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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 탄소없는 의신마을 산골일기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일기/산골일기(하동 의신마을)

by 풀꽃처럼 2024. 7. 16.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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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복지법상 65세 이상은 노인이다. 2024년 7월 초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었다. 5명 중 1 명이 노인이다. UN은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보험개발원의 한국인 평균수명은 남성 86.7세, 여성은 90.6세다. 하동군은 2024년 6월 기준, 65세 이상 인구비율은 40%이며(부산은 65세 이상 인구비율은 23%, 중구와 영도구는 32%, 동구와 서구는 29%, 신도시 지역인 사하구는 15%로 구도심이 노인이 많음), 대부분의 시골도 비슷한 수준이다. 베이비붐 세대에 해당하는 61세~65세 인구가 하동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1%로 가장 높아 향후 노인비율은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다.

2024년 4월 하동군 인구 피라미드 : 극단적인 버섯 모양이다

한국에는 각 마을마다 경로당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2023년 말 기준 경로당 수는 6만 8천 개소로 편의점 5만 4천 개보다도 많을 정도로 노인 복지시설은 잘 갖추어 있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55조 2(주민공동시설)에 따라 150세대 이상의 주택 단지에는 경로당을 설치하도록 되어있다. 정원은 20인 이상(섬, 읍면 10명 이상)이면 설치가능하다. 시골의 경우 한 마을에 반경 100m를 거리에 두고 2곳이 있는 곳도, 심지어는 1층과 2층이 다른 경로당일 정도로 많이 분포되어 있다.
 
그러나, 인원 기준과 화장실, 전기시설 등 최소한의 설비만 정해져 있지 노인을 위한 무장애 시설에 대한 기준은 취약하다. 거의 대부분의 경로당이 노인 연령에 적합한 무장애 시설이 없는 실정이다. 건물의 노후화, 경로당 회원의 나이가 많아 경로당 청소와 보수도 어려운 실정이어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방과 거실도 정적인 좌식형태로 앉는 것과 눕는 것이 주된 구조다.
 

경로당은 정해진 프로그램이 없이 TV 시청이나 마사지, 휴식 등의 정적인 활동이 이루어져 활동이 제한적이고 여성 노인의 숫자에 압도되어 남성 노인 사각지대다. 어느 경로당을 가더라도 일부 여성 노인들이 모여 앉아 대화와 식사를 하는 모습이다. 이외의 시간에는 누워서 쉬거나 일부는 치매예방 차원에서 화투 놀이를 한다.
 
자연스럽게 경로당은 ‘가면 늙는 곳’ 이라는 부정적인 선입견이 팽배하다. 경로당이 마을 단위의 중요한 복지자원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역할은 단순한 친목도모를 위한 사랑방 수준만 유지해 왔다. 경로당별로 러닝머신과 자전거 등 간단한 운동기구와 안마의자 등이 있음에도 사용법을 모르거나 불편한 노인들은 거의 사용하지 않기에 창고구석에 먼지만 수북이 쌓인 채 방치되고 있다. 복지담당 공무원들도 1~2년이 되면 보직이 변경되어 이동하기에 장기적인 경로당 발전방향은 이루어지기 힘든 구조다.

 
노인들의 시도별 경로당 이용 이유는 첫째는 식사 서비스 이용이고, 둘째는 친목 도모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식사를 제공하는 노인복지관과 경로당은 생활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곳이지만, 정작 이용하는 노인은 그렇게 많지 않다. 노인이 되면서 이동이 불편하거나 남성들이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2024년 5월부터 경로당에 주 5일 식사제공을 발표했지만 시설과 인력이 부족한 시골까지 전국적으로 시행되기엔 요원한 현실이다.
 
경로당 공간과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경로당은 늙어서 가는 곳이 아닌 지역 주민 모두가 함께 이용하는 공간이라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경기도의 경우 ‘아침이 기다려지는 경로당’이라는 특화프로그램을 개발해 소통, 개방, 자생력을 핵심 키워드로 하여 지역사회에 경로당을 개방했다. 부산 영도구의 남극경로당은 1층 실내는 경로당, 야외는 어린이 놀이터와 텃밭으로 꾸몄다. 2층 실내는 주민이 이용가능한 스포츠센터, 실외는 테라스로 꾸며 주민들의 야외 커뮤니티 공간으로 운영 중이다. 남녀노소 함께 어울리는 주민들의 공간으로 경로당의 인식을 바꾸는 중이다.
 

