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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4. 탄소없는 의신마을 산골일기 : 소멸 고위험지역에 살면서...

일기/산골일기(하동 의신마을)

by 풀꽃처럼 2024. 7. 30.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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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인구감소 위기 대응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적·주도적 지역발전과 정주여건 개선 및 지역 활력을 도모하기 위한 지원을 위해 「지방자치분권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을 시행하여 89개 시·군·구를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하였다. 하동군은 제2조 및 동법 시행령에 따라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되었으며, 2023년 시행된「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제6조에 따라‘인구감소지역대응 기본계획’을 수립하였으며, 그에 따른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하여 시행중이다.

2024년 하동군 정부혁신 실행계획 표지

하동군의 경우 인구 감소지역 대응계획은 군수 직속인 미래전략담당관이 총괄한다. 미래전략담당관 아래 일자리, 문화관광, 농수산, 복지 등을 담당하는 부서가 있다. 미래전략담당관은 인구정책, 청년정책, 귀농귀촌, 성과관리를 총괄적으로 담당하는 핵심부서이면서 일자리, 문화관광 등 관련 부서의 정책을 지역재생이란 하나의 정책에 통합하여 시행코자 하는 조직도로 보인다.
 
지역소멸은 지역 산업 쇠퇴, 청년층 인구 유출, 고령화로 자급자족 기능을 상실하게 되는 상태다. 지역소멸의 원인은 서울공화국 체제를 공고히 해 온 한국발전의 축과 함께 더욱 콘크리트화 되었다는데서 찾을 수 있다. 수도권에 국민의 50%에 달하는 인구가 집중되었다. 수도권은 국토의 12% 수준으로 1970년에는 인구의 25%가 거주했고, 2023년에는 51%로 과반을 넘을만큼 수도권 쏠림은 심각하다.
 
한국 출산율은 0.78명으로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출산율이 2.1은 되어야 현상을 유지할 수 있다. OECD는 합계출산율이 2.1이하면 저출산, 1.3이하면 초저출산으로 분류한다. 한국은 이미 2002년부터 초저출산 상태다. 정부는 15년 동안 저출산 문제에 280조를 투입했지만 출산률은 더욱 떨어졌다. 저출산, 고령화, 지역소멸의 문제는 결국은 국가 소멸이란 재앙으로 귀결된다. 2020년을 기점으로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보다 높아 절대 인구가 감소하는 ‘인구의 데드크로스(dead-cross)’를 기록했고,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고령인구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저출산, 고령화, 수도권 일극화는 떨어지는 새에게는 날개가 없는 것처럼 그 속도를 높이고 있다.

자료 : 통계청. KOSIS 주민등록인구 통계자료로부터 산출함

2022년 하동군 주민등록인구는 4만 2천여명으로 10년전보다 15% 감소했다. 최근 10년간 50세 미만은 50% 가깝게 줄어들었고, 50대 이상은 35%가까이 증가했다. 현재 추세라면 향후 10년 후에는 3만 2천여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어 더욱 늙어가며 소멸되는 지역이 확실시 된다. 하동군은 2020년 지방소멸 고위험 지역에 해당되었다. 소멸 고위험 지역은 소멸의 등급중에서 가장 최악의 상태란 뜻이다. 2023년 3월 기준 소멸 고위험에 해당하는 전국 118곳 중 면 단위는 116곳(98.3%)이고, 읍 단위는 2곳(1.7%)으로 전형적인 시골이며 1차 산업이 중심지역인 곳이다.
 
한때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으로 농업은 국가의 근본이었지만, 지금은 AI천하지대본 시대다. 농사는 몸으로 때워야 하고, 점점 급변하는 기후변화에 휘청거리고, 농사 기계와 비료는 해마다 상승하고 있지만 판매가격 상승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지역소멸 대응의 핵심은 일자리와 주거를 포함한 생활환경이다. 하동군의 65세 이상 초고령인구는 2024년 40%를 넘었다. 일반적으로 65세 이상 노인이 20%를 초과하면 초고령사회라고 부르는데 하동군은 그 두 배인 40%에 이르렀다. 20~30대 젊은층은 읍면 행정복지센터에가야 볼 수 있다.
 
