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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탄소없는 의신마을 산골일기 ; 시골살이의 어려움, 여름 벌레

일기/산골일기(하동 의신마을)

by 풀꽃처럼 2023. 7. 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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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부터 의신마을에서 농촌체험 살아보기를 했었다. 첫날 화장실에서 엄지손톱만 한 크기의 검은 거미를 보고 얼마나 놀랬던지. 창가에는 지난해 죽었던 벌레들이 수북이 쌓여있다. 창문은 새똥과 벌똥이 군데군데 붙어있다.

3월부터 6월까지는 벌레들이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도시처럼 야외에 나가면 산모기 정도라 체감은 할 수 없었다. 펜션 군데군데 터를 잡은 거미들도 낯설진 않았다. 그런데 말이다. 7월부터 벌레들의 테러가 시작된다.

평소 침대 생활을 하지 않고 바닥에서 자는데 익숙했다. 자려고 하면 어디선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고 팔에 무엇인가 닿는다. 화들짝 놀래 불을 켜니 덩치가 완연한 꼽등이다. 어디로 들어왔을까... 벌레에 민감한 나는 에프킬라로 쫓아낸다. 좁은 한옥 별채가 에프킬라 냄새로 질식할 정도다. 겨우 꼽등이를 제압한 후 뒤처리가 문제다. 저걸 어떻게 옮길 것인가... 일회용 나무젓가락으로 집어서 화장실에 연결된 용궁으로 보냈다.

심각한 것은 하룻밤이 아니었다. 다음날엔 화장실에서, 침실에서 연이어 등장한다. 난감하다. 다시 에프킬라로 꼽등이를 제압해 용궁으로 돌려보냈다. 그동안 시골에서 살려면 벌레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그럴려니 했다. 겪어보지 않았으니깐. 직접 몸으로 겪어보니 여간 두려운 게 아니다. 옆집 주민에 의하면 이곳 한옥이 좀 습한 환경이라 꼽등이는 기본이고 지네도 출몰할 수 있단다. 보름에 한 번씩 에프킬라로 창문 주위에 방역을 해야 한단다.

창문은 틈이 보이지 않는다. 근데 제법 큰 벌이 들어왔는데 창문의 좁은 틈막이 공간으로 순식간에 빠져나간다. 벌의 크기에 비하면 통과할 수 없는 공간인데... 틈막이 공간도 방충망으로 차단해야겠다. 그래도 보이지 않는 공간은 있으리라.

급하게 주문한 캠핑용 야전침대

에프킬라로 창문주위를 방역했지만, 여전히 벌레는 수두룩하다. 하룻밤이 지나면 하루살이들이 널브러져 있다. 벌레에 익숙해야 한다는 말이 이런 삶이었구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급하게 캠핑용 야전침대를 주문했다. 지네에게 물리면 상당한 고통이기에 바닥에서 잘 수 없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자연은 힐링이 된다. 들려오는 새소리, 광합성을 하며 바람에 춤을 추는 녹색 잎들, 철 따라 피는 야생화, 텃밭에서 자라는 상추, 딸기, 깻잎을 보는 건 일상의 행복이다. 그만큼 여름의 일상, 특히 밤에 몰려드는 벌레는 감당해야 할 모순이다.

툇마루에 아침저녁으로 새 모이를 놓아두고, 길고양이 길목에도 먹이를 둔다. 그들은 두렵지 않고 친근감으로 행복하다. 그런데 오히려 작은 벌레들은 혐오감이 들고 두려운 건 모순이다.

책에서만 알았던 시골에서의 삶이 피부로 체험하니 '아하!'하고 비로소 깨닫는다. 답은 현장에 있다는 말은 조직이든, 시골이든 세상 어디든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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