노인문화센터의 이용자는 경로당의 이용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고 건강하다는 사실이 설문과 인터뷰를 통해 밝혀졌다. 경로당을 이용하는 노인의 경우에는 거의 절반(47.6%)이 80대 이상 노인인 데 반해 노인문화센터를 이용하는 80대 이상 노인은 15.8%에 그쳤다

 

이웃 일본은 경로당이 없고, 동네 의원과 피트니스 클럽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경로당과 노인복지센터는 한국이 발달해 있다. 대신 일본은 살롱 문화가 꽃을 피우고 있다. 전국에 살롱이 6만여 곳이 있다. 5~10집이 모여 살롱을 연다. 야간에만 영업하는 식당을 주간에 빌려서 살롱으로 쓰기도 하고, 구청이 동네 빈 사무실을 임시로 대여해 주기도 한다. 사회참여는 거창한 게 아니다. 살롱에서 차 마시고 대화하고, 동네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맛집이 어디에 있는지 누가 머리를 잘 깎는지 아는 게 사회 참여다. 움직이는 사람이 건강하게 장수한다. 개인이 장수하는 데는 사는 동네 문화가 크게 영향을 미친다.
 

2016년 일본의 고령자 살롱은 67,903개로 1997년의 3,159개에 비해 20배를 넘는 성장을 했다. 처음 살롱활동이 전개되었을 때에는 대상자의 대부분이 고령자였으나, 육아에 힘들어 하는 부모, 장애를 가진 주민과 그 가족, 문화적인 배경이 다른 이유로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주민 등, 살롱 이용대상자와 프로그램 내용, 봉사자도 다양해지고 있다.

 

한국의 경로당도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들의 근거리에 있는 복지센터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제 우리나라는 고령사회로 전환이 급속해질수록 많은 복지 예산이 노인들의 돌봄과 질병을 치료하는 데 투입될 것이다. 경로당 공간을 공유하여 주민 누구나 프로그램을 수강하는 세대 통합 공간으로 활용하거나 신축·재건축 경로당의 경우 노인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아닌 주민이용 복합시설로 계획되는 곳도 있다.

시민으로 당당하게(?) 늙어가자

부정적인 경로당 이미지를 타파하여 기존의 경로당을 꺼려하는 노인들까지도 ‘가고 싶은 경로당’으로 전환하기 위해 경기도는 ‘아침이 기다려지는 경로당’을 시도했다. 경로당 간 자율모임인 ‘아침경로당 동아리’ 활성화,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솔루션 컨설팅’ 지원, 아침 경로당 ‘벤치마킹’을 통한 사업 확산, 경로당 생산품 ‘판매 공동체’ 등을 시행 중이다. 공동경영한 농산물 판매수익은 독거노인 등을 지원하고 있다. 노인은 대접받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바꾸고 있다. 노인이란 단어에 내포된 소극적 개념대신에 시니어, 선배시민으로 개념을 바꿔  활동적이고 후배시민들에게 도움을 주는 적극적인 개념전환을 시도중이다.

 

초고령 노인에게 경제활동이란 경제적 소득보다는 활동을 통한 건강의 이로움과 자신감, 사회적 역할 부여의 의미가 더 크다. 경로당을 마을의 커뮤니티 센터로 개방해 노인들만의 정체된(?) 건물이 아닌 남녀노소 마을 주민 모두가 어울리는 지역 복지센터로 변모할 필요가 있다. 동물들처럼 움직여야 산다. 모든 살아있는 것은 활동해야 한다. 인간 동물의 운명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뱀꼬리) 노인복지법상 65세가 가까워지면서 자연스럽게 노인을 위한 정책과 시설, 어떻게 늙어가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복지란 관점에서 경로당을 관찰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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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김철중, “일본서 꽃피는 살롱문화-고령사회 경로당 벤치마킹”, 조선일보, 2018.8.14,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8/13/2018081302994.html
3. 김주희, 오명원, 유성은. (2022-11-05). 지역거점공간으로서 노인여가복지시설 사례조사 -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느티나무쉼터와 부산광역시 영도구 남극경로당을 중심으로-. 한국실내디자인학회 학술대회논문집,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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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이근홍, 이화영. (2011.12). 경로당 운영 활성화 방안에 관한 사례연구 : 경기도 경로당사업 관계자의 경험을 중심으로. 한국노인복지학회, 54, 165-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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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공영주. (1900-01-01). 고령자살롱활동의 사회적 고립방지 효과와 한계. 한국지역사회복지학회 학술대회
10. 최병숙, 박정아. (2020). 일본 고령사회의 소통공간 ‘살롱’에 관한 연구. 한국주거학회논문집, 31(4), 15-23, 10.6107/JKHA.2020.31.4.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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