2024년 하동군의 인구감소지역 대응 시행계획의 목표는 생활인구 확대를 통한 인구활력 증진으로 생활인구 2,500명 확보, 로컬 라이프 지향하는 청장년 정착 촉진으로 청장년 유입인구 300명 확보, 정주환경 개선을 통한 인구유출방지댐 조성으로 정주인구 4만명 유지다.
 
전남에서 추진중인 ‘만원 임대주택’ 1천 가구처럼 시선을 끄는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신혼부부와 청년대상으로 보증금 없이 월 1만원에 임대하는 파격적인 조건처럼 주거문제가 단번에 해결되는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블루오션 전략처럼 제한된 자원으로 한 곳에 집중하여 차별화한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 태양의 서커스처럼 동물에 투입되던 자원을 포기하고 무대와 공연에 집중해 성공했던 것처럼 과감한 선택과 집중이 없다.
 
선택과 집중이란 말은 달리 말하면, 선택과 포기다. 하동군에 전입되는 인구도 귀농보다는 귀촌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왔다. 그렇다면 농사를 강조하는 것처럼 보이는 귀농인의 집외에 고향의 향수를 떠 올리는 고향주택을 조성하고, 임대료도 파격적으로 책정할 필요가 있다. 어차피 시골의 일자리가 부족한 만큼 경제력을 갖춘 중장년 세대를 타깃으로 한 파격적인 고향주택도 고려해 보면 어떨까. 중장년 세대는 시골의 경험을 대부분 갖고 있기에 지역에 활기를 넣을 수 있는 계층이기 때문이다.

가와바 전원플라자 전경(출처 : 가와바 홈페이지)

이웃 일본의 시골인 가와바는 성공적인 도농교류의 모범이다. 임대 텃밭 가꾸기, 도시의 초등학생 농촌체험 이동교실, 과수원 체험 등을 40여년간 이어오고 있다. 가와바의 마을기업인 ‘전원플라자’는 시골을 농업과 관광을 결합한 관광 전원마을로 탈바꿈시켰다. 지역 농산물로 만든 치즈는 도시 백화점에 납품될 만큼 우수한 품질을 갖추었다. 최고의 품질을 지향하여 주말이면 ‘전원플라자’는 도시의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전원플라자의 나가이 사장은 ‘고객만족’ 경영철학을 강조한다. “고객이 2천엔짜리 물건을 하나 살 때‘이게 2천엔이나 하느냐’가 아니라 ‘2천엔밖에 안하느냐’고 생각하도록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했다. 가격이 납득되는 품질을 갖추는게 핵심이다.”
 
여름이 되면 하동군 곳곳에 도시에서 각종 단체들이 방문한다. 도시 교회에서 시골 교회로 와선 인근 마을에서 미용과 청소 봉사 등을 한다. 도시 병원에서 현지인들에게 의료봉사를 한다. 3~5일간 방문하는 수준이다. 시골의 상태는 논바닥이 쩍쩍 갈라진 가뭄상태다. 여름철 잠깐 들러는 것은 효과가 없다. 도시에선 시골에 다녀왔다는 기록이 남겠지만, 시골 입장에선 효과가 없다. 중국의 하방운동(下放運動)처럼 도시 청년들이 시골로 일정기간 이주하는 프로그램 개발도 필요할 듯 하다.
 
 
참고문헌
 
1. 하동군. 2024년 인구감소지역 대응 시행계획. 2024.02, 하동군.
2. 이미정. 2023.11.14., 살아지는 마을 11. 로컬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 시사위크
3. 이상호, 이나경. (2023). 지방소멸위험 지역의 최근 현황과 특징. 한국고용정보원.
4. 곽정수, 2024.7.13., 일본 작은 농촌마을 가와바, 200만 관광객 몰리는 까닭은?,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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