이었다. 동일한 사물에서 빛의 움직임을 포착했다. 화면에 남긴 빛의 흔적에 후대는 열광했다.

산골마을에 장마는 현재 진행형이다. 산능선이 보이다가도 금세 구름이 시야를 가린다. 자연은 모네가 포착한 순간보다 빨리 변화한다. 모네는 과거를 포착했을 뿐이다. 나의 시선은 산능선의 구름 변화를 끊임없이 관찰한다. 구름의 명암이 눈동자 화폭에 확연히 새겨진다.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들

자연은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24시간 변화한다. 변화한다는 건 살아있다는 말이다. 장마라는 극적 사건으로 인간의 눈에 확연히 보일뿐이다. 사람 역시 시간에 따라 변한다.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이 사라질 때도 있고 행동으로 드러날 때도 있다. 그 사람과 늘 함께 있으면 변화를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정지해 있는 것도 없다. 모든 것은 변하고 모든 것은 움직이고 있다. 나무가 가만히 서 있는 것처럼 보여도 잎은 빛을 먹고 소화시켜 산소를 배출한다. 뿌리는 물을 먹는다. 사람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지금도 생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사람도 몸의 각 세포가 활동 중이다. 피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온몸을 이동 중이다. 신경간 연락하는 호르몬들이 몸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나는 내 몸 덕분에 존재하고 변화하고 있는 중이다. 세상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좋은 변화를 위해 움직여야 한다.

자연이 주는 혜택과 내 몸속 세포가 나를 위해 움직이는데, 도움이 되지는 못할 망정 해는 끼치지 않아야 하지 않겠나. 오후에는 장마가 잠시 휴식시간으로 접어들었다. 장마의 뒤처리는 계곡을 쿵쾅거리며 내려가는 물살이 하고 있다. 새벽에 하늘에서 토해낸 소낙비를 거칠게 하류로 내몰고 있다. 자연은 낸 만큼 거두어들인다. 욕심은 없다. 자본주의처럼, 아니 인간 욕망처럼 덜 쓰고 더 거두려는 꼼수를 부리지 않는다. 변화를 하면서도 인간처럼 얄팍한 생각은